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저   자
이상석 외
출판사
이상북스
출판일
2018년 06월
서   재







  • 시민의 감시와 비판이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예산을 횡령하고, 국가와 지방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을 엉뚱하게 사용하는 일들이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대한민국이 ‘인간답게 사는 나라’가 될 수 없다.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을 필요가 있지만, 시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증세’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가 내는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예산감시운동은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일

    이상석은 광주광역시의 201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실패 후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하고 이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다. 2008년에 시작된 소송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결국 이상석은 같은 정보에 대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고, 2008년에 시작된 소송은 2014년까지 갔다. 그리고 마침내 대법원이 이상석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메가 스포츠대회의 유치활동비 집행 내역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졌다.


    대형 스포츠대회 유치에는 어느 정도 비용이 들까?

    하승우: 지난 30년 동안 굉장히 많은 사건을 다루셨는데요, 유니버시아드대회에 관한 조사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정보를 얻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가요?


    이상석: 제가 정보를 얻는 경로는 두세 가지예요. 저는 항상 9시 반에 출근을 해요. 그리고 30분 동안 뉴스를 서핑하죠. 거기가 정보를 얻는 첫 번째 경로예요. 또 하나는 제가 지방 자치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 반대파에서 제보가 들어오는데, 그걸 가지고 확인하는 방법이에요. 세 번째는, 일반적으로 술자리에 가서 얻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술자리에서는 지나가며 흘리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공무원들에게 물어보기도 해요. 법적인 근거가 뭔지, 법률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일을 추진하는지. 자기들끼리는 다 알아요.


    처음엔 제보가 들어오거나 조사를 하다 일부 서류를 입수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걸 가지고 문제제기는 못해요.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니까요. 유니버시아드대회의 경우는 제보를 받았어요. 그 전에 여수엑스포 일이 있어 구체적인 제보를 많이 받았어요. 여수엑스포 때는 발렌타인으로 목욕을 했다고 하니까요.


    하승우: 양주로 목욕을요? 누가요?


    이상석: 일부 기자들과 전세기 타고 가서 응원한 일부 시민들이죠. 심지어 모 기자는 세관을 못 빠져나왔대요, 물건을 너무 많이 사서. 이런 제보를 받고 추적을 한 거죠. 그리고 민간에게 받은 돈은 공개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유니버시아드대회의 경우 기업에서 받은 100억 원 가량의 돈은 흔적도 없어요. 저희는 광주시 예산 30억하고 중앙정부에서 받은 돈만 확인한 거예요.


    하승우: 공무원들이 얘기를 잘 해주나요? 보통 물어보면 거의 답을 안 해주던데… 외려 당신이 왜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나 짜증도 내고.


    이상석: 잘 안 해주죠. 제가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군청이나 시청에 협력해 주는 이들이 좀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고수가 돼서 넘겨짚으면 다 불더라고요.


    하승우: 그러니까 계속 사실 확인을 하며 과거 사건과 비교해 분석하시는 거네요. 그러면서 유니버시아드대회도 뭔가 큰 게 있다는 촉이 온 건가요?


    이상석: 왜 광주시가 유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청구에 대해 비공개 판정을 내렸을까? 일단은 소송으로 간 거죠.

    하승우: 자료를 보니, 소송을 해서 일부승소판결을 받으셨네요.


    이상석: 네 그런데 그게 국비와 시비만 공개하라는 것이었어요. 세금만 공개한다는 게 사실 문제가 있어요. 돈이 들어올 때는 꼬리표가 있어도 나갈 때는 꼬리표가 없잖아요. 돈을 쓸 때 이건 정부 돈, 이건 기업 돈 구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판결이 그렇게 났어요. 판사들이 문제인 거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에요. 지역에 향판이 있었어요.


    하승우: 그럼 그 몇 년 동안 이 사건에만 매달리신 건가요?


    이상석: 아뇨. 보통 여러 개를 동시에 하죠. 뭔가 있으면 정보공개청구에 들어가고 확인 작업하고, 그렇게 해서 1년이 그냥 가요. 3년도 그냥 지나가는데요, 뭐.


    하승우: 일반 시민들은 소송까지 가는 것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어렵게 소송을 해도 실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거네요.


    이상석: 그렇죠.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까지 걸렸어요. 그런데 법으로 정해진 네 가지 빼고는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도록 돼있어요. 자치단체가 시간을 끌려는 목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거죠.


