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저   자
이광연
출판사
한국문학사
출판일
2014년 08월
서   재







  •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수학의 역사! 수학은 명백하게 인문학의 일부다. 수학은 인간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베스트셀러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의 저자 이광연 교수가 집필한 이 책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수리적 사고력을 절묘하게 융합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수학의 길을 제시한다.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수학은 모든 분야에 숨어 있다

    수학, 세상을 합리적으로 보는 창

    수학에는 생각의 끈이 필요하다

    세상에 숨어 있는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인류에게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문명이 발달된 곳에서는 자연이나 실생활을 수학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생각이 싹텄다. 즉 수학적으로 생각하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갔던 것이다.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문제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논리적인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예를 들어보자.


    수학의 황제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인류 전체를 통틀어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뉴턴(Isaac Newton)과 함께 위대한 수학자 3인 중 한 사람인 가우스(Johann Carl Friedrich Gauss, 1777~1855)가 초등학생이던 10세 때의 일이다. 선생님이 수학 시간에 잠깐 동안 자신이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려운 문제를 냈다. 1부터 100까지를 더하라는 덧셈 문제였다. 다른 학생들은 1에 2를 더하면 3이고, 거기에 다시 3을 더하면 6이고 또 4를 더하면 10이고 하는 식으로 한참 동안 계산을 했지만 가우스는 달랐다. 가우스는 일찌감치 수 하나를 적어놓고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그 답을 본 순간 선생님은 가우스의 천재성을 알아챘다.


    다른 학생과 달리 가우스는 이 문제에 일정한 규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다른 학생들처럼 1부터 차례로 더하는 것이 아니라, 1과 맨 마지막 수인 100을 더하면 101, 다시 2와 99를 더해도 101, 3과 98을 더해도 101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와 같이 모두 더하면 모두 50개의 101이 되므로 가우스는 1부터 100까지의 합은 50×101=5050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정답을 구했다. 바로 임의의 등차수열(等差數列)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유도할 때 사용하는 등차수열의 대칭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렇듯 같은 문제를 놓고 대부분의 학생은 처음부터 무조건 더하여 답을 얻으려 한 반면, 가우스는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여 간단히 셈을 했다. 가우스와 같이 생각하는 것을 바로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학에서는 하나하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머지 것들을 연결하여 알게 되는 생각의 끈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연결된 끈을 찾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 수학을 배우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끈은 수학적으로 생각할 때 찾을 수 있다. 실생활의 필요에서 생겨난 수학 지식은 그것을 하나로 묶는 끈을 통해 하나의 짜임새 있는 틀로 자리잡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옳고 그름을 증명하는 수학

    수학은 옳고 그름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

    오늘날 수학의 기본적인 체계는 어떤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 판정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원론(Stoikheia)』이라는 책을 썼는데, 바로 이 『원론』이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수학의 기초가 되었다. 유클리드는 수학의 활용보다도 체계와 증명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학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유클리드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열심히 수학을 가르치고 있을 때 한 제자가 "선생님, 이런 것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클리드는 하인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저 학생에게 동전 한 닢을 주어라. 자기가 배운 것에서 무언가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 일화에서 유클리드가 수학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실 수학은 현실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수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학이 너무 복잡한 기호와 공식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호와 공식들 때문에 자연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고, 왜 이런 복잡한 것을 알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이러한 기호와 공식이 꼭 필요하다. 이 기호와 공식을 만드는 것을 "수학을 추상화한다"고 한다. 수학을 추상화한다는 말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이렇다.


    사과 2알에 1알을 더하는 경우와 나비 2마리에 1마리를 더하는 경우는 모두 2+1=3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모두 2+1=3과 같은 식으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식으로 나타낸 것을 이해했다면 이미 수학을 추상화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만일 추상화하지 않는다면 둘에 하나를 더하는 것을 사과의 경우, 나비의 경우, 도토리의 경우, 수박의 경우 등등 각각에 대해 모두 따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각각의 경우를 따로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덧셈을 이용하여 2+1=3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현실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결국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에는 추상화도 포함되는 것이다.


