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저   자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출판사
도서출판 쉼
출판일
2016년 03월
서   재







  • ‘믿을 만한 뉴스가 없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수많은 대안언론이 등장한 오늘, 치우침 없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분석하는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의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수많은 팟캐스트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인구수의 두 배를 뛰어넘는 ‘1억 다운로드’ 누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제1부. 노유진, 입을 떼다


    1.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불가침의 성역

    나라 좀먹는 1조: 특수활동비 / 정치카페 65편 1부(2015년 8월 31일)


    유시민: 지금 국회 본회의가 안 열리고 오늘 파행이 되는 것 같은데요, 정부의 특수활동비 문제로 여야가 다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수활동비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 합니다. 노 대표님도 들어보셨죠? 특수활동비라는 거에 대해서.


    노회찬: 그렇죠. 일종의 합법적인 예산인데, 어디에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를 알리지 않고, 보고할 의무가 합법적으로 면제된 비용을 이야기하는 거죠.


    진중권: 공개가 안 되니까 그걸로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사적으로 그걸 갖다가 자기네들이 맘대로 써먹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데 왜 이런 게 필요해요?


    유시민: 기획재정부의 2014년 예산운용계획 집행지침에 의하면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특수활동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말하자면 이런 거예요. 특수활동을 수행하는 사람한테는 필요할 때 지급해야 돼요. 지금 당장 대북공작 같은 걸 들어가야 하는데 절차가 번거로우면 언제 결재받아요? 필요한 시기에 지급해야죠. 그런데 구체적인 지급대상이나 방법이나 지급하는 시점 등은 각 중앙관서가 개별적인 업무특성을 감안해서 알아서 결정하라는 거예요. 장관 맘대로 해 그거예요. 그래도 국가 돈을 쓴 건데 증빙서류가 남아야죠. 이건 감사원에서 만든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 증명지침이라는 게 있어요. 그런데 이 지침에 따르면 각 중앙관서의 장은 이 지침의 취지에 맞게 현금사용을 자제하고... 자제하래. 불가피하게 현금사용을 할 때도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을 때만 현금을 집행하고, 그런 믿음 아래 집행내용확인서는 생략하고... 복잡하게 이야기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진중권: 내가 너를 믿을 테니 네가 알아서 좀 해라 이거죠?


    유시민: 네, 그런 거고요, 증빙서류라는 것은 이 돈을 갖다 쓴 사람이 돈을 받았다는 수령증 서명만 남는 거예요. 우리 진중권 교수가 장관이고 내가 특수활동하는 사람이야. 내가 저, 특수활동비 1억 원 필요한데요 하면 1억 원을 줘요. 그러면 1억 원 받았습니다라고만 쓰고, 그 1억을 어디에 썼는지는 아무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돼요.


    노회찬: 사실 예산을 쓰면 보고하게 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어떻게 썼는가를 증명하게 되어 있죠. 예산을 쓴 걸 보고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가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드러나지 않는 게 더 좋겠다고 판단되는 공무집행이 있을 수가 있는 거예요. 수사라든가 기밀, 예를 들면 형사들이 어떻게 수사했고 어디에 숨어서 그동안 뭘 사 먹었는지 이런 것이 있잖아요. 그런 걸 말하는 건데... 특수활동비 총액이 얼마 정도 되죠?


    유시민: 추산하기에 따라 다른데요.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한 8800억이고요, 실제로는 한 연간 1조 원이 넘어가는 규모입니다.


    진중권: 아무리 비밀유지를 한다고 하더라도 1조씩이나 해야 하는.... 이거 이상한 나라죠? 1조씩이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봐요. 내가 1억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할 의무가 없는 거야, 그러면 어떡하겠어요? 나처럼 도덕성이 높은 사람도 헷갈리고 벌써 고민되기 시작하는데.


    유시민: 노 대표님도 과거 젊은 시절에 이 특수활동비로 밥 좀 잡숴보지 않았어요? 보안사, 안기부, 경찰 이런 데서요. 그때 80년대에도요, 안기부가 밥을 제일 잘 사주더라고요. 일식집 이런 데 가서 참치회 같은 거 사주더라고. 이런 게 다 특수활동비예요. 특수활동비가 얼마쯤 되는지 궁금하시죠? 제가 자료를 좀 뒤져봤는데요, 일목요연하게 나오는 데이터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우선 2013년도 거를 보니까 한 8500억 정도 돼요. 그중에서 제일 많은 데가 국가정보원이에요, 4566억 원.


    진중권: 특수활동비라는 것이 몇십 년 동안 이어온 관행인데 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나요?


