국내도서 요약 

한국의 미학

저   자
최광진
출판사
미술문화
출판일
2015년 09월
서   재







  • 서양, 중국, 일본과의 차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책. 저자가 한국미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타민족과의 비교를 택한 것은 한국미학의 자료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적인 시각으로 객관화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우선 서양을 다룸으로써 동양과 서양의 상대성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중국과 일본과의 차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독자성과 미적 특성을 특화시키고 있다.



    한국의 미학


    문화의지, 어떻게 다른가

    서양은 분화의 문화다

    분화 문화의 특성

    분화란 무엇인가

    분화, differentiation는 단순한 동질의 상태에서 이질적인 상태로 나뉘는 작용으로, 모든 생명체가 성장하고 진화하기 위해 거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생물은 세포의 수정란이 서로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진 세포들로 분화도어 조직과 기관이 되고, 여러 기관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다. 한 유기체가 고등동물이라는 것은 기관이 세밀하게 분화되어 복잡성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역시 분화를 통해 진화하고, 전문화가 이루어진다. 영국의 사회학자 스펜서는 진화를 "불확정적이고 응집성이 없으며 동질적인 상태로부터 상대적으로 확정적이며 응집력이 강한 이질적 상태로의 변동"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분화를 통한 진화는 인간의 심리나 지식체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심리적 측면에서 분화는 내면적으로 자신의 독립성을 이루어내는 이유의 과정이다. 모유에 의존하던 유아들이 적당한 시기에 이유식을 먹으면서 자립하듯이, 인간의 심리는 분화를 통해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인간의 지식체계 역시 분화에 의해 진화하며,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섬세하게 분화된 언어체계를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인위적인 분호는 때로 대상을 둘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둘 간의 우열과 주종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이분법의 폐단을 낳기도 한다.


    자기중심적 개인주의 문화

    서양의 문화는 근본적으로 분화의지에 따른 진보와 성장을 추구해왔다. 이것은 서양인들의 무의식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강력한 문화의지로서 기술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사회적으로는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문화를 낳았다.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민주주의나 사유재산제도는 개인주의가 낳은 문화들이다.


    기독교 _ 창조주와 피조물의 분화

    유일신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모태인 유대교의 두드러진 특징은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명확하게 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히브리 민족의 시조, 아브라함에게 나타난 여호와는 민족의 신이자 우주만물을 창조한 전지전능한 신으로 섬겨진다.


    기원전 3세기 이후, 유대인들은 거룩한 지존자의 칭호를 함부로 발언할 수 없도록 금하고, 신의 주권을 강조하는 엘로힘Elohim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창세기에 기록된 엘로힘은 "하늘의 사람들"이라는 복수적 의미지만, 히브리인들은 근원자로서 단수의 존재를 가정하여 유일신관을 성립시켰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모세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시니"(신명기 6:4)라는 신앙에 근거해서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나 다른 민족의 신들을 적대시했다.


    이러한 유일신사상은 처음에는 그리스의 다신 신앙과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켰지만, 기독교가 로마에서 공인된 이후 전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게 되었다. 유일신사상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초월적 인격체인 창조주 하나님이 피조물인 우주만물을 창조했다는 관념이다.


    계층적 위계질서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우주의 존재들은 평등한 관계가 아닌 피라미드식 하이어라키hierachy를 이룬다. 창조주인 신이 피조물인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인 것은 당연하고, 인간은 동물에 대해, 동물은 식물에 대해 우월한 존재가 된다.


    이러한 계층적 위계질서를 따라 교계제가 확립되었는데, 하이어라키는 본래 교회 안에서 성직자의 계층적 계급제도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로마 카톨릭은 교황을 중심으로 엄격한 교계제를 시행하고, 이것을 하나님이 정한 위계로 간주했다. 프로테스탄트의 출발을 알린 루터의 종교개혁은 권위적으로 타락한 구교의 교계제에 대한 저항이었다.


