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어서 와, 연예기획사는 처음이지?

저   자
벨루가
출판사
마인드빌딩
출판일
2022년 05월
서   재







  • “연예기획사 다니면 뭐가 좋아?” 좌충우돌 첫 회사 생활부터 연예기획사 직원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에피소드,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속사정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꿈을 품은 취준생들을 위한 소소한 꿀팁까지 모두 알려드립니다!



    어서 와, 연예기획사는 처음이지?



    어서 와, 연예기획사는 처음이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덕후였다

    나는 학창시절 별명이 ‘걸어 다니는 멜론’이었을 정도로 대중음악을 좋아했다. 더 오래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누군가의 팬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H.O.T의 <캔디>가 나왔다. 강타를 제일 좋아했던 나는 용돈을 모아 문구점에서 H.O.T 다이어리를 사기도 했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던 시점, 나는 <육아일기>로 국민 가수가 된 god의 팬이 되었다. 당시 지방에 살고 있었기에 서울로 공연을 보러 다닌다거나 공개방송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TV로 그들의 무대를 보면서 응원하고, 또 <촛불 하나> 같은 따뜻한 노래로 위로를 받곤 했다.


    시간이 흘러 2004년이 되었다. 하루만 네 방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혜성처럼 등장한 동방신기라는 이름의 다섯 소년은 중학생 소녀의 덕심(덕후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들이 나오는 무대는 물론 케이블 예능, 라디오까지 섭렵하며 일거수일투족을 파헤쳤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 그들이 입은 옷을 따라 입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써서 읽고,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가방에 달고 다니고, 얼굴이 나온 잡지를 오려 붙여서 필통을 만들고, 그들이 광고하는 과자를 사 먹고…… 참 다채롭게도 덕질했다.


    그 뒤로도 나는 쭉 다양한 분야를 덕질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전국을 휩쓸었던 시절에는 한 프로게이머의 팬이었고, 내가 만든 치어풀(프로게이머 모니터 옆에 팬들이 남든 응원 이미지를 출력해서 놓은 것) 배너가 운 좋게 방송을 탄 적도 있었다.


    성인이 되면 덕질을 멈출 줄 알았건만, 대학생이 된 후엔 B.A.P라는 아이돌 그룹에 빠지고 말았다. 이쯤 되면 나의 몸속에는 덕후 DNA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우리 모두가 몸속에는 덕후DNA가 있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덕후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뛰어들다

    취업 시장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시는 동안 “원래 내가 좋아했고,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내가 쌓아온 시간의 기록을 꼼꼼하게 되짚었다. 그러자 내 모든 순간에 ‘덕질’이 있었으며, 덕질의 중심에는 연예인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을 응원하고 지켜볼 때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런 그들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나는 연예기획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누구나 이름을 알 만한 대형 기획사 몇 곳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연예기획사는 대부분 중소 규모이다. 따라서 홍보팀 담당자가 영어로 공지사항도 쓰고, 콘서트 티켓 판매 부스에서 외국인 팬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야 한다. 게다가 촬영용 소품도 준비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 임했다가는 탈락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측면을 미리 인지하고 그에 대한 질문과 답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나의 첫 아이돌

    내가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처음 맡은 업무는 새로운 앨범의 쇼케이스 준비였다. 쇼케이스는 새로운 앨범이 나오면 기자들을 초청하여 무대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담긴 앨범을 세상에 공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홍보팀 직원은 아티스트의 스케줄을 따라가는 업무가 많지 않아서 아티스트와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비록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업무 상 자주 만나게 되면서 아티스트의 일상을 지켜보게 됐다.


    그들의 앨범 맨 뒤에 남아 있는 내 이름 세 글자는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 중 하나이다. 앨범 맨 뒤에는 앨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앨범이 발매되고 나면 회사에서는 아티스트의 싸인을 받아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항상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라고 적인 문구에 내심 감동 받았던 기억이 있다.


    연예기획사 홍보팀 직원의 하루

    주말과 공휴일 근무는 연예기획사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본래 연예기획사 홍보팀의 근무 시간 자체가 부정확한 경우가 많고, 소속 연예인들이 나오는 방송은 주말이나 휴일을 가리지 않으니 쉴 틈 없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홍보팀은 가끔 새벽이나 주말에 현장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워라밸과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엔터테인먼트 업계와는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연예기획사 홍보팀으로 일하면서 주로 진행했던 업무는 해당 가수 기사나 방송 모니터링, 리뷰 기사 보도자료와 컴백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SNS 콘텐츠 기획, 촬용 소품 준비, 기자 회견과 쇼케이스 준비, 기자 응대 등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해당 아티스트의 홍보와 관련된 모든 일이다.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인물 검색 정보도 홍보팀에서 변경한다. 새로운 프로필이 나오면 사진을 교체하고, 잘못된 정보나 관련 없는 연관 검색어가 있을 경우 포털 사이트에 수정을 요청하는 일도 홍보팀의 몫이다.