    수학과 음악, 환상의 조화를 이루다

    음악에서 조화를 찾은 피타고라스

    육체와 영혼의 조화를 이루는 음악

    피타고라스는 음악이 오락과 같이 단순하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오히려 그는 음악이 혼돈과 불화에 질서를 가져오는 신성한 원리인 하르모니아(harmonia)의 표현이라고 인식했다. 하르모니아는 조화라는 의미의 그리스어로 음악에서 음계를 뜻할 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 조화와 일치라는 의미도 있다. 이 말은 원래 목공예나 선박을 건조할 때 사용되던 단어로 나뭇조각을 붙이거나 묶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본질적으로 다른 원소들을 함께 묶는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음악은 2가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수학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의 구조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약 음악을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영혼의 조화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완벽하게 유지해준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어떤 지식이든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모양이나 형태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리듬과 멜로디를 듣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의 멜로디나 리듬을 통해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의 예절을 바로잡고 감정을 치료하며 육체와 영혼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피타고라스는 마음의 상태에 따른 리듬과 멜로디를 선택해서 들음으로써 슬픔·분노·욕망·실망·질투·자만심 같은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았다. 더욱이 그는 영혼과 육체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음악과 춤 그리고 몸동작을 고안했다. 즉 분별이 없거나 나쁜 감정에 휩싸여 있는 제자들에게 온음계, 반음계 그리고 반음 이하의 음정을 신묘하게 뒤섞은 연주를 들려주어 그런 부정적인 영혼의 감정을 간단히 바꾸고 돌려놓았다. 그는 또한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호메로스(Homeros)와 기원전 8세기경의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의 시를 노래로 사용하기도 했다.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이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낮 동안의 혼란과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음악도 만들었다. 그는 이런 음악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면 지적인 힘이 순수해지고, 즐겁고 예언적인 꿈을 꾸며,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이 건강에 매우 좋다고 여겼기 때문에 몸을 정화하는 의식에서 늘 음악을 사용했다. 그는 또한 각각의 시간과 계절에 맞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했다. 봄이 되면 피타고라스 공동체 사람들은 리라 연주자를 가운데 두고 주변에 둥글게 모여 앉아 리라 연주자가 멜로디를 만들어내면 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조화를 이룬 합창과 같은 노래가 만들어지면 기쁨에 넘쳤고, 그들의 이런 의식은 우아하고 질서 있게 치러졌다. 또한 이런 의식은 몸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이용되었다.


    이런 음악들은 단순히 악기나 인간의 발성기관으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형언할 수 없는 피타고라스만의 신성함이 더해진 것이었다.


    우주의 원리를 음악과 수학의 언어로 바꾸다: 음악의 법칙

    8음계와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는 일현금(피타고라스가 줄에 일정한 비율로 추를 매달면 조화로운 소리가 나는 것에 착안하여 만든 악기)을 기본으로 하여 다른 여러 가지 기구로도 실험해보았는데, 앞서와 같은 비율의 길이로 자른 대롱들을 불었을 때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었다. 같은 무게 비율의 트라이앵글을 쳤을 때와 컵에 주어진 비율대로 물을 채우고 두드렸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피타고라스는 사람들이 쉽게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리라를 비롯한 현악기들이 어울리는 음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적 체계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만든 음정은 오늘날의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라는 8음계인데, 피타고라스의 8현 리라라고도 알려지게 되었다.


    피타고라스가 대장간에서 음악적 체계를 발견했다는 일화는 저자가 불분명한 고대의 전기적 자료들에서 나온 것이므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고대의 다른 저작 중에는 대장간이 아닌 다른 이야기로 피타고라스의 음악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음정은 추 무게의 제곱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추의 무게를 이용해 음정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피타고라스가 음악의 체계를 세웠다는 사실인데, 이를 소개하기 위해 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피타고라스는 그가 발견했던 우주의 모든 기본적인 원리를 음악과 수학의 언어로 바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은 스승에게서 이러한 과학을 배웠고, 결국 우주의 조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피타고라스도 음악과 수학을 통해 우주의 조화와 육체의 건강 그리고 영혼의 열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능력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이해는 자신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인간의 품행과 예술에 담겨 있는 신성함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 속에서 빛나는 수학적 아이디어

    영화 <블라인드>의 주인공이 점자를 읽는 원리: 이산수학

    이산수학의 기본 원리를 이용한 점자

    2011년 발표된 <블라인드>(감독 안상훈)는 스릴과 유머, 감동을 두루 갖춘 할리우드식 휴먼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다. 이 영화에도 곳곳에 수학적 장치가 숨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경찰대학에 재학하며 현장실습을 나온 예비 경찰 수아는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비보이 동현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동현은 죽고, 수아는 시력을 잃은 채 살아간다.


