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국내도서 요약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

저   자
라이이웨이 (지은이), 김지혜 (옮긴이)
출판사
미디어숲
출판일
2024년 02월







  • 각자 개성 뚜렷한 학생들이 ‘수학 괴짜’ 선생님을 만나 흥미로운 모험을 벌이며 수학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수학이 무슨 쓸모가 있어요?”라고 묻던 학생들이 수학에 빠져들고, 삶의 의미는 물론 진로, 사랑, 우정 등을 고민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


    수학 없는 수학 수업

    방과 후 ‘수학 보충반’은 정말 최악의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을 가장 사랑하는 쌤과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성찬의 수학을 향한 열망은 극에 달했고 그럴수록 학생들의 열의는 바닥을 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결국 이 오합지졸의 조합은 철저히 통제 불능에 다다르게 되었고, 성찬은 급기야 교과서를 벗어나 전에 없던 일련의 초전개 수학 수업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꿀벌도 인기 벌집의 후기 댓글을 남긴다

    학생들은 성찬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를 가깝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성찬은 겉으로는 예전처럼 수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을 하나의 인쇄기처럼 여기고 무의식적으로 참고서에 있는 해답을 칠판에 베껴내고 있었다. 그는 지금 학생들의 수다에 열중하며 끼어들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자연스럽게 성찬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수다를 듣는 데 열중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오늘도 기회가 없나 보군.” 성찬은 문제 풀이 완료를 뜻하는 ‘#’ 번호를 맥없이 썼다.


    “정한아, 주말에 여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갈래? 추천 댓글도 많고 스파게티가 수제야. 인테리어도 아주 끝내줘. 탁자 위에 놓인 이 레이스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부라노 섬에서 공수해온 것이라는데 정말 아름답지 않니?”


    유아는 핸드폰에 담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멋진 레이스 사진 화면을 열어서 정한에게 건네주었다. 학생들의 몸은 교실에 매여 있지만, 지루함을 이기려 조금이나마 쌤의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아의 핸드폰이 교실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자 보이지 않는 블랙홀에 빠지듯 학생들의 주의력이 모두 유아의 핸드폰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성찬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수업 중이니 조금 있다가 볼게. 쌤 죄송해요.” 정한은 고개를 돌려 유아에게 신호를 보내고 쌤에게 사과했다.


    “음, 괜찮아. 나는 파스타 하면 까르보나라가 제일 좋은데. 면 100g, 달걀 1개, 베이컨 50g, 파마산 치즈, 후추….” 성찬은 자포자기한 듯 레시피를 유창하게 읊었다.


    “베이컨은 목살로 바꾸는 게 낫겠다.” 수학 시간에 뜬금없이 레시피를 들은 은석은 성찬을 힐끗 쳐다보았다. 수안은 여전히 고개를 숙여 역사책을 읽고 있다. 성찬이 수안의 필통에 매달린 고리 장식을 유심히 보니 비디오 게임 <삼국무쌍>의 조운 인형이다. 여학생도 이런 게임에 관심이 있나 보다.


    “역시, 수안이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역사녀’인 거지?” 갑자기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열리는 보물상자처럼 성찬은 무의식적으로 입이 열렸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집중공격하면 언젠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수안은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책에 열중했다. 다음 차례는 유아다.


    “유아처럼 인터넷을 통해 유명한 맛집을 찾는 행위는, 사실 벌이 새로운 벌집을 틀 자리를 찾는 과정과 매우 유사해. 인터넷 시대에는 특색만 있으면 어느 식당이든 블로그, SNS를 통해 퍼지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클릭만 하면 바로 많은 맛집을 알 수 있잖아?”


    “전 먹는 것에 가장 저항력이 없어요. 식탐도 있고 미식가이기도 해서 얼굴보다 큰 머핀이나 손바닥보다 작은 피자도 먹어본 적 있어요.” 은석은 손으로 머핀과 피자의 크기를 비교했다. 성찬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맛집을 찾는 것과 벌들이 집을 찾는 과정이 왜 비슷한지 말해줄까? 벌들은 새로운 둥지를 틀려고 할 때 먼저 정찰 벌을 보내 탐색을 해. 이 동작은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면 미식 블로거가 이 집은 얼마나 근사한지 유심히 관찰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지. 정찰 벌은 적합한 장소를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가 다른 벌 앞에서 춤을 추며, 춤으로 새로 발견한 장소가 얼마나 근사한지를 묘사해.”


