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저   자
야나기사와 시즈마
출판사
리드리드출판
출판일
2023년 03월
서   재







  •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고 끔찍하게 반응하는 대상에서 바퀴벌레는 어지간해서는 쉽게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편견과 오해가 만든 미운털일 뿐입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바퀴벌레의 생태를 이야기합니다.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단지 바퀴벌레라는 이유로

    미움받는 이유를 아세요?

    “바퀴벌레는 왜 미움을 받아요?” “음….” 어느 날, 곤충관 관람객의 이 질문에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 뜸을 들였다.  바퀴벌레가 미움받는 이유로는 바퀴벌레 본연의 ‘성질’이 한몫 한다. ‘까맣고 반들반들하다’,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하다’ 등등. 그 중 ‘집 안으로 들어온다’ 라는 그 별난 취향이 가장 큰 문제다. 


    곤충관 이벤트 때 마다가스카르바퀴(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유사한 형태의 바퀴벌레를 통칭한다)를 만져보는 부스를 설치했다. 체험에 참여한 남자아이가 바퀴벌레를 손에 얹으면서 물어보았다. “이건 뭐예요?” 마다가스카르바퀴는 날개가 없고 움직임이 둔하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바퀴벌레와 닮은 구석이 거의 없어 뭔지도 모르고 만졌던 거다. 조심스럽게 ‘마다가스카르바퀴란다’ 라고 알려주자 그 아이는 ‘아악!’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손에서 털어냈다. 방금가지 괜찮았는데 바퀴벌레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징그럽게 느껴진 모양이다. 만약 ‘딱정벌레란다’라고 알려줬다면 계속 만지지 않았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고 소름 돋게 싫어하는 어른들을 봐왔다. 이런 어른들의 반응을 답습하며 바퀴벌레에 무지한 때부터 이미 혐오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분위기에서 바퀴벌레의 무시무시한 이미지는 더더욱 거대해졌다. 바퀴벌레의 능력이 보통의 생물보다 월등하다고 믿으며 질문을 쏟아낸다.


    “바퀴벌레는 인류가 멸망해도 생존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바퀴벌레는 머리를 떼어내도 죽지 않는다면서요?” 인류 멸망 후의 생존 여부는 어떤 생물이든 조건에 따라 다를 테고, 바퀴벌레도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 머지않아 죽는다. 


    사마귀와 사촌입니다

    바퀴벌레를 설명할 때 “바퀴벌레는 곤충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바퀴벌레가 이래저래 공포의 대상이자 정체 모를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히자면 사슴벌레, 나비, 개미, 무당벌레 등과 다를 바 없는 곤충이다.


    생물의 분류 체계를 큰 단위부터 살펴보면 계-문-강-목-과-속-종이다. 이를테면, 집에서 자주 보여 낯설지 않은 먹바퀴는 ‘동물계-절지동물문(육각아문)-곤충강-바퀴목-왕바퀴과-왕바퀴속-먹바퀴’로 분류된다.


    흰개미 친척들도 바퀴목에 속한다. 이름 때문에 개미로 오해받지만, 개미와는 완전히 다른 생물이다. 개미는 벌목이고, 흰개미는 바퀴목이다. 흰개미가 바퀴벌레와 상당히 가까운 동물이라는 이야기다.


    바퀴벌레와 사마귀는 동일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가? 생판 남처럼 보여도 알집을 낳고 엉덩이에 미각이 달렸다는 등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마귀는 곤충계의 유명 인사다. 2016년부터 텔레비전에서 방영 중인 ‘사마귀 선생’의 인기 덕분이다. 곤충 매니아로 유명한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가 사마귀 탈을 쓰고 나와 다양한 곤충들을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무섭고 사나운 사마귀가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가 된 것이다.


    한 쪽은 아이들이 열광하는 인 곤충이고, 다른 한 쪽은 모두가 싫어하는 불운의 곤충이다. 이 둘이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니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이 아닌가. 너무도 극심한 격차에 차라리 내가 ‘바퀴벌레 선생’이 돼서 바퀴벌레의 지위를 높이고 싶을 정도다.



    바퀴벌레를 파헤치다

    오해가 괴담을 만들어냈어요

    “바퀴벌레는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 “바퀴벌레는 사람을 공격한다.” 공포감 때문인지 바퀴벌레에 대한 괴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오싹한 모든 괴담은 과장된 면이 있다.