    사고가 일어나고 3년 뒤, 혼자 살고 있던 수아는 어느 날 자신이 잠깐 있었던 보육원인 희망의 집에 들르라는 원장의 전화를 받는다. 희망의 집에 가기 위해 준비하던 수아는 뉴스에서 여대생 실종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맹도견 슬기 없이 혼자 집을 나선 수아는 장애인 전용차를 이용해 희망의 집에 도착한다.


    그녀는 원장에게서 초음파 지팡이 울트라케인이라는 시각장애인용 기계를 받는다. 그 기계는 물체가 가까이에 있으면 진동이 심하고, 멀리 있으면 약하게 전달된다. 원장은 동현의 친구들이 동현의 기일에 추모공연을 하는데 수아도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한다.


    밤비가 내리는 그날, 수아는 택시정류장에서 장애인 전용차를 타기 위해 전화를 하지만 예약이 밀려서 두 시간 정도 기다리라는 말을 듣는다. 비 오는 정류장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 택시를 타고 떠나고, 이제 수아 혼자만 남게 된다. 수아가 택시로 알고 탄 그 차는 그녀를 태우고 달리는 중간에 사람을 친다. 운전자가 차에 치인 사람을 확인하러 내리자 수아도 내리는데, 운전자는 곧 수아를 남기고 떠나버린다. 수아는 파출소에서 뺑소니 사고에 대해 증언하지만 조 형사는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편 배달부인 기섭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뺑소니 사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이 사건에 대해 2명의 목격자인 수아와 기섭은 대질신문을 받지만 조 형사는 기섭도 믿지 못한다. 신문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수아는 그동안 박스에 담아두고 있던 점자(點字)로 된 범죄심리학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수아가 읽고 있던 점자에 관하여 알아보자. 어떻게 수아는 점만 찍혀 있는 범죄심리학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점자에는 배열의 원리가 숨어 있다. 그것은 수학의 한 분야인 이산수학(離散數學)의 기본이 되는 원리다.


    이산수학에서 이산(離散, discrete)이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뜻의 연속에 대비되는 말로, 낱낱의 개체가 서로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즉 이산수학은 이산적인 대상, 이산적인 방법을 연구하는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산수학은 컴퓨터과학·통계학·대수학·사회과학·경제학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산수학은 대부분 조합이론(사물의 배열·조합을 연구하는 학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합이론은 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룬다.


    ① 어떤 모임을 원하는 형태로 배열할 수 있을까?

    ② 그런 배열이 있다면 몇 개나 있을까?

    ③ 여러 배열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배열일까?

    ④ 가장 좋은 배열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조합이론은 이산적 구조에 대한 존재성, 개수, 분석, 최적화 문제를 다루는 수학의 한 분야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조합이론의 주된 관심 중의 하나는 특정한 형태의 배열이다. 이 배열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화 <블라인드>에서 수아가 손으로 읽던 점자이고, 이런 점자는 점자책뿐만 아니라 지하철 계단의 난간과 같은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점자표의 원리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는 예로부터 여러 사람에 의해 발명되었지만, 모두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읽고 쓰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시각장애인이 읽고 쓰기에 가장 쉬운 점자는 프랑스의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가 1829년에 만들었다. 3세 때 송곳에 눈을 찔려 시력을 잃은 브라유는, 당시 프랑스 장교가 밤에 군사용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읽는 점으로 된 야간 문자를 만들었다는 데 착안해 점자를 고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사용되는 점자는 모두 6개의 점을 가로로 2개, 세로로 3개씩 배열하고, 왼쪽 위에서 아래로 1-2-3점,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4-5-6점의 고유번호를 붙여 사용한다. 이런 6개의 점을 이용한 배열이 손으로 읽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최근 조합이론을 통해 밝혀졌다.


    6개의 점은 각각 찍힌 상태와 찍히지 않은 상태로 구분된다. 따라서 6개의 점을 이용하면 모두 2⁶=64가지의 서로 다른 배열을 얻을 수 있고, 그 각각의 배열에 의미를 부여하여 만든 문자가 바로 점자다. 64가지의 서로 다른 배열 중에서도 점을 하나도 찍지 않은 것은 단어 사이를 띄우는 빈칸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빈칸을 제외한 63개의 점의 배열을 이용하면 비로소 글을 나타낼 수 있다.