    “벌들이 춤을 춘다고?” 유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관심 공격이 통했다. 성찬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미식 블로거가 어느 식당에서 요리를 맛본 후,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식당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는 것은 벌이 춤을 추는 것과 같아. 꿀벌들은 정찰 벌이 신나게 춤추는 것을 보고 흥미가 있으면 함께 그 장소에 날아가 보기도 하지. 미식 블로거의 글을 읽은 네티즌들이 추천한 맛집을 방문하고 다시 그 맛집을 공유하는 것과 똑같지. 그 장소가 정말 멋진 곳이라면 더 많은 꿀벌들이 끝까지 탐구하고 보다 많은 벌들에게 공유하는 거야. 유명한 맛집과 새로운 벌집의 돌발현상(emergence)은 이렇게 생겨나게 돼.”


    정한은 손을 들어 성찬의 동의를 얻은 후 일어나 질문했다.


    “쌤, 돌발현상이 뭐예요?”


    “돌발현상은 아주 간단한 요소나 행위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다 결국 복잡한 전체를 이루는 것을 말해. 개미집처럼 개미의 행동은 분명 단조롭지만 결국에는 복잡한 개미굴을 만들어내는 거지. 벌들 중에서도 첫 번째 정찰 벌이 춤을 추는 데 가장 힘을 써. 가장 복잡한 동작을 해야 하거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의 벌은 춤이 점점 간단해져. 그다지 인기 없는 벌집 후보지를 발견한 벌들은 춤사위를 점점 더 단순하게 만들다 결국엔 줄어들고 그곳은 탈락하게 되는 거야. 맛집도 개업 첫날은 블로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기본적으로 평들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시들해지는 것과 똑같아.”


    “그러고 보면 인간은 사실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은 것 같고 하는 일은 꿀벌과 비슷하네요.” 유아가 말했다.


    “음, 그렇진 않아. 인간은 꿀벌보다 훨씬 똑똑해. 예를 들어, 꿀벌들은 ‘집 찾기의 달인이 된 벌’이라는 건 없지만 인간들은 그런 능력이 있지. ‘미식의 달인’들은 어떤 블로거가 추천한 맛집과 그 식당의 실제 상황에 근거해서 블로거의 능력을 평가할 정도로 뛰어난 미각이 있지.”


    “맞아요. 그 사람들은 마치 맛집 플레이어 같아요.” 은석이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 수학적으로 보면 최고의 맛집을 찾는 속도를 높일 수 있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식가라는 유명세 때문에 특별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어서 평가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마치 곰돌이 푸우가 꽃가루 한 무더기를 정찰 벌에게 뇌물로 주면서, 가장 좋은 새 벌집 둥지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네요. 채광이 좋고 온도가 적당하며, 또한 푸우가 정기적으로 꿀을 훔쳐 먹게 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요.” 은석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다. 성찬은 어쩌면 그가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개념을 가르친 것이 아닐까?’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교단과 학생 사이에 또 하나의 다리가 놓이는 계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인류는 절대적으로 꿀벌보다 총명해. 하지만 이런 총명함이 어쩌면 항상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


    만 원 구매, 천 원 증정에 속지 말 것

    교실에 들어서면서 성찬은 오늘 어딘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은석은 연준과 잡담을 하고 있었고, 수안은 정수리만 보이며 국어 교과서에 열중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아, 그런데 웬일로 유아의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지 않다. 성찬은 1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유아에게 물어보았다. 유아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기분이 안 좋아서요.”

    “정한이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기분이 전염됐나? 정한이는 왜 기분이 안 좋아?”


    학생들의 다운된 기분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한이는 볼멘소리로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제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백화점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음식값이 오만 원이 나왔어요. 아버지가 저에게 오만 원과 10% 할인 쿠폰을 주셔서 계산대로 갔어요. 계산한 후 아버지가 저에게 거스름돈을 달라고 해서 서비스 요금 10%가 있었다고 말했죠. 마침 쿠폰과 서비스 요금이 딱 10%더라고요. 그래서 거스름돈은 없었다고 말씀드렸죠.”