    ‘바퀴벌레는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라는 괴담에서는 바퀴벌레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반면 묘한 불쾌감을 일으켜 사람들 입을 오르내리기 딱 좋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바퀴벌레는 지갑 모양의 알집에 복수의 알을 차곡차곡 넣은 뒤 천천히 알집을 낳는다.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죽기 직전에 때맞춰 산란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어쩌다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라는 말이 나온 걸까?


    먹바퀴는 알집을 낳고서 한동안 알집을 꽁무니에 달고 다니다가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면 알을 깐다. 독일바퀴는 부화하기 직전까지 알집을 가지고 다닌다. 독일바퀴는 ‘난생’ 곤충이다. 이 밖에도 알집 안의 유충이 부화된 후에 낳는 ‘난태생’ 바퀴벌레도 있고, 알집으로 영향을 공급하면서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 낳는 ‘태생’ 바퀴벌레도 있다.


    알집을 가지고 다니는 바퀴벌레를 잡을 때 슬리퍼로 내리치거나 살충제를 뿌리면 알집이 어미의 배에서 떨어진다. 바로 그 순간 알을 낳는 장면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바퀴벌레는 죽기 직전에 알을 낳는다’라는 괴담이 생겨난 게 아닐까.


    두 번째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주변에 100마리는 더 있다’라는 괴담이다. 이 괴담의 진실 여부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물론 실내에 번식한 경우라면 100마리 이상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빈번하게 눈에 띄면 해충방제업체에 연락해야 한다. 그러나 바퀴벌레는 아늑한 장소와 먹이를 구하러 사방팔방 돌아다니므로 한 마리의 실내 침입도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은 ‘바퀴벌레는 사람을 공격한다’라는 괴담이다. 바퀴벌레는 종에 따라 비행 능력이 상이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먹바퀴는 성충이 되면 훌륭한 날개가 생긴다. 그리고 온도, 습도의 조건이 충족되고 몸 상태가 양호하면 언제 어디서든 난다. ‘비행이 서툴러 활공만 가능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실은 상공을 향하거나 방향을 틀면서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람을 공격할까? 이건 바퀴벌레한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다만, 바퀴벌레는 벌이나 송충이 같은 독침이 없으므로 적과 대면하면 공격보다는 도망, 방어 혹은 숨기를 택한다. 만약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면, 그 사람을 ‘적당한 높이의 착지점’ 정도로 여긴 거다. 습격하려던 의도는 아님을 밝혀둔다.



    바퀴벌레의 매력을 발견하다

    곤충은 좋지만 바퀴벌레는 싫어요

    “언제부터 곤충이 좋았어요?” 곤충관에 근무한다고 하면 대다수 사람이 이렇게 되묻는다. 솔직히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쉬는 시간만 되면 교정에 우르르 몰려나가 장지뱀, 사마귀, 메뚜기 등 여러 생물을 잡아다 관찰했다. 어린 내게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그토록 생물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소름 끼치게 싫은 생물이 있었다. 바로 바퀴벌레다. 까맣고 번들거리는 몸, 기분 나쁘게 휘적거리는 기다란 더듬이, 도깨비의 쇠몽둥이를 연상시키는 가시 돋친 다리.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그 곤충이 끔찍이도 싫었다.


    중학생이 되어 생물을 채집하고 사육하는 자연과학부에 들어갔다. 곤충 채집에 정신이 팔려있던 어느 날이었다. 잠시 일이 있어 교무실에 들렀는데 교감 선생님이 가까이 오라고 말하며 손짓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쭈뼛쭈뼛 다가가자 교감 선생님은 화장지 몇 장을 뽑더니 내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저기 저 바퀴벌레 좀 잡으렴.” ‘못 해요! 저는 바퀴벌레가 싫은 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곤충 마니아라는 자존심이 그 말을 막았다.