    기독교의 인관론적인 관점에서 창조주와 피조물의 분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전체론에 입각한 동양의 불교에서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명확하게 분화되지 않는다. 인간과 신의 관계를 분화된 것으로 보느냐 미분화된 것으로 보느냐의 차이가 기독교와 불교의 결정적인 차이이고, 이는 문화의지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이다. 기독교의 유일신사상에는 분화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면, 불교나 도교 같은 동양 종교들의 범신론적 신앙에는 통합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형이상학 _ 본질과 현상의 분화

    불변하는 실체에 대한 탐구

    현상계의 허무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지만, 철학적 아이디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인과론적 사유에 입각한 서양의 형이상학은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현상세계와 본질세계인 이데아로 나누고, 이데아를 진짜 세계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형이상학의 아이디어는 근원적 존재being나 분리 불가능한 실체substance가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 플라톤의 이데아, 칸트의 물자체, 헤겔의 절대정신 등의 개념들은 어떤 외적인 작용에도 불구하고 영원불변한 존재로서의 실체를 포착하고자 한 서양인들의 사유가 만들어낸 관념이다.


    이러한 형이상학적 특징은 고대 그리스사상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스 철학자들의 관념은 실체가 순수한 것이고, 내적 변화가 없는 영원불멸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내적 정체성이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지닌 개체가 존재하고, 이들의 외적인 결합에 의한 다양한 현상세계를 만들어낸다는 관념은 서양 형이상학의 근간이 되었다.


    그들은 이 실체에 도달하기 위해 여기에 기생하고 있는 불순한 타자other들을 분리하고자 했다. 이것은 본질과 현상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둘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설정하는 서양 특유의 분화주의 사상이다.


    이분법적 오류

    가시적인 현상보다 비가시적인 본질을 중시하는 서양의 형이상학은 우주를 공간 중심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리는 절대불변의 고정된 법칙이며, 이성적 논리를 통해 추론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극복의 대상이고, 개념과 사유는 추구해야 할 이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공간보다 시간적 순환성에 주목한 동양인에게 진리는 사유의 대상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불교의 공空사상은 변치 않는 자기 정체성인 자성自性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노장사상에서 도는 고정된 언어나 개념으로 붙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의 속성을 분석하고 추상화된 속성을 범주화하려는 서양의 철학은 논리적 개념을 발전시켜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객관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낳기도 했다.


    합리주의 _ 인간과 자연의 분화

    이성에 의한 자연 지배

    서양의 합리주의사상은 기독교신앙, 형이상학과 더불어 서양의 3대 사상이라 할 수 있으며, 근대과학 문명을 여는 결정적인 추동력이 되었다. 통상적으로 이성적 사유를 의미하는 합리성은 서양의 지적 전통에서 중심 테마였으며, 특히 인식론의 문제가 대두된 근대기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른다.


    합리주의자들은 이성의 힘과 지성의 능력이 진리를 발견하고, 이상적인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세시대에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피지배자였던 인간은 근대 들어 이성을 통해 지배자의 위치에 설 수 있었고, 그 희생양은 자연이었다. 이것은 서양에서 합리주의적 과학정신의 승리이며, 분화의지에 따라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켰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합리주의에 의해 서양에서 인간 중심주의 문화가 보다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문화가치권의 분화와 분열

    서양 근대기에 꽃핀 합리주의는 18세기 전후에 계몽주의와 결탁하여 모던 시대를 열게 된다. 이성을 진리의 우월한 소재지로 파악한 계몽주의자들은 이성을 통해 사회 체제를 개편할 수 있고 이론적, 실천적 규범을 찾고 봉건사회의 신분질서를 재편하고자 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토대가 되었고,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여 서양이 근대 문명의 지배자로 등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각 영역에서 자율성이 확보됨에 따라 과학자들은 종교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관찰할 수 있었고, 화가들은 도덕적 제약 없이 자신의 내재적 규범에 따라 자유롭게 그림을 그를 수 있었다.


    이것은 사회적 전문화를 가속시킨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문화가치권들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간과함으로써 분열과 파편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근대성의 부작용은 곧 분화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미학, 어떻게 다른가

    일본의 응축주의 미학

    물아일체_ 일본인의 미적 이상

    사물 중심적 통합주의

    중국인들은 인간을 우주에 동화시키고자 하는 천인합일을 미적 이상으로 삼았다면, 일본인들은 우주적 요소가 응축된 사물과 일치하는 물아일체의 상태에서 미적인 쾌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중국미학이 관념적인 우주 중심적인 통합이라면, 일본미학은 구체적인 사물 중심적 통합의지를 드러낸다.


    사실 천인합일과 물아일체는 인간을 비우고 스스로를 초월하여 자연과 하나 되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의미지만, 초월의 대상과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천인합일에서 화합의 대상이 우주라면, 물아일체에서는 사물이 된다. 이것은 중국인의 사유가 관념적인 반면에, 일본인의 사유는 보다 구체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천인합일이 우주 중심적인 발산적 화합이라면, 물아일체는 사물 중심적인 수렴적 화합이다. 중국인들이 우주와의 합일을 추구하면서 인간과 우주의 공통된 매개체로서 기에 주목했다면, 일본인들은 기가 응축된 구체적인 사물에 주목했다.