    “틀렸어. 거스름돈 500원을 받았어야지.” 연준이가 말했다. 정한은 짜증나는 듯 한동안 연준이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버지가 혼내셨어. 아버지는 10% 할인과 10% 추가 서비스 요금은 곱셈이라고 말했는데, 50000×0.9×1.1=49500이니 어떻게 해도 상쇄되지 않는다고 하셨어. 그러면서 이렇게 호통치셨어. ‘수학을 이렇게 못하는데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 거냐! 500원 정도는 부족해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50,000원을 소비하면서 500원을 손해 봤으니 손실이 1%에 달하는 거야. 그룹의 매출액이 억대에 달하고 1% 적으면 몇백만 원을 손해 본다는 것을 잘 알아야 돼.’” 정한은 아버지의 음성을 그대로 따라 했다.


    교실 안은 침묵으로 고요했다. 정한이가 아버지를 흉내 내는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당시 정한 아버지의 노여움은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이다.


    “아버지는 다시 백화점의 10% 할인과 천 원어치를 구매하면 백 원을 주는 차이를 시험했는데, 내가 또 제대로 대답을 못 하니 엄청 화를 내셨어.”


    성찬은 정한이 매우 낙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지만 수학 실력은 핸드폰만 가지고 노는 유아보다도 못했다.


    “쌤이 설명해 주세요. 10% 할인과 ‘천 원어치를 사면 백 원을 돌려준다’의 차이가 도대체 뭐예요?”라며 유아가 물었다. 연준이 성찬 대신 조리 있게 설명했다.


    “‘천 원어치를 사면 백 원 돌려준다’는 1,000/1,100으로 대략 10% 정도인데 이 숫자가 10%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현혹해 1%의 이윤을 더 챙기는 가게가 많아.”


    “그뿐만 아니라 천 원씩 사면 할인을 낮출 뿐 아니라 ‘할인 문턱’ 때문에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넘어야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가게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지. 예를 들면, 고객이 1,999원을 소비했다면 100원의 상품권만 쓸 수 있으니 할인은 5%만 되는 꼴이지.” 성찬이 연준의 말에 부연 설명을 했다.


    “물건을 조금 더 사서 2,000원이 넘으면 100원짜리 상품권을 더 받을 수 있어요.”라고 은석이 말하자, 정한은 전문 경영자의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 일반 소비자들은 첫 번째 지출에 가장 많은 걱정을 해.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점점 무감각해지지. 상품권을 위해서 쇼핑을 많이 하기만 하면 계속 살 수 있기 때문에 가게의 이익은 안 봐도 뻔해.”


    그는 이어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삼천 원에 300원, 심지어 오천 원에 500원을 증정하는 행사를 한 거였구나. 보기에는 천 원에 100원을 주는 것과 같지만, 실은 할인 문턱은 더 높고 가게의 이윤은 더 커지는 거야. 맞죠?”


    “맞아, 문턱이 높을수록 업주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우리는 할인과 할인 문턱의 연관성을 정량화할 수 있지. 고객이 정수를 채우지 않고 사고 싶은 상품만 산다고 가정하면 계량화하기 편해. 다시, 모든 고객의 소비금액이 ‘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에 부합한다고 가정하면, 소비금액은 1,000원에서 9,999원으로 떨어지지.”


    1,000원~1,999원어치를 산 사람은 100원짜리 상품권을 받을 수 있지만, 3,000원어치를 사면 300원, 5,000원어치를 사면 500원을 얻지는 못해. 3,000원을 초과하면 예를 들어, 3,000~3,999원의 12.5%의 고객만이 300원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어. 이렇게 되면 ‘천 원어치 사면 백 원 돌려준다’, ‘삼천 원어치 사면 삼백 원 돌려준다’, ‘오천 원어치 사면 오백 원 돌려준다’는 실제로 각각 8.0%, 5.7%, 3.7% 정도의 할인만 받는 꼴이지. ‘천 원어치 사면 백 원 돌려준다’ 외에 다른 두 가지는 실제와 다르게 효과는 오히려 10% 할인에 달하지.”


    유아는 “정한이 아버지가 ‘할인’과 ‘천 원어치 사면 백 원을 준다’를 어떻게 섞어 쓰면 효과가 더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더 좋은 방법은 할인도 받고, 상품권도 받는 거지.” 성찬이 대답했다. “그런데 이 두 가지의 전후 순서가 매우 중요해. 만약 먼저 20% 할인을 받고 ‘오천 원어치를 사면 오백 원을 돌려준다’를 쓴다고 할 때 두 가지 혜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는 총 정가가  6,250원 이상인 상품을 소비해야 해. 그러나 만약 반대로 한다면, 먼저 ‘오천 원어치를 사면 오백 원을 돌려준다’ 후에 다시 20%를 할인하면, 소비자는 단지 총 정가 오천 원의 상품을 사기만 하면 이중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니 1,250원의 차이가 나게 되지.”