    태연한 얼굴로 화장지를 접고 또 접어 바퀴벌레를 잡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 때문에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꾹 참고 교감 선생님이 벌린 비닐봉지 안에 넣었다. “잘했어, 역시 자연과학부답네.” 교감 선생님의 칭찬에 무심하게 반응하고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뭘 하려고 교무실에 갔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꾸 생각나고, 자꾸 보고 싶어졌어요

    시냇가에서는 야에야마마다라바퀴를 만났다. 성충의 크기는 일본에서 가장 큰데 유충은 위험을 감지하면 물속으로 숨어버린다. 히메마루바퀴보다 훨씬 바퀴벌레스럽게 생겨서 나는 만질 수가 없었다. ‘저쪽에 있어요’라고 내가 말하면 기타노 선배가 대신 채집해주었다. 매번 대신 잡아주니 나와 바퀴벌레의 접촉에는 진전이 없었다. 나는 낮에 히메마루바퀴를 만나 감정이 고양된 데다 ‘밤기운에 취해서’ 내 힘으로 채집하겠다는 의욕이 꿈틀댔다. 이제는 그 어떤 바퀴벌레라도 피하지 않고 맞서리라.


    각오와 다짐을 품고 바퀴벌레가 있을 만한 데를 노려 돌을 들췄다. 역시나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때다 싶어 냅다 손으로 덮쳤더니 목장갑 너머로 까슬까슬한 무언가가 발버둥 치는 감각이 전해졌다. 살기 위한 몸부림! “꺄!” 비명과 함께 손을 뗄 뻔했지만 꾹 참았다. 간담이 오싹했지만 이를 악물고 겨우 케이스로 옮겨 채집 완료! 또 한 단계, 바퀴벌레를 극복했다는 성취감에 복받쳤다.


    야에야마마다라바퀴 외에도, 성충이지만 날개가 거의 없는 타원형 모양의 사츠마바퀴를 발견하는 등 이리오모테섬에서 바퀴벌레의 다양성을 목도했다.


    어렸을 때부터 바퀴벌레가 무진장 싫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바퀴벌레가 어떤 생물인지도 모르고, 궁금해하지도 않고, 알려고 찾아보지도 않고 거부감만 가지고 있었다. ‘바퀴벌레 = 불쾌한 존재!’ 이 공식에 함몰돼 무조건 반사적으로 싫어했다.


    그러나 곤충관에서 먹바퀴가 귀엽게 보인 순간, 굳건했던 내 고정관념이 깨졌다. 먹이를 주면 허겁지겁 몰려오는 모습 사랑스럽다. 더듬이를 갸웃거리며 애교도 부린다. 찬찬히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게다가 세상에 존재하는 바퀴벌레는 먹바퀴만이 아니었다. 동글게 몸을 말거나, 물속으로 숨거나, 날개가 없고 색깔도 검은색이 아니었다. 기존 이미지와 다른 종의 바퀴벌레가 너무도 많아 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제 바퀴벌레는 내게 흥미로운 존재가 되었다. 나는 보다 깊이 탐구해보고 싶어 무작정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바퀴벌레’를 뭉뚱그려 취급하지 않고 다양한 바퀴벌레로 시선을 돌려본다. 그렇게 바퀴벌레와 진지하게 마주하자 그들만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행착오의 터널을 지나 사육에 성공하다

    생각보다 키우기 쉬워요

    바퀴벌레가 굉장히 키우기 쉬운 생물임을 사육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성충과 유충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사육할 수 있다. 곤충 중에는 유충과 성충의 생활 방식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무당벌레 유충은 부엽토에서 생활하고 부엽토를 먹으며 자란다. 부엽토 속에서 번데기가 되고, 우화하면 수액을 먹이 삼아 숲속 여기저기를 누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번데기가 될 장소를 물색한다. 그리고 번데기에서 우화하면 날개를 뽐내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식물의 꿀을 먹으며 활동한다.


    사육하는 동안 생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무당벌레나 배추흰나비의 유충과 성충은 각각 사육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바퀴벌레는 유충과 성충 모두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한다. 육 방법도 거의 똑같아 한 개의 케이스 안에서 부화부터 번식까지 모두 가능하다.


    둘째, 다수의 개체를 함께 사육할 수 있다. 사마귀 같은 육식 곤충의 일부는 동족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래서 한 마리 한 마리를 각각 다른 케이스에서 사육해야 하므로 다소 번거롭다. 그러나 바퀴벌레는 사체를 먹을지언정 살아있는 개체를 사냥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수의 개체를 한 개의 케이스 안에서 사육하니 손도 덜 가고 한정된 시간 내에 다양한 종류를 사육할 수 있다.