    유시민: 사실 여러 군데에서 문제가 불거졌어요. 우선 몇 년 전으로 돌아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수사 때 전 총무비서관 정상문씨가 청와대 특수활동비 횡령으로 구속된 적이 있어요. 13억 원 정도인가를 밖에 빼놓은 거예요. 이런 일이 가능해요, 총무비서관 자신이 수령한 것으로 하고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알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야금야금 조금씩 몇 년 동안 빼서 모아놨는데요, 이걸 빼놓은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산이 없기 때문에 퇴임 후에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고.... 그래서 자기가 모아놓은 거죠. 그런데 퇴임 후에 이 문제가 드러났을 때 노 대통령이 "친구가 한 일은 내 책임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그때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이명박 검찰이 다 뒤졌어요. 성역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노회찬: 내부적으로 그런 조직원 개개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감시체제는 다 되어 있어요. 가장 핵심적인 건 뭐냐 하면, 각 기관 주도세력에 의한 불법행위에 국가예산이 쓰이는 그 문제죠.


    4. 우리 좀 살게 해주세요!

    청년 망국선언문 / 정치카페 86편 2부(2016년 1월 26일)


    진중권: 얼마 전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라는 기사로 신문 지면이 떠들썩했었죠. 하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은 그저 웃고만 있습니다.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라는 9.2퍼센트. 이 통계에는 취업준비생도 빠졌고요,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즉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도 다 빠져 있다고 합니다. 말끝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는 대기업들은 어떨까요? 2015년 1월에서 9월까지 아홉 달 동안 삼성, 롯데 등 10대 그룹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6,300명이 이른다고 합니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고요. 이 와중에 정부는 기어이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쉬운 해고 면허를 기업인들에게 안겨줬습니다. 헬조선의 한 단면인데요, 한 청년 작가는 대한민국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이곳을 지옥으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미래의 몫으로 더 나빠질 여지를 남겨두는 곳은 지옥이 아닙니다. 오늘은 청년의 눈으로 대한민국을 보겠습니다. 아직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단정하지 말라는 서슬 퍼런 <망국선언문>으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죠.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소수의견>의 각본, 그리고 소설 『디 마이너스』의 손아람 작가와 함께합니다.


    진중권: 전체적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해야 되나요? 5년 전에는 내가 지금은 이렇게 살지만 미래에는 다를 것이다라고 했는데, 5년이 지나도 이게 안 바뀌었단 말이죠. 요즘은 젊은 세대가 그걸 아는 거 같아요. 이게 바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손아람: 맞아요.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죠. 한 사람의 생애주기로 봤을 때 뭔가 끊임없이 성장을 해야 되는데... 청년세대는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이론적으로는 빈손으로 시작하는 게 맞잖아요. 빈손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성장을 해야 남을 수가 있는 건데,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유시민: 그런데 약간, 이런 면도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손아람 작가가 조사한 학생들과 제가 한 30년 정도 차이가 나요. 제가 스무 살이 되던 1978년도는, 우리 동갑이 85만 명 정도 됐는데 그중에 4년제 대학에 들어간 사람이 7만 명이었어요. 전문대학까지 포함해서 15만 명은 고등교육을 받고 나머지 70만 명은 요즘 우리가 기피직종이라고 말하는 일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30년 동안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식들을 다 대학으로 보냈단 말이죠. 조사한 세대는 대학진학률이 85퍼센트가 되었을 때의 세대거든요. 예전에는 대학만 나오면 취직이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당시에는 대학을 못 간 사람이 70퍼센트가 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이 대학을 가고. 어찌 보면 한 세대 전과 지금을 수평적으로 비교해서 무조건 모든 것이 다 나빠졌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면도 있는 거 아니에요?


    손아람: 그렇죠. 하지만 사회 전체가 그 30년 동안 굉장히 부유해졌잖아요. 그런데 자신의 삶이 그걸 따라잡을 수 없다고 느낄 때의 박탈감이 지금은 있는 거죠. 말씀하신 것도 맞지만 이제는 명문대생이라고 해도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낮아졌거든요. 확신도 없고, 취직을 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고. 자기 성장을 전망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진중권: 착취 삼투현상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요?


    손아람: 전태일 시대에만 해도 자본가라는 것이 뭐, 이건희 회장과 같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자기 고용주 정도를 자본가라고 말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런 고용주라는 사람들이 동대문시장의 자영업자, 요즘으로 말하면 영세상인들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노동운동을 할 때도 보면 급여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에 선을 딱 긋기가 어려운 면이 있어요.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뭐, 두세 배 올린다, 그렇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그들을 고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인데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이게 불가능한 문제가 되어버리잖아요. 그러면 그들이 또 왜 그렇게 힘든가 하면, 사실 임대료로 대부분을 뜯기고 있기 때문에....


    진중권: 정당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우리 세대는 그랬거든요. 밖에서 혁명하겠다고 하다가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어서 합법정당으로 들어오고, 이러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지향성 같은 것을 나름대로 정제화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요즘 세대는 정치에 대한 욕망 자체가 있는 건지....