    그것은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현상적 대상, 즉 구름, 나무, 연못, 돌 같은 구체적인 자연물에 인간의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미적인 정서를 얻는 방식이다. 그래서 사물과 자아, 객관과 주관이 경계 없이 하나로 통합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미적 이상으로 삼았다.


    축소지향의 응축미

    사물성이 중시되는 응축주의 미학은 숭고하고 시적인 것보다 밀도 있고 작게 응축된 것을 미적인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일본 문화의 특징을 심도 있게 분석한 이어령은 축소지향이라는 키워드로 일본의 문화를 해부했다.


    그의 의하면, 고대 일본인들은 아름다운 것을 구와시라고 했는데, 이것은 어떤 정밀한 요소가 밀도 있게 통합된 상태를 말한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싸리꽃, 등꽃, 벚꽃 등의 공통적인 특징은 꽃 자체가 작고 치밀하게 뭉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인들은 이처럼 작고 치밀하게 응축된 결정체에서 미적인 쾌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거대하고 견고한 남성적 의지를 느끼게 하는 중국 문화에 비해, 일본화는 확실히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여성적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작은 것을 치장하고 세밀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취향 때문에 일본의 미술은 거친 회화성을 요구하는 표현적 경향보다 캐릭터 산업, 애니메이션, 망가(만화), 디자인 분야에서 장점을 드러난다.


    현재 일본 캐릭터 상품의 전체 매출은 연간 2조 엔이 넘고,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60%를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유겐_ 응축주의 미학의 고전

    유겐이란 무엇인가

    유겐은 깊고 그윽하다는 의미의 유幽와 오묘하다는 의미의 현玄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이다. 유겐이 미학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3세기 무렵부터이며, 그 이전에는 도가와 불가에서 사용되는 말이었다.


    유겐의 의미는 시대와 논자마다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대체로 심오하여 쉽게 이해되거나 표현될 수 없는 신비한 경지를 의미했다.


    오니시 요시노리는 『유현과 비애』(1939)에서 유겐의 특징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몽롱함, 직접적/노골적/첨예한 것에 대립되는 우아함과 완곡함, 정적, 심오함, 충실성, 신비성과 초자연성,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미적 정취 등으로 집약했다.


    이처럼 유겐은 처음에는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심오함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되다가 중세 이후 점차 모든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유겐은 일본의 음악, 시, 연극, 회화, 정원, 다도 등의 예술 전반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미의식으로 일본미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유겐은 궁극적으로 예술가가 들어가야 할 신비의 영역이며, 그 세계에 심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훈련이나 교육뿐만 아니라 유겐의 원리를 체득하고 스스로 통달해야 한다. 유겐은 표현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심오한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며, 침묵 속에서 사물의 불가사의한 본질을 현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이 미치지 못하는 정신의 깊은 영역에 접촉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와비와 사비

    유겐의 미의식은 이후 와비와 사비의 정취로 변형되며, 일본의 대표적인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엄숙한 예법과 분위기 속에서 차를 마시는 일본의 다도에는 와비의 미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와비는 와부라는 동사에서 온 말로 본래 열등하고 희망을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 말은 대승불교인 선종의 영향으로 아무리 불완전하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거기에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는 의미로 발전한다. 그래서 간소하고 검소하며, 차분하고, 한가한 정취, 부족한 것에서 만족을 아는 마음 등을 아우르는 미의식이 되었다.


    이것은 유겐미학의 변형이며, 와비가 미의식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일체의 세속적 집착에서 해방된 고요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비는 와비와 마찬가지로 고담하고 한적한 정서이지만, 와비가 긍정적이고 온화한 정서라면, 사비는 보다 외롭고 쓸쓸한 정서이다. 이처럼 쓸쓸함을 자아내는 사비가 미의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불교사상에 근거한다.


    불교에서는 세 가지 근본 교의를 삼법인이라고 하는데, 셋째는 열반적정으로 탐욕과 노여움 등의 온갖 번뇌의 불꽃이 꺼진 고요하고 청정한 상태이다. 사비는 열반적정, 즉 한적하고 쓸쓸한 아취와 덧없고 부질없는 것에서 느끼는 종교적 아름다움이다. 하찮아 보이는 소소한 것들에서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난 무심함과 관조적 시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막하고 쓸쓸한 사비의 미의식은 일본 특유의 시형식인 하이쿠의 근본이념이다.