    셋째, 많이 번식한다. 사육의 지속성 면에서 번식 용이성은 중요하다. 앞선 설명처럼 바퀴벌레가 사마귀처럼 동족을 잡아먹는 경우는 희박하다. 교미할 때 잡아먹힐 걱정이 없으니 같은 사육 케이스 안에 암수를 함께 넣어놓고 유유히 번식을 기다릴 수 있다. 간혹 번식이 어려운 종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복수의 짝이 있으면 알아서 번식한다. 그리고 수명을 다한 개체가 죽더라도 새끼가 태어난 상태라면 계속 사육할 수 있다.

     

    이렇게 장점을 모아보니 바퀴벌레를 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육 용이성’이라는 관점에서 바퀴벌레는 매우 고마운 생물이다. 게다가 ‘잡식성이라 가리지 않고 먹는다’, ‘탈피 후에 하얘져서 예쁘다’, ‘경계를 세울 때는 재빨리 움직이지만, 긴장이 풀리면 얌전해서 몹시 귀엽다’ 등 사육하는 즐거움을 주는 생물이다. 어느새 나는 바퀴벌레에 사로잡혀 버렸다. 고백하자면 이제 바퀴벌레가 ‘좋아졌다’.



    바퀴벌레 연구를 시작하다

    기대를 품고 떠난 오키나와, 요나구니섬

    “올해는 어디로 갈까요?” 이리오모테섬으로 채집 출장을 다녀온 지 어언 일 년. 2018년에도 채집 출장을 가기로 했다. ‘바퀴벌레 전시’가 열렸던 해이다. 다른 섬으로도 떠나서 여러 생물을 발견하고 싶었다. 이리저리 고민하면서 가고시마현과 오키나와현의 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지 기타노 선배와 회의한 끝에 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결정했다. 출장을 떠나는 3월은 기온이 차차 올라가긴 해도 생물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가 떨어지면 제법 쌀쌀해서 곤충도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온화한 지역이 좋았다.


    요나구니섬은 일본의 최서단에 위치한 섬이다. 오키나와의 나하 지역에서 약 500킬로미터, 대만에서 약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오키나와보다 대만에 더 가깝다. 구글 지도의 항공사진을 보니 숲이 울창했다. 요나구니마루바네쿠와카네라는 사슴벌레, 요나구니마이마이라는 달팽이 같은 토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바퀴벌레 종류도 조사해봤다. 후타텐코바네바퀴, 오가사와라바퀴처럼 오키나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종류 외에도 ‘수수께끼 루리바퀴’가 서식한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수수께끼 루리바키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이 루리바퀴가 이시가키섬, 요나구니섬의 루리바퀴(루리바키속 루리바키)와 동일한 종인지 아니면 신종 후보인지 아직 확실치 않아서 ‘수수께끼’이다. 그래서 더욱 이 바퀴벌레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채집에 성공해 사육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드디어 수수께끼 바퀴벌레를 채집할 기회가 왔다.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의욕이 활활 불타올랐다.


    수수께끼 바퀴벌레를 찾아라!

    2018년 3월, 요나구니섬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채집에 나섰다. 요나구니섬은 이리오모테섬이나 이시가키섬보다 건조한 환경이 많아 생물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는 뭐라도 있겠지?’라고 짐작한 장소마저도 꽝이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쪽저쪽에서 다양한 곤충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손바닥 길이 정도의 대벌레목으로 일본에 두 종류밖에 없다는 전갈 중 하나인 마다라사소리까지 나왔다. 요나구니아카아시카타조우무시라는 바구미와 요나구니마이마이처럼 요나구니섬의 이름을 딴 생물도 발견됐다. 역시 난세이 제도는 흥미진진하다.


    바퀴벌레도 다량 발견했다. 우아한 검은색의 우루시바퀴, 고운 호박색의 모리바퀴의 친척들, 유리세공 무늬가 있는 우스히라타바퀴 등이 눈을 돌리는 곳마다 군데군데 붙어있었다. 바퀴벌레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 같은 광경이다. 촬영하면서 채집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수수께끼 루리바퀴’는 아무리 찾아봐도 정말이지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루리바퀴의 친척을 채집해본 경험도 없어서 어떤 환경에서 발견될지 미지수였다. 수컷 성충은 대낮에 숲속을 비행하거나 낙엽 위에서 발견된다고 하는데, 암컷 성충과 유충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새벽까지 채집하느라 다음 날은 점심 지나고서 움직였다. 슬슬 적응되면서 낮 동안에도 생물을 발견했지만 그래도 야행성 생물을 보려면 역시 밤이 최고였다. 여유롭게 무당벌레를 찾아다니면서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밤이 되었다. 활동하기 시작한 생물들을 관찰하는데 난데없이 그 순간이 찾아왔다. 한 수목에서 1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에 털이 난 갈색 생물을 발견한 것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찾았다! 루리바퀴!”