    한글 글자는 첫소리(초성)와 가운뎃소리(모음), 그리고 끝소리(종성)로 구분되기 때문에 점자에서도 이를 구분해서 표기한다. 점자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첫소리 중에서 ㅇ에 해당하는 점자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첫소리가 ㅇ인 단어의 경우 해당되는 모음을 첫 번째 점자로 사용하면 된다. 숫자나 간단한 기호 또한 다음과 같이 점자로 나타내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점자로도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 복잡한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진 않지만, 이렇듯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에도 수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동양고전 속에 싹튼 수학적 사고

    『장자』와 나비효과에서 보이는 수학적 정의: 카오스

    장자와 호접지몽, 그리고 카오스

    호접(蝴蝶)이라고도 하는 나비는 나방과 함께 나비목(Lepidoptera)을 구성하며, 전 세계에 분포한다. 나비는 생긴 모습이 아름답고 가녀리므로 예로부터 시나 소설 또는 이야기의 주된 대상의 하나가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꿈에 관한 것으로, 『장자(莊子)』의 「제물론편(齊物論篇)」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되어 꽃과 꽃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꿈을 꾸었다. 그러다가 문득 꿈에서 깨어보니 자기는 분명 사람인 장자였다. 장자는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는 나비이고 그 나비가 꿈속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쏭달쏭했다.


    너무나 유명한 이 이야기는 자기와 다른 이의 구별이 없는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우화적인 비유다. 이 고사를 일컬어 나비가 된 꿈, 즉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으나 원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 밖에 나비는 현대 물리학에서도 비유로 쓰인다.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에서 나오는 용어다. 요즘 많이 소개되고 있는 현대적인 카오스를 간단하게 알아보자. 고전적인 카오스가 우주의 질서가 창조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면, 결정론적 카오스라 불리는 현대의 카오스는 거대한 창조의 의미뿐만 아니라 혼돈과 무질서라는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카오스에 대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수학적 정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카오스의 정의가 가장 그럴 듯하다고 알려져 있다. "카오스란 어떤 체계가 확고한 규칙(결정론적 법칙)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복잡하고 불안정한 행동을 보여서 먼 미래의 상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다."


    사실 이 정의도 카오스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세상의 거의 모든 일들은 불규칙적이다. 그리고 만약 세상의 모든 일이 규칙적이라면 삶에 흥미로움이나 희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정론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점(占)이다. 점은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돼 있다고 보는 것으로 보통은 사주팔자라고 하는데 이것의 기본 사상은 역(易)이다. 그런데 이 역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카오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역은 변한다는 뜻으로, 앞으로의 일을 예측은 하지만 언제든 변할 수 있으므로 정확하진 않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수학에 활용되는 카오스 이론

    오늘날 카오스는 수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계절의 특징은 알기 쉽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 비가 올 것인지 아니면 맑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온도, 태양에너지, 공기의 압력, 바람의 방향 및 속도, 강수량, 지구의 자전과 공전 등은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요소 중에서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주기성이 있다고 말한다. 1년 중의 계절은 주기성을 띠지만 하루의 날씨는 그렇지 않다. 이렇게 주기성 없는 것들, 즉 규칙적이지 않은 것들을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규칙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기상현상, 바닷물의 복잡한 흐름, 헬리콥터나 비행기 날개 끝 공기의 불규칙한 변화, 담배연기의 무질서한 운동, 야생동물 수의 변동, 태양계 행성과 위성의 불규칙한 공전 궤도 등이 있다. 하지만 카오스 이론이 등장하면서 이런 무질서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앞에서 소개한 것뿐만 아니라 돌연한 죽음의 원인 중 심장 움직임의 변화나 집시나방 수의 갑작스러운 변화, 주식가격의 변동 등도 수학적인 설명이 가능해졌다.