    메가 스포츠의 천국, 한국

    하승우: 한국이 그런 대형 스포츠경기 유치에 혈안이 된 나라잖아요. 과연 다른 나라들도 그럴까요?


    이상석: 똑같은 사례가 전라남도가 유치했던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F1이에요. F1이 전 세계적으로 흑자가 나는 곳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독재국가나 왕정국가에서 많이 하거든요. 들리는 얘기로는 그래요. 들어가는 돈이 쓰리쿠션으로 돌아온다고요. 일설에 의하면 비자금 창구라는 말도 있어요.


    스포츠경기를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스포츠 행사를 보러 그 나라로 가는 건 다른 문제예요. 요즘 영상매체로 보지 누가 직접 가서 보려고 해요. 인천시의 경우 아시안게임 끝나고 부채비율이 33.9퍼센트까지 올라갔어요. 그래서 자산을 다 팔았잖아요. 인천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다음이 부산이고, 대구, 광주, 광역시가 다 그래요.


    하승우: F1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성과를 얻으신 거죠? 추진과정에서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하고 업무상 배임을 했다고 박준영 전 전남지사부터 열한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들었어요.


    이상석: 처음부터 끝까지 물고 늘어져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끝까지 가면 되겠지 생각하는 거죠. 예산 감시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예단하지 않는 거예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다 하고 미리 단정하지 않아요. 또 하나, 시간인데요.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몰라요. 팩트는 내가 쥐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지들 마음대로 판결을 내버리니까요. 그러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야죠. 그래서 예산 감시는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은 잘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남자보다 여성들이 훨씬 잘할 수 있어요.


    제가 예산 감시 문제로 지방정부와 싸우려고 단체를 모델로 처음 만든 거예요. 순천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를, 광주광역시에서는‘시민이만드는밝은세상’을 여러 분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그런데 원칙을‘회원들의 회비로만 움직인다’ ‘회원을 공개하지 않는다’이렇게 세웠어요. 작은 지역사회에서는 사람을 공개하면 죽은 삼촌까지 동원해 인맥관계로 치고 들어오거든요.



    공공의 자산을 건드리는 도둑은 누구인가

    이상석은 2008년 광주터미널 1층이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광주시가 토지수용을 해서 개발된 터미널이 기업의 영업장소로 지정된 이유를 추궁하며 2008년 광주 신세계와 금호터미널 대표이사, 서구청장을 고발하고 ‘광주터미널 시민광장 회복과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국 2013년 신세계백화점은 1층에서의 영업행위를 중단했고, 1층은 시민 휴식공간 시민광장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터미널 주차장도 무료 주차가 가능해졌다. 이 당연한 변화를 위해 5년간의 싸움이 필요했다.


    부패를 감시할 곳은 없을까?

    하승우: 한국 사회에 부패가 만연한 이유는,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텐데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충실히 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리고 시민들은 그 실상을 전혀 모르지 않으면서도 그걸 묵인하고.


    이상석: 봐주면 일단 위신이 좀 서겠죠. 두 번째는 자신의 권력의지가 있겠죠. 또 하나, 제일 나쁜 건데, 로비를 받는 경우가 있죠. 사실 문재인 정부나 노무현, 김대중 정부 특징이 그렇지 않나요? 이제 정부에 안 들어간 사람이 얼마 없어요. 그런데도 세상은 우리가 변화를 느낄 만큼 바뀌지 않았고요.


    하승우: 한때 시민단체가 제5의 권력이라 불리기도 했죠. 그렇게 불린 이유는 기존 권력을 감시한다는 의미였는데, 시민단체 스스로 권력으로 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네요. 그렇다면 제4의 권력이라 불렸던 언론은 왜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을까요?


    이상석: 지방의 언론 환경이 굉장히 안 좋아요. 광주전남만 해도 인구3만에서 27만까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는데, 기자가 몇 명이나 출입하는 줄 아세요? 1진만 50명이 출입해요. 전부 다 합치면 100명 정도 되고요.


    하승우: 지방 언론사가 그렇게 많군요. 운영이 쉽지 않겠어요.


    이상석: 광주전남 신문사만 열다섯 개예요. 거기다 MBC, KBS, SBS, CBS까지 다 합치면 50명이 넘죠. 그럼 그 언론사들은 뭘 먹고 살까요? 지방자치단체 광고로 먹고 살아요. 광주시 언론사의 경우 대개 건설회사가 사주예요. KBC(지역 민영방송)도 그렇고요.