    손아람: 요즘에는 오히려 학생들이 당적을 갖는 데 대한 거부감이랄까, 기성의 정치체제에 편입되는 것이다 하는 그런 생각은 오히려 덜한 것 같아요. 정치적으로 사실상 백지상태에 가까운 친구들도 진보정당에 굉장히 호감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심을 가져주고 내 편이 되어줄 이들은 바로 그들이라는 막연한 감정이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의 청년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심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하기 때문에, 좀 더 집단적이고 미래의 가치실현을 위한 그런 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노회찬: 선거도 참여를 해야 돼요. 그렇게 낮은 참여로는 바꿀 수가 없는 거예요.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가 없어요. 투표율이 그런 면에서 큰 문제예요.



    제2부. 이면의 세상을 파헤치다


    1. 우리의 농촌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통일벼, 새마을, 그리고 세계화 / 정치카페 14편 2부(2014년 9월 2일)


    진중권: 정부가 2014년 7월 18일, 기습적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쌀 관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관세만 내면 세계 어느 나라의 쌀이나 우리나라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긴데요, 이렇게 되면 우리 식량주권의 위기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오늘 지역재단 박진도 이사장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지역재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박진도: 우리나라 농촌지역은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일을 할 일꾼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 10년 전에 지역 리더를 키워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농업이나 농촌의 문제들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경제나 정치에서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농촌에 관한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진중권: 농업 포기 정책이라고 할 수 있죠. 쌀시장 완전개방 문제는 오래전부터 얘기가 되어왔고, 굉장한 저항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엔 소리 소문이 없는 것 같아요.


    박진도: 네, 아시다시피 쌀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가토(GATT)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는 쌀뿐만 아니라 농산물에 대한 개방 문제였는데, 당시 우리 정부는 쌀을 제외한 나머지 농산물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취했죠. 물론 그때도 쌀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상당히 반대를 많이 했죠.


    진중권: 지금 정부의 논리는 그거죠? 쌀 관세화를 한 번 더 유예하게 되면 의무수입 물량을 더 늘려야 한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관세율을 높이 매겨서 방어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런 논리거든요.


    박진도: 그게 참 어려운 얘기인데요, 사실 정부는 20년 전부터 개방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재계나 경제관료들은 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산물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농산물 수입을 얼마만큼 제한하면 성장률이 얼마 떨어지고 전면개방하면 성장률이 얼마 올라가고 이런 계산을 많이 내놓거든요. 그런데 94년에는 국민들의 저항이 워낙 강했고, 2004년도에는 농민들의 저항이 있었죠.


    노회찬: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럼 쌀시장을 개방하자고 하는 개방론자들의 생각은 개방해도 높은 관세를 매기면 우리의 쌀 농가가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쌀을 100퍼센트 수입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박진도: 2004년도에는 그랬죠. 개방을 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상대방에게 굉장한 양보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양보한 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자동적으로 관세화되는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관세를 유예하는 것보다는 관세화가 실익이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300퍼센트 내지 500퍼센트의 관세를 매기면 지금보다 쌀 수입이 적어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진중권: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300에서 500퍼센트....


    박진도: 그래서 농민들도 지금 의견이 갈려 있어요. 농민들 중에서도 쌀시장을 관세화하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세화를 하지 않으면 의무수입 물량이 늘어날지 모르고, 또 높은 관세를 매기면 수입이 안 된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관세화하는 게 낫겠다....


    노회찬: 그런데 수입이 안 될 정도로 높은 관세율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거죠. 그걸 상대 국가가....


    박진도: 그러니까 그것은 정부가 국민들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관세화를 하자는 얘기가 애초에 관세율을 낮추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거든요. 지금 WTO체제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관세율을 낮춰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500퍼센트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것인가? 그건 전혀 아니에요.


    노회찬: 쌀을 관세화해서 완전개방하자는 사람들은, 혹시 있을 수 있는 쌀 농가의 피해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으로 간주하고 더 싼 다른 나라 쌀을 수입해서 먹자는 얘기인데. 그러면 국제 쌀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쌀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 쌀은 다른 곡물에 비해서 국제 교역량 자체가 적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격 등락폭이 훨씬 클 수 있고. 국제 쌀 시세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정도가 다른 곡물보다 심하다는 거죠. 만약 국내에서 쌀을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지는 상황이 올 때 국내에서는 이미 논을 다 갈아엎어 버린 상황이라면 대처하기 힘들어지지 않나요?