    의심할 여지없는 루리바퀴속 유충이었다. 손이 떨려 잘 안 잡히면서 당황하는 사이에 유충이 밑으로 또르르 떨어졌다. 헤드라이트로 어둠을 헤치며 필사적으로 찾아보았지만 그림자도 안 보였다. 또 다른 개체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근처에서 채집 중이던 기타노 선배가 갈색 물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는?”


    열심히 보니 루리바퀴 유충이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채집했다. 그래도 처음 발견한 그 한 마리가 자꾸 눈에 밟혔다. 아까 떨어뜨린 데를 다시 샅샅이 수색했다. 10분 정도 흘렀을 때 애타게 찾던 그 루리바퀴를 흙 속에서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로또 1등에 당첨된 것마냥 외쳤다. “오오오오!” 그 후로도 그 근처를 한참 뒤졌는데 다른 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채집한 두 마리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바퀴벌레의 성별은 복부 끄트머리로 구별한다. 루리바퀴 수컷은 복부 마디가 9개, 암컷은 7개다. ‘수수께끼 루리바퀴’의 복부 끄트머리를 보니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보다 마디 수가 더 많았다. 암수 한 쌍이라니 기적이다. 잘만 사육하면 번식도 가능하다. 이 두 마리를 끝으로 더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성과다. 시즈오카로 돌아가는 길은 흥분 그 자체였다.


    바로 곤충관 사육 케이스 제작에 돌입했다. 바퀴벌레 전시 때 양식자를 통해 루리바퀴를 구입해 사육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이때의 경험을 미루어보면 루리바퀴 친척의 수컷 성충은 수명이 짧았다. 부화하고 두 달 정도 지나면 상당히 쇠약해진 기억이 난다. 그러므로 수컷이 먼저 부화하고 암컷이 뒤늦게 부화해 성충의 시기가 어그러지면 번식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수컷은 낮은 온도, 암컷은 높은 온도에서 사육해 암컷의 부화를 앞당기는 작전을 세웠다.



    바퀴벌레를 기록하다

    미기록종에 이름을 지어 주다!

    종을 기록할 때, 새로운 종에 전 세계 공통의 이름인 ‘학명’을 부여한다. 학명은 라틴어(혹은 라틴어로 변환한 다른 언어)로 ‘속명’과 ‘종소명’ 두 단어로 표기하는 게 규칙이다.


    루리바퀴속 종의 속명은 기존에 있던 ‘Eucorydia’를 사용하면 되고, 종소명은 정해야 한다. 상의한 결과, 요나구니섬에서 발견한 ‘수수께끼 루리바퀴’에는 요나구니 지역의 방언이자 요나구니섬을 가리키는 ‘도난’을 따 ‘donanensis’을 붙였다. 아마미오섬, 아쿠세키섬, 도쿠노섬, 우지 군도의 우지섬에서 발견한 ‘제3의 루리바퀴’는 아쿠세키섬에 있는 도카라 열도를 의미하는 ‘tokaraensis’라는 종소명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학명뿐 아니라 ‘일본명’도 정해야 한다. 일본명과 학명은 각각 ‘우스오비루리바퀴’, ‘아카보시루리바퀴’다. 내가 종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삶을 통틀어 경이로운 일이었다. 생물을 좋아하는 모든 이가 선망하는 경험을 하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종의 기록과 관련해 ‘정기준표준’을 지정한다. 정기준표본이란 기록 논문에서 지정하는 학명의 기준이 되는 유일한 표본이다. 또한 정기준표본 외에도 기록에 사용된 표본을 몇 가지 지정해둔다. 이는 부모식표본으로 해당 종의 개체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정기준표본, 부모식표본 같은 ‘타입 표본’은 분류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도 훗날 연구에 이용되도록 연구에서 지정한 타입 표본을 국립과학박물관에 소장해달라고 부탁했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