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상식이 결여된 카페

저   자
보쿠노 마리(역:김수정)
출판사
마인드빌딩
출판일
2022년 11월
서   재







  • 손님과 싸워도 좋다는 이상한 카페가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손님 대접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비상식적인 사람들에게 대응할 힘을 기르고 용기를 키우며, 변화하기 시작하는 이야기! 세상을 바로잡을 비상식 응징 에세이!



    상식이 결여된 카페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카페

    나는 자그마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일하는 사람이 왕이자 법이다. 세상의 통념이 통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손님이 오면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직원 모두에게 사랑받는 손님이 오면 등장만으로 웃음소리가 흘러넘친다. 정말 인간미 넘치는 가게다.


    이름을 모르는 단골은 별명을 붙여 부르는데, ‘모두에게 미움받는 부부’, ‘이상한 사람’처럼 심플한 별명부터, ‘도시 전설’, ‘재고 흡입 괴물’ 등 특징을 살려 만든 별명까지 다양하다. 아메리카노가 보리차 색보다 연해질 때까지 찬물을 계속 부어 마시는 진상 아줌마는 ‘무한 아메리카노’라고 부른다. 보통은 너무 징글징글해서 상종도 하기 싫은데, 이렇게나마 별명을 붙이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물론 이런 안 좋은 별명뿐만 아니라 ‘너무 잘생긴 민머리 오빠’, ‘평화 마을 촌장님’처럼 애정을 담은 별명도 있다.


    서비스직이지만 무례한 사람이나 매너가 나쁜 사람에게는 보통 직접 주의를 준다. 빈 버블티 컵이나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왔다가 그대로 가게에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때면 흘깃 눈치를 주고는 계산할 때 그 쓰레기를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대부분 민망한 웃음을 짓거나 일행끼리 무섭다고 쏙닥대는 반응을 보인다. 어째서 가져온 쓰레기를 당연히 버려줘야 하는지 되레 묻고 싶다.


    쓰레기를 의자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고 가는 더 악질적인 사람도 있다. 그러면 가게 밖까지 쫓아가서 ‘물건 두고 가셨어요’라며 쓰레기를 내민다. ‘아, 됐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그거야 이미 알고 있으므로 ‘저희도 필요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아닐 때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


    손님이 가게를 거르듯이 우리 가게는 손님을 거른다. 불쾌하거나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손님에게는 ‘더 이상 우리 가게에 오지 마세요’라며 출입 금지령을 내린다. 그중엔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있다. 출입 금지령에 황당해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면 살면서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지적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 같다. ‘네가 뭔데’, ‘손님은 왕이야’라며 도리어 더욱 성내는 이들도 있지만, 그때마다 논리로 때려준다. 우리에게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가게로서의 자존심’이 있다.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손님 대접할 필요가 없다는 이념이 이 가게의 근간이다. 돈을 내니까 뭐든지 요구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직원도 감정을 느낀다. 불합리한 클레임이나 지나친 억지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아니라고 느끼는 일에 계속해서 자신을 굽히면 나도 모르는 사이 존엄을 잃는다.


    예전의 내가 그랬다. 수긍할 수 없는 일에 고개를 숙이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품은 채 일하다 보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자신을 죽여가며 일하는 곳이 사회라면 그런 곳에서 더는 숨 쉬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나의 감정을 온전히 소중하게 돌보며 강해졌고,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하게 되었다. 단단하고 강한 마음은 친절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지금은 내가 있을 곳을 찾은 것처럼 정말 행복하다.


    날마다 다양한 손님과의 만남이 이어지는데, 분명 좋은 손님도 많다. 가게에 찾아와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질 만큼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그 사람의 표정, 말, 목소리, 행동을 나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한다. 설거지로 손끝이 다 부르트고 아무리 피곤해도 그들을 떠올리며 조금 더 힘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가게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고, 그 사람이 가게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부디 이곳이 위안을 주는 장소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긍지를 갖고 일한다.


    다들 서비스직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느라, ‘직원’에게만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가게에 오래 다니고 싶다면 손님도 ‘좋은 손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판 모르는 남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지위나 위치에 상관없이 어떤 사람이든 존중할 줄 알아야 훌륭한 손‘님’이라 할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세상의 통념에서 한참 벗어난 카페일지도 모른다. 손님이랑 싸워도 되고 접객 매뉴얼도 없다. 일하다가 서로의 연애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돼먹은 가게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 가게 사람들은 사이가 매우 좋아 하나로 똘똘 뭉쳐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을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하러 가기 싫다고 생각한 날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이 가게를 정말 사랑한다. 그러기에 무례한 손님에 맞서 싸울 수 있다.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 맛있는 메뉴, 양심적인 가격. 이 이상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다른 가게로 간다고 해도 말리지 않는다. 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 어서 오세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카페에.


    다정한 마음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친절’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친절의 모습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선의가 전해지지 않기도 하고, 악의는 전혀 없는데 오해가 생겨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런 불통으로 마음이 지칠 때마다 사람과 관계 맺기를 포기할 뻔도 했다. 그랬던 내가 최근 몇 년간 변했다.


    ‘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요?’라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일 있어서 정말 싫었어’라고 솔직한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에 고기 먹으러 가자’라거나 ‘오늘 일 끝나고 한잔하러 가지 않을래요?’라고 같이 놀자는 제안도 가능해졌다. 계속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나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손을 베이면 바로 반창고와 소독약을 챙겨주고, 유리잔을 깨뜨리면 ‘다치지 않았어?’라고 걱정해주고, 한여름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면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는 상냥함. 사소한 일들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쁠 따름이다.