    박진도: 그렇죠,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죠. 그리고 쌀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요. 지금 곡물 전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중국과 인도예요. 두 나라 모두 인구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도 굉장히 빠르지 않습니까? 우리도 그랬지만 경제가 성장하면 채소를 먹다가 곡물을 먹다가 고기를 먹게 되잖아요? 이렇게 소비패턴이 바뀌게 되면 곡물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죠.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양심적인 학자들은 다들 곧 식량위기가 온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시민: 90년대 말에요, 유럽연합 재정지출의 70퍼센트 정도가 농업으로 갔어요.


    박진도: 지금도 50퍼센트 정도가 가고 있습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세계화가 흐름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냐 하는 것은 다른 얘기죠. 너무도 피해가 많아요. 식량위기뿐 아니라 자원위기, 환경위기.... 이제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문제를 찾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수출로는 더 이상 해결이 안 된다, 그러면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고리원자력을 만들고 밀양송전탑을 세워서 서울 사람들이 쓰는 이런 방식으로 장기적인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겠느냐, 결국 이제는 로컬에너지로 가자는 겁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서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필요를 충족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중권: 네, 오늘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님 모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행여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이 우리의 식량과 땅을 농민들로부터 빼앗는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습니다.


    5. 내가 쏠게, 네가 내라

    내가 쏠게 니가 내라 보육대란 / 정치카페 84편 2부(2016년 1월 12일)


    김용민: 국가가 취학 전 아동들의 보육과 교육과정을 유치원, 어린이집 구별 없이 책임지겠다 이게 바로 박근혜 대선후보의 누리과정 공약이었는데요. 이름 하여 0세부터 5세까지 보육과 유아교육의 국가완전책임제. 그런데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은 사라졌고, 교육감들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면서 도리어 직무유기로 고발당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파국을 맞은 누리과정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직무유기로 고발당하시는 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님 모셨습니다.


    이재정: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용민: 국가에서 한 아이에게 30만 원 가까이 지원하던 것이 지급이 안 되면서 보육료 폭탄이 떨어졌다 이런 반응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정: 사실상 보육료 폭탄이 현실화된 거죠. 경기도는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열여섯 개 시도는 확정이 됐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부분이 다 0원으로 처리된 곳이 서울, 광주, 전남 세 군데고요. 어린이집이 0원으로 된 곳이 충남북, 강원, 전북 이렇게.... 어쨌든 열일곱 개 교육청 가운데 100퍼센트 예산 편성된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어린이집이건 유치원이건 누리과정 예산을 다 합산하면 4조 1000억 정도 되는데 그 가운데 편성한 것이 27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김용민: 한마디로 얘기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국가가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선돼놓고 이 뒷감당을 다 지역의 교육청에 떠안기면서 비롯된 사단 아닙니까?


    유시민: 지금 정부와 여당에서 그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들어보면 그런 의미예요. 누리과정 보육비 지원하라고 돈을 다 줬는데 교육감들이 그걸 제대로 안 쓰고 더 달라고 한다, 그렇게 말을 해서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김용민: 최경환 부총리가 4조를 전부 다 보냈다고 얘기를 했단 말이죠. 그런데 이 4조는 원래 내려가는 돈에 다 포함된 4조 아닙니까?


    이재정: 그게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의해서 무상보육으로 가기 시작한 해가 2012년입니다. 2014년까지는 그래도 광역단체가 얼마, 국가가 얼마, 교육청이 얼마 이렇게 나눠 맡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도부터는 100퍼센트 교육청에 떠맡겼어요. 그럼 어떤 과정으로 그렇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기재부가 2012년에 중기재정계획을 발표했는데 매년 세수가 좋아져서 8.8퍼센트씩 교부금이 올라간다고 한 겁니다. 8.8퍼센트면 약 3~4조 됩니다. 그러니까 이 돈이면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었고, 교육부가 이것을 받아들여서 5개년계획을 발표한 거죠. 그런데 그 8.8퍼센트라는 것이 전혀 산출 근거가 없습니다.


    김용민: 747같이요?


    이재정: 그럴 수도 있습니다. 2012년에서 2013년 될 때 한 번 2조 6000억 원 정도가 늘어났어요. 그대로 올라가게 되면 그 계산이 맞을 수도 있었는데, 2013년이 지나면서부터 이 계획이 완전히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2015년도 작년에는 본래 기재부의 계산으로는 49조 원의 교부금을 내려 보내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 온 것은 39조 원이었습니다.

    유시민: 10조 원이 부족했던 거네요.


    이재정: 그런데 문제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 됐으니까 교육수준도 올라가야 되지 않겠느냐 해서 학급당 인원수를 25명으로 줄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재부의 논리는 인구도 줄고 학생 수도 줄어드니까 예산도 당연히 줄어든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반대로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니까 학급 수가 늘어나고, 학급 수가 늘어나니까 시설도 늘려야 되고, 교사 숫자 늘어나고 해서 비용이 더 들게 되는 거죠. 그리고 결국 작년에 39조가 내려오면서 계획이 무너지기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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