    카오스의 등장으로 그동안 설명할 수 없었던 구름의 모양, 번갯불의 이동 방향, 혈관의 미세한 구조 등 자연의 복잡하고 무질서한 세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물론 이런 연구는 한 분야가 아니라 수학·물리학·생물학·화학·지구과학 등 많은 분야가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카오스 이론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dward Lorenz)가 이름 붙인 나비효과다. 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린다. 나비 날개 주위의 공기가 조금씩 흔들리더니 그 옆의 공기까지 흔들리기 시작한다. 살짝 흔들리던 공기의 흐름은 더 큰 기류를 밀어내고, 밀린 공기 덩어리는 그 옆의 더 큰 공기 덩어리인 기단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비 날개의 움직임은 단계별로 점점 확산되고 세력이 커져서 마침내 커다란 기단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 결과 구름이 형성되고 구름은 심한 폭풍우가 되어 엄청난 규모의 기단을 움직여 태풍을 만들어낸다.


    이는 실로 엄청난 결과다. 사실 이런 결과들은 초기 조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크게 확대되므로 일기예보는 어느 정도 카오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의 동력학이 실제로 카오스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앞의 예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원인과 결과가 꼭 비례관계에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카오스다. 즉 결과가 원인에 비례하지 않는 세계이며, 세상의 거의 모든 현상이 선형(비례관계)이 아니라 비선형이라는 뜻이다. 카오스 이론에 의하면, 현재의 상태로는 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역사 속 인물이 풀어내는 수학 이야기

    시로 수의 개념을 확장한 김삿갓: 수의 단위

    해학적인 시구에 깃든 무한 개념

    방랑시인 김삿갓! 그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함께 우리 민족의 영원한 해학적 인물이다. 김삿갓의 원래 이름은 김병연인데, 조선 말에 선비 집안에서 태어나 과거에 급제했으나 역적의 자손임을 알고 가정과 관직을 버리고 평생 삿갓을 쓴 채 방랑하며 살았던 실존인물이다. 그의 호방하고 재치 있는 시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며, 얼마 전에는 그 일생이 소설로 그려지기도 했다. 여기서는 『소설 김삿갓』에 나오는 그의 시 중에서 수와 관련된 몇 편을 소개하겠다.


    一峯二峯 三四峯 하나, 둘, 셋, 네 봉우리

    五峯六峯 七八峯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봉우리

    須臾更作 千萬峯 잠깐 사이에 천만 봉우리로 늘어나더니

    九萬長天 都是峯 온 하늘이 모두 구름 봉우리로다.


    이는 무한과 관련한 시다. 물론 김삿갓이 무한의 본질을 알고 이 시를 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불교에서 무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보다 인간의 무지를 일깨우려는 의도로 항하사(恒河沙, 1052)나 무량수(無量數, 10⁶⁸) 같은 큰 수를 사용한 것처럼, 김삿갓 또한 무한의 개념으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려고 했던 듯하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등장한 큰 수와 작은 수

    도량형의 통일로 인해 인류의 측정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더욱 정확해졌다. 그리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정확해지는 측정단위와 그 단위들에 사용할 큰 수 및 작은 수가 필요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사용되지 않다가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큰 단위에는 컴퓨터의 용량을 나타내는 데 주로 사용되는 메가(10⁶), 기가(10⁹), 테라(1012)가 있고, 작은 단위로는 마이크로(10⁻⁶), 나노(10⁻⁹), 피코(10-12)가 있다.


    단위 명칭 가운데 앞의 시에서도 나왔던 항하사는 항하(恒河), 즉 갠지스 강의 모래알(沙)의 수를 나타낸다. (큰 수와 작은 수를 한자와 단위 명칭으로 정리한) 이 표에 의하면 김삿갓의 시에 나오는 수유는 10-15=1/1000000000000000이므로 매우 빠른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일대일대응(두 집합 A, B의 원소를 서로 대응시킬 때, A의 임의의 한 원소에 B의 원소가 단 하나 대응하고 B의 임의의 한 원소에 A의 원소가 단 하나 대응하도록 되어 있는 것)에 관한 김삿갓의 기발한 시 한 수를 소개하겠다. 어떤 사람의 회갑연에서 지은 시로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可憐江浦望 강에 나와 그 경치를 살펴보니

    明沙十里連 유리알 같은 모래가 십리에 걸쳐 있네.

    令人個個拾 모래알을 일일이 세어보니

    共數父母年 그 수가 부모님의 연세와 같구나.


    비록 김삿갓이 알고 있었던 모래알의 수는 틀렸겠지만, 이 시에 나타난 것과 같이 그는 이미 일대일대응 규칙으로 무한을 계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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