    모노노아와레_ 응축된 사물의 애상미

    제행무상의 불교미학

    모든 사물은 곧 사라질 무상의 존재이다. 그러한 사물에 감정이입하여 물아일체가 되면 애상의 정서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정서를 모노노아와레라고 한다. 사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부귀영화도 모노노아와레이다.


    불노초를 먹고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결국 차가운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서구인들에게 사물은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의 대상이라면, 일본인들에게 사물은 거시적 우주가 응축된 무상한 존재이다. 모노노아와레는 객관적 대상인 사물과 주관적 감정인 아와레가 물아일체 되었을 때 느끼는 정서이다.


    모노노아와레는 불교가 융성했던 헤이안시대(794-1185)의 왕조문학을 대변하는 미학이었다. 불교의 삼법인 중 하나인 제행무상이란 불변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고, 생성 변화하는 일체의 현상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모노노아와레는 바로 이러한 불교적인 무상감을 미의식으로 삼은 것이다. 존재의 무상감이 미의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세속적 집착을 벗어난 마음상태이기 때문이다.


    모노가타리: 인정의 미학

    일본인들은 보잘것없는 곳이라도 그곳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으로 별로 주목할 것이 없는 곳도 의미 있는 관광지로 변모한다.


    기업이나 정부, 지방자체단체는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기록과 보관을 잘하고, 일본인들은 소소한 이야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탄을 잘한다. 이처럼 어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전설로 만드는 것을 일본인들은 모노가타리라고 한다.


    오늘날 소설에 해당하는 문학 장르를 일본인들은 모노가타리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일본인들의 사물에 대한 독특한 미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인정은 자기를 낮추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와 어긋나더라도 다른 이의 뜻에 순종하고 공감하는 것을 요구한다.


    우키요에: 무상한 현세의 풍속화

    가장 일본적인 회화라고 평가되는 우키요에는 모노노아와레가 보다 서민적으로 변형된 이키의 미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이키는 에도시대(1603-1867) 후기 상인계급에서 형성된 미의식으로 관능성을 기조로 한 도회적이고 세련된 상인 취향의 미의식이다.


    그것은 부자들이 돈에 집착하지 않고, 성적 쾌락을 즐기면서도 성욕에 탐닉하지 않는 것이며, 상대가 연정에 함몰될지라도 자신은 빠지지 않는 세련된 사랑의 방식을 지향한다.


    이것은 세속적 삶의 번잡함을 알면서도 그것에 휘말리지 않는 미의식이라는 점에서 불교적 무상감이 담긴 모노노아와레와 통한다. 그러나 이키는 서민들의 미의식으로 변형되면서 모노노아와레보다 가볍고 친근한 정서로 변형되었다. 구키 슈조 같은 이는 이키를 가장 일본적인 미의식으로 보기도 한다.


    응축된 사물의 골계미

    오카시: 미시적 사물의 발랄한 생명력

    오카시는 모노노아와레와 함께 헤이안시대 문학을 중심으로 꽃피운 미의식이다. 모노노아와레가 동정심이나 애상의 정서라면, 오카시는 귀엽고 깜찍한 것에서 느끼는 밝고 명랑한 정서이다.


    오카시의 어원은 우愚, 치痴를 의미하는 오코에서 비롯된 말로써 웃음, 명랑함, 귀여운, 사랑스러운, 익살스러운 등을 의미한다.


    오카시에는 감상과 익살의 두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는데, 감상은 대상의 가치를 인식하고 관조하여 흥겨워함으로써 정신이 해방된 것 같은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가와이이: 작고 여린 귀요미

    가와이이는 중국어의 커아이, 한국어의 귀엽다는 뜻과 유사하지만, 독특한 일본적 정서를 지닌 미의식으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awaii라는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 가와이이는 사물의 미시적이고 작은 것에서 느끼는 발랄하고 귀여운 정취이다.


    『마쿠라노소시』에서 "인형의 작은 세간들, 연못에서 들어 올린 작은 연꽃잎, 아주 작은 접시꽃, 무엇이든 작은 것은 다 귀엽다"라고 한 것처럼 가와이이는 응축된 작은 사물에서 느껴지는 귀여운 정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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