    만일 소속 배우가 드라마 촬영 중이라면 드라마별로 개설된 다음Daum 카페에 올라온 일정표와 대본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기삿거리가 될 콘텐츠를 촬영하고 정리해서 보도자료로 만든다. 드라마 외에서 기업 행사나 광고 촬영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직접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 보도자료의 콘텐츠로 제작하기도 하고, SNS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경우 각 포지션의 업무가 세세히 분업화되어 있겠지만 대부분의 중소 연예기획사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해야 한다. 나 또한 홍보팀이었지만 각종 행사에 차출되어 잡다한 업무를 해야 할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적디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어떻게 그 많은 업무를 다 했니 싶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 아니면 내가 언제 월드 투어 기자 회견을 준비해보고, 해외 공연 홍보를 위한 출장을 가볼 수 있었을까? 연예기획사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콘서트에 온 팬들의 환희와 행복에 찬 얼굴을 보며 뿌듯한 감정을 느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후회는 없다.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종종 연예기획사에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연예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너무 큰 환상을 갖고 업계에 들어오면, 괜한 실망감만 쌓여 좌절을 느낄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직이 잦아서, 연예인들도 오래 함께한 직원이 아니면 마음을 열지 않고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을 주지 않는다고 할까?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항상 같이 다니는 매니저들이나 헤어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스텝들과는 친하게 지내거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일 붙어 다니기 때문에 가능한 특수성이다.


    연예기획사 직원으로서 경계해야 할 것은 ‘현타 오는 순간’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연예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외적으로 출중하며 일반인과 수익의 단위가 다르고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완벽해 보이는 그들과 일하다 보면 문득 현타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감정을 참느냐 못 참느냐에 따라 엔터네인먼트 업계에서의 생존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현타 오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연예기획사를 떠나게 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떠난 사실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마다 성향을 다를 수 있으므로 빠른 변화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생동감을 느끼고 싶다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경험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연예인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큰 기대감 없이 본인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저들도 똑같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직무에 대한 자신감으로 무장한다면 언젠가는 제2의 방시혁과 이수만이 되어 업계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내가 얻은 것

    월드 투어를 위한 해외 출장

    홍보팀에서는 콘서트나 기자 회견, 쇼케이스 등 각종 행사를 위한 장소를 대관하는 일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행사 내용부터 시작해서 반입과 철거 예정은 언제인지, 들어오는 집기는 무엇인지, 주차권이 필요한지, 차량 등록을 위한 차량 번호 기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나중에는 머릿속에 필요한 항목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경지에 오른다.


    기자 회견이 매번 출장으로 이어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첫 해외 출장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소속 가수의 해외 공연에 대한 기자 회견이 끝나고 몇 주 뒤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다. 해외 출장의 목적은 “우리 가수가 월드 투어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수의 멋진 공연을 기사로 실어주세요”라는 내용을 각 매체 가요 담당 기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주로 했던 일은 초청된 기자들을 인솔하고 케어하고 요청 사항들을 들어주는 업무였다. “저 멤버 누구냐, 이 노래는 어떤 노래냐, 옆에 일본 관객들에게 공연 소감 멘트 좀 받아 달라” 등 공연 중간중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콘서트가 끝난 다음은 뒤풀이 차례였다. 뒤풀이라고 안심하거나 풀어져서는 안 된다. 그날도 역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뒤풀이에 가지 않고 먼저 호텔로 가겠다는 무리가 생긴 것이다. 결국 팀장님이 뒤풀이에 가지 않는 분들을 케어하여 호텔로 이동했고, 나는 혼자서 나머지 기자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해외 출장을 통해 깨달았다.


    연예기획사에서의 시간이 내게 남긴 것

    웬만한 야근에는 끄떡없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야 말로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이 있는 경우 주말에도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남들 다 쉬는 공휴일이나 명절일지라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속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는 게 홍보팀 직원의 일이기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야 할 때가 많은 것이다.


    만일 소속 연예인이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방송을 보면서 보도자료를 써야 한다. 실제로 추석에 지방에 내려가서도 노트북으로 방송을 보면서 캡처하고 바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일이 많다. 또, 연말에는 각종 시상식 때문에 연말 분위기를 느낄 겨를이 없다. 물론, 머리로는 소속 연예인의 작품이 흥행해서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상식 때문에 연말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음악 시상식 모니터링 때문에 새해를 회사에서 맞이한 적도 있었는데, 조용한 사무실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듣던 때가 잊히지 않는다.

    핫 플레이스를 많이 알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야근이 많긴 하지만 업무 시간 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자들이나 업계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핫한 곳들을 많이 알게 된다.


    삼청동 뒷골목에 영화배우들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아지트 같은 오래된 노포 술집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들이 많다 보니, 작품의 현장 속에서 생생한 생동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인이 그런 현장감에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전해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 글쓰기의 달인이 된다.