    “물건 사는 데에도 이렇게 많은 수학이 담겨 있다니. 외워뒀다가 나중에 쇼핑할 때 꺼내 써야겠어요.” 무심코 한 은석의 말에 성찬은 마음 한켠이 한껏 가벼워졌다.


    “정한이 아버지 말씀대로 백화점, 매장 매출의 1%만 더 벌어도 이익이 몇백만 원이 차이 난다면 숫자놀이는 매우 중요해. 운영자가 수익에도 도움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에게 1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행사도 해야 하니 말이지.”


    정한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야 아버지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수학에게 하고 싶은 말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100 데시벨

    “사물을 계량화하려면 먼저 기준점을 찾아야 하지. 가장 흔한 ‘길이’를 예로 들면, 미터가 길이의 기준이야. 수안은 미터의 정의를 알까?”


    수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처음에는 자오선 길이의 천만분의 일, 이후 섭씨 0도에서 메트르 데 자르시브의 두 눈금 거리를 1m로 정의했어요.”


    “Me 뭐?”


    “메트르 데 자르시브.”


    “너는 정말 별의별 걸 다 다 알고 있구나, 정말 존경스러워!” 은석은 자신이 지금 수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지금은 빛의 속도로 정의하고 있어요.”


    “맞아, 빛이1/299792458초의 거리를 걸으면 1m야. 그런데 사실 길이를 말할 때 미터를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야. 핸드폰 한 대를 기준으로 해도 되지.” 성찬이 부연 설명을 했다. 은석은 “한 대의 핸드폰은 약 12.5cm, 그래서 제 키는 14.4대의 핸드폰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너의 키는 적도에서 북극까지의 거리의 천만분의 1.8, 혹은 6나노초 거리를 걷는다고도 할 수 있어. 은석 네가 머리를 숙이고 보는 너의 발은 6나노초 전의 발이라고.” 연준은 과장된 말투로 설명했다.


    “미터를 쓰는 것은 원래 긴 자오선이나 빛의 속도에 관한 것 즉, 상상할 수 없는 길이를 생략해서 말하기 위해서야. 기준이 있으면 ‘맵다’고 말하는 사람의 각기 다른 느낌까지 계량화할 수 있어. 피망은 0~5도, 일반 고추는 약 10,000도, 타바스코(Tabasco)는 2,500~5,000도라고 표기하는 것처럼.” 성찬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정말요? 어떻게 계산해요?” 유아가 흥미를 보였다.


    “매운맛의 기준은 음식에서 캡사이신 1단위를 추출해서 희석한 뒤 맛을 보는 거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액체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피험자가 ‘매운 것’을 느끼지 못할 때 희석액과 원래 고추장의 비율, 즉 정량화된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거야.”


    “이보다 더한 것도 있어.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부치T 고추는 매운맛이 150만에 육박하지. 그런데 계량화할 때는 종종 사물 간의 차이가 이렇게 너무 크다는 문제가 발생해. 이 경우 절대적인 기준점보다는 상대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 마치 언론이 어떤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패스트푸드 박스를 얼마나 높이 쌓을 수 있는지를 보통 몇 미터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과 같지. 그래서 우리도 매운맛을 두 가지 제품을 기준점으로 표현할 수 있어.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부치T 고추는 일반 고추의 150배, 일반 고추는 타바스코의 2배, 타바스코는 피망의 2,500배처럼 말이야. 장점은 양적 배수가 비교적 작고 상상하기 편하다는 것이지.”


    “그런데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부치T 고추가 타바스코의 몇 배인지 알고 싶으면 더하기 빼기보다 더 귀찮은 곱셈을 해야 하네요.” 은석이 중얼거렸다.


    “응. 그래서 데시벨(dB)이라는 단위가 생겨서 계산을 간단하게 해주지.”


    “소음의 그 데시벨이요?” 성찬은 은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칠판에 식을 썼다.


    “주어진 기준점은 A2, A1이며 xdB로 계량화할 수 있어. 데시벨 환산에서는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부치T 고추가 일반 고추보다 21.8dB, 일반 고추가 타바스코보다 3dB 더 맵다면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부치T 고추는 타바스코보다 24.8dB 더 맵지. 보다시피 데시벨은 원래 곱셈 연산으로 150×2=300의 배수 문제를 기존의 선형 눈금과 같이 가감법으로 21.8+3= 24.8로 해결할 수 있어.”