    친절한 마음의 형태는 다양하다. 피곤할 때 건네주는 초콜릿, 빈혈 증세가 있을 때 전해주는 철분 음료, 기운이 없을 때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따뜻한 말 한 마디, 언제고 이런 따스한 마음 씀씀이에 행복해진다.


    지금까지 나는 사람의 단점만 보아왔다. 그저 일일 분이니 나 자신과는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불퉁한 생각을 하며 지냈다. 물론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었고, 그로 인해 화가 나거나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훨씬 많다.


    다른 사람 덕분에 행복했던 일, 나를 일으켜 세워주던 말 한 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며 누군가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고까지 바라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스스로 낮잡거나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며 나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지금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무너지기 쉬운 정신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의 장점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예전보다 성장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전부터 ‘먹보 동물’이라는 과자를 좋아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비스라는 오래된 유명 브랜드에서 나온 동물 모양의 비스킷으로 굿즈도 팔고 있다. 어느 날 선배가 ‘이거 좋아한다고 했지?’라며 ‘먹보 수족관 시리즈’ 뽑기를 주었다. 뽑기를 열어보니 한쪽 손을 든 북극곰이 온화하게 웃고 있는 자그마한 피규어가 들어 있었다.


    그녀가 뽑기를 발견한 뒤 동전을 넣고 (그때 마침 동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부러 지폐를 동전으로 바꿨을지도 모른다) 나를 위해 레버를 돌리는 풍경이 바로 떠올랐다. 내가 기뻐하니 다른 주변 사람들도 뽑기를 해서 주었다. 덕분에 이제 곧 완성이 코앞이다.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장식한 ‘먹보 수족관’의 북극곰과 고래가 빙긋이 웃고 있다. 오늘도 힘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갈림길

    한때 나는 회사를 다녔다. 아주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지만 불과 몇 해 전 일이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일하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채 그만두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일하게 된 곳이 바로 지금의 가게다.


    도쿄에 있는 사립대학을 다니던 나는 4학년이 되어서도 주위 사람들처럼 취업 준비에 전념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채용 설명회 정도는 가도 괜찮았을 텐데, 싶지만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고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몰랐다. 이런 고민을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끙끙댔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성격도 한몫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취업 준비를 그만두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일하고 싶었으며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책과 음악을 좋아하던 나는 어느 쪽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제한 시간은 서서히 끝나갔다. 일단 취직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여성 속옷 제조사의 면접을 봤다. 그냥저냥 본 면접이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면접을 본 회사가 이곳뿐인, 어이없는 취업이었다.


    그 회사를 고른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이유인데 당시에는 절실했다. 취직한 회사를 알게 된 동기들은 대단하다며 나를 추켜세웠고 부모님은 안심했다. 그리고 이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평범한 인생을 걸어가는 것이 나도 주변도 행복한 일이라고 믿었다. 설령 그것을 위해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더라도 말이다.


    엄격한 연수 기간을 거친 뒤 나는 매장에 나갔다.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점장이 되었고 늘 이른 출근과 야근을 반복했다. 원래 성실한 성격인 걸지도 모르겠다. 높은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몇 시간이고 일했다. 눈앞의 실적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결과가 전부인 세계였다. 그쯤부터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점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적을 올리면 시샘을 받았고, 거래처의 아저씨들은 성적인 질문을 하거나 사적인 식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고객의 불합리한 민원도 견뎌야 했다. 되받아치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솟았지만 나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어쭙잖은 대응은 할 수 없었다. 마음에도 없는 ‘죄송합니다’를 되풀이하며 괴물 같은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느라 바빴다.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서서히 병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일했다. 여느 때처럼 출근하던 어느 날,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원래도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주량이 매일 늘어갔다. 늘 가던 술집에서 혼자 잔을 비우고 있었는데 잔에 눈물이 퐁 떨어졌고 그 순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티지 않고 당장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렸고 나하고는 무관하다고 여겨왔던 병명을 진단받았다. 이제 그만하자, 다 그만둬버리자. 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에는 조증 상태였다. 이직할 곳을 찾지도 않고 백수인 채로 비행기, 기차, 버스를 타고 일본 전역을 여행했다. 한없이 자유로웠다. 발 닿는 대로 떠나고 마음 가는 대로 떠돌며 술에 취해 잠들었다. 24살의 봄, 나는 현실로부터 계속 도망치고 있었다. 교토의 가모가와 강에서 맥주를 마시던 어느 날 밤, 인제 그만 스스로를 용서하자고 마음먹고 도쿄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단 뭐가 됐든 일을 해야만 했다. 담배 피우러 들어간 카페 입구에 직원을 구한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주저주저하면서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정말 충동적인 행동이었지만 마로 마스터와 연결되어 면접 날짜를 잡았다. 그날 막 벽보를 붙인 참이었다던 마스터는 놀라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이어질 연이었나 싶다.


    면접은 하여간 길었다. 공들여 쓴 이력서는 별로 보지도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기보다는 마스터의 가게에 대한 태도나 생각을 설명했고, 그 생각에 동의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이 가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친절함과 배려가 필요하지, 일은 못 해도 된다고 말할 때는 충격을 받았다.


    친절함과 배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그것들이 없으면 일은 성립하지 않고, 일이 즐겁지 않으면 일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마스터의 지론이었다. 나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라는 한 마디에 그곳에서 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벌써 5년째다. 시간 참 빠르다. 이 책을 만드는 것으로 이 직장이, 이 일이, 나와 잘 맞는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겠다. 지금은 카페에서 일하며 글도 쓰고 있다. 만약 이 가게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자주 생각해 본다. 지금처럼 당당하게 살지 못하고 어디선가 혼자 눈물을 삼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는 용기조차 가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변했고, 변할 수 있었다. 수없이 싸웠고, 싸울 수 있었다. 상상하던 미래는 아니었지만 내가 살아갈 길을 드디어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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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