    무수히 많은 보도자료를 쓰면서 방금 본 드라마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길렀다. 또, 배우들에게 인터뷰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서 보여주고 예상 답변을 체크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저절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는 능력을 습득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쓰는 근육이 발달해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연예기획사에서 홍보 일을 하면서 경험했던 많은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더 단단하게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힘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현타가 오는 순간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다 보면 현타가 오는 순간이 꽤 있다. 아니, 자주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연예인들의 수입은 일반인이 평생 벌어도 손에 얻지 못할 만큼 많다. 반면 나의 월급은 그들에 비하면 하찮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그들의 씀씀이를 옆에서 지켜보게 되면 더욱 현타를 느끼기 쉽다. 스케줄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해서 야근해야 하는 나와 달리 비싼 스파 마사지를 밥 먹듯이 받고, 마치 편의점 드나들 듯 명품매장을 방문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찾아오는 현타에 괴로웠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부분만 봤을 때의 이야기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반 회사원이라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거액을 턱턱 쓰는 연예인들의 삶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항상 불안감을 갖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도 항상 대중에 관심에 목말라하고. 어떻게 하면 대중들의 인기를 더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연예기획사가 전쟁터라면, 연예계는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머리로는 상상하지 못할 그들만의 고통스러운 삶이 존재하는 것이다. 많이들 알다시피 데뷔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은 데뷔하기 위해 연습생부터 수년간의 고독한 시간을 끈질기게 견뎌냈기에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연예기획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예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현타를 느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그들이 누리는 혜택 아래 그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오는 현타를 막지 말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서 더욱 일에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행운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내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떠난 이유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참 좁다. 퇴사 후 이직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서로 마주치는 일도 많다. 즉,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퇴사할 때에도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연예기획사와 홍보대행사 등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이는 매체 행사가 열리는 일이 많기 때문에 태도를 조심하는 것이 좋다. 그런 행사에서 각종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진짜 강한 사람이구나.’


    내가 엔터테인먼트를 떠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상상해본 미래의 내 모습이 희미하고 공허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 때문에 퇴근 후에도 온전히 내 삶을 즐기지 못했다. 전화기에 기자 이름만 떠도 벌벌 떨 정도로 전화에 대한 공포를 느끼던 때였다.


    이런 저런 고민들로 망설이던 때, 인터넷에서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른 사람의 일화를 보게 됐다. 백화점 직원은 그에게 “고객님의 크리스마스는 누가 챙겨주나요?”라고 물으며 각종 샘플을 한가득 챙겨주었다고 한다. 이 일화를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일화 속 백화점에 들른 사람은,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는 나 자신과 같았다. 나 대신 소속 연예인에게만 집중하던 시간이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나의 일상, ‘나’라는 사람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가 어디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바닥에는 벽에도 귀가 있어!” 그 말에 정말 공감했다. 촬영대기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주고받는 내용도 많아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런 일거수일투족이 기삿거리가 되는 정보가 되기 때문일까? 내가 전혀 알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 않더라도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숱한 소문들이 돌고 도는 그 무한궤도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에는 내가 빈껍데기 같이 느껴졌다. 만약에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면 너무 애쓰지 말자.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하자. 회사에서 나를 힘들게 만드는 직장 상사나 동료도 회사를 나가면 그저 무수히 많은 타인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찰떡같이 잘 골라서 오래 일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 번에 딱 맞는 직장을 찾기는 어렵다. 어쩌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직접 겪어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처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익숙함이란 식상함의 완곡한 표현이다. 어떤 일에 너무 익숙해지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 얼마 전 망원동에 있는 ‘알맹상점’에 다녀왔다.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그곳은 내가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일을 행하고 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공간과 커뮤니티가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자, 나도 동참해야겠다는 의지와 기분 좋은 에너지가 샘솟았다. 만약 일상이 지치고 힘들다면 자주 가는 공감을 바꿔서 새로운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막연히 생각만 했던 장소를 가본다거나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본다든지 하는 일상 속 작고 새로운 도전 말이다. 우연히 도착한 그곳에서 엄청난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해서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소소하지만 새로운 행복. 일명 ‘소새행’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일일 많아질수록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테니 말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친구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마라톤 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골인 지점에서 들어서고 메달을 받을 때는 새벽부터 일어난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든든한 동지가 생긴 것만 같은 기분에 나와 함께 긴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온 사람들에게도 눈인사를 건넸다.


    회사 생활은 마라톤 경기를 닮았다. 끝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싶을 만큼 길고 지난한 여정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와 함께 긴 코스를 달리는 동료가 있다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만약 지금 가고 있는 일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들이나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아마 대부분 흔쾌히 대답해줄 것이다.


    만약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업계에 도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꼭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가 아니더라도 모델을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모델 에이전시라던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전담하는 MCN 등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히면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으니 유연하게 생각하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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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