    “어떻게요? 아, 로그의 곱셈과 관련이 있어요?”라고 은석이 스스로 묻고 답했다.


    “정확해!” 성찬은 뿌듯함을 느끼며 교과서 수업과 연관된 내용을 슬쩍 덧붙였다.


    “10배 차이면 정확히 10×log1010=10데시벨, 100배 차이면 10×log10100=20데시벨, ‘10배 차이’나는 두 개를 데시벨로 환산한 합이야. 소음도 마찬가지인데, 가령 서점, 교실, 도로의 소음이 각각 50, 60, 70데시벨이면, 우리는 교실의 소음이 서점의 10배이고, 도로가 교실보다 10배 더 시끄럽고, 도로가 총 100배 더 시끄럽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렇군요. 상대적인 기준이 관건인데 데시벨을 맞추면 얼마나 긴장했는지 대답할 수 있겠어요.” 은석은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코드명_수학, 퇴출 직전의 쌤을 구하라!

    초전개 수학 교실의 위기 탈출

    “젊었을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많이 시도해 보고 나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후에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말했던 거 기억나니?” 그러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확률로 설명했지만 ‘개미떼 알고리즘’으로도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 개념은 다음과 같아.” 성찬은 이어서 설명을 시작했다.


    “천 마리의 개미가 개미집에서 출발해 각각 먹이 곁으로 와서 먹이를 메고 집으로 가져간다고 가정하자. 개미는 인간처럼 동그랗게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거야. 그래서 그들은 누가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누가 간 경로가 비교적 짧았는지를 토론할 방법이 없어. 개미들은 발자취와 함께 남겨진 페로몬의 강약을 통해서만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게 돼. 냄새가 짙을수록 개미들이 그 길을 많이 간다는 뜻이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들은 그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천 마리의 개미 중 특별히 운이 좋은 개미 한 마리가 최단 경로로 가고, 다른 개미들은 계속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돼. 한 시간 후 최단 경로를 걸은 행운의 개미들은 가장 많은 음식을 집으로 옮기고, 동시에 가장 많이 오갔기 때문에 그 최단 경로에서 가장 진한 페로몬을 남기지. 다른 개미들은 냄새가 끌리는 방향을 향하면서 최단 경로를 밟게 되니 개미가 더 많이 들어가고, 남아 있는 냄새가 더 강할수록 더 멀리 있는 개미들을 끌어들여. 마지막으로 우리 눈앞에 한 가닥의 검은 선으로 나타나지.” 성찬은 손을 뻗어 허공에 살짝 선을 그렸다.


    “많은 사람이 인생은 수많은 주사위를 무작위로 던져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 대학입시, 이력서, 연구소, 첫 직장, 첫 이직 등. 많은 경우, 단지 지금의 환경 때문에 하는 선택인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심코 개미떼 알고리즘을 실행했을지도 몰라.


    매일 각종 미래의 가능성이 모두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처음에 우리는 무작위로 각종 사물로부터 X라는 원소를 얻어. 어떤 X는 좀 많고, 어떤 X는 좀 적어. 그렇게 어느 정도 쌓이다가 잠재의식이 깨어나 눈을 떠서 가장 많은 X를 받을 수 있는 미래를 선택하기 시작하고, 더 많이 선택된 X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더 이쪽으로 갈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되지. 이것은 마치 풍선을 부는 것과 같이 갑자기 커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공기를 채우다 보면 어느새 점점 커져.”


    “그런데 그러고 보니 개미떼 알고리즘을 실행하기에는 자신이 없을 것 같아. 나만의 X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는 게 관건일 것 같은데?”라고 연준이 물었다.


    “X가 뭐야?” 유아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물었다. 유아의 물음에 성찬이 대답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 정한의 X는 아버지의 정체성이고, 연준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이야. 갈망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인생이 만들어지지. 지난번과 같은 결론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정말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알고 싶다면 여러 가지 다른 가능성을 모색해야 점점 더 분명해질 수 있어.”


    “이번에는 수학 공부가 아니에요?” 유아가 실망한 듯 묻자 성찬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다들 수학에 관심이 많아졌네. 앞으로 언제든지 이 수학교실에 놀러 오는 걸 환영하마.”


    “이런 수학교실에서는 수면제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동아리 건물 전체가 어두컴컴한 가운데 수학의 깊은 바닷속 아귀만이 등잔을 켜고 작은 물고기 다섯 마리를 끌어들여 그의 곁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