    하승우: 광주시만이 아니라 지역 언론사 상당수의 사주가 건설회사죠.


    이상석: 바로 그 언론사들이 끊임없이 지방정부에 로비를 해요. 그래서 어디서 입찰이 나오는지, 무슨 사건이 있는지, 수의계약 갈 건 없는지, 턴키로 갈 건 없는지 안테나를 세우고 있죠. 심지어 공무원들이 건설교통국장을 그만두며 이런 사업을 통으로 따서 나오는 사례도 있고요.


    하승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론사들이 지방정부 감시를 안 하게 되겠죠. 지방정부가 직접 언론사를 후원하기도 하잖아요, 계도지 예산으로. 지방정부는 이 예산으로 지역 신문을 구매해 산하 기관에 나눠줬고요. 그러니 지방정부에 신문을 판매하는 지역 언론사는 정부 정책을 충실히 따르며 알리는 기사를 쓸 수밖에요.


    그러면 시민들은 무얼 해야 할까?

    하승우: 다시 신세계백화점 얘기로 돌아가서, 공용 터미널이 그렇게 불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걸 알았다면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상석: 간단해요. 자기 계모임에서 누가 100만 원을 몰래 해먹으면 난리가 날 거예요. 이와 똑같이 공익 영역에서도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업체를 보면, 그걸 공개하고 문제제기를 해야지요. 요즘 국민청원 한다고 청와대에 많이들 글 올리던데….


    하승우: 저는 사람들이 한편으로 그렇게 활동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보거든요. 사실 지역은 좁잖아요. 익명으로 제보해도 하루 지나면 누군지 다 알 수 있고요.


    이상석: 우리가 지방자치를 경험한 게 얼마 안 됐어요. 일본과 서구의 자치는 좀 오래되었고요. 그들의 민주주의는 오랜 시간 피땀으로 만들어놓은 민주주의예요. 외국에서는 고발이 불법을 뿌리 뽑는 방법이라고 보는 반면 우리는 고발을 상해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잖아요. 그런 걸 우리가 좀 깨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청년들이 창의적이긴 한데 기성 조직에 대항은 잘 못해요. 우리 세대는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집단 저항은 잘하잖아요. 사실 그래서 사회를 바꿀 수 있었고,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지요.


    하승우: 지방정부의 부패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언론도 그런 일을 잘 안 다뤄주고. 그렇다면 이런 일이 문제라는 걸 시민들이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요?


    이상석: 어차피 자기가 스스로 조사해야 돼요. 저는 예산감시운동이 상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왜 우리 동네만 가로등이 어둡지? 그러면 조사해 봐야죠. 공무원한테 물어봐야죠. 이렇게 물어봐야 하는데, 우리는 물어보지 않아요.


    하승우: 그걸 꼭 내가 해야 하나,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잖아요. 문제는 알고 있지만 다들 꼭 내가 나서야 하나,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이상석: 그렇지만 자기 일이잖아요. 우리 가족, 우리 친척의 일이고. 그러면 관심을 가져야죠. 그런 점에서 우리가 훈련이 덜 되어 있어요. 얼마 전의 알바 노동 문제도 그렇고, 여러 문제가 시민들의 자신의 기본권을 잘 모르는 데에서 오는 거잖아요. 청소년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본권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하나도 안 한 거예요. 우리는 어떤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피를 흘려본 적이 없어요. 그냥 주어진 민주주의라서 그럴 수 있는데, 그래서 막상 자기 이익을 침해당하고 나서야 반응을 하더라고요.


    하승우: 평범한 시민들이 잘 싸운 모범사례가 있을까요? 그런 사례가 있으면, 시민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텐데요. 그런 사례가 별로 없으니까 의식 있는 시민들도 주로 시민단체에 알려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이상석: 요즘은 시민단체들이 그런 문제를 맡을 여력이 없어요. 보다 큰 어젠다를 찾아다니다 보니 그런 생활의 문제에 잘 관심을 두지 않아요. 일본 가면 부러운 게, 세 명만 모이면 조직을 만들어요. 가령 동네 가로수만 연구하는 모임이 있어요. 어떤 모임은 보도블록만 감시하고. 그런데 우리는 중앙정치만 바꾸면 다 되는 줄 알아요. 지금은 중앙정부가 다 썩었어요. 돈이 부족하다는 지방정부는 많아도 낭비되는 예산을 얼만큼 줄였다고 자랑하는 지방정부는 없어요. 지방정부를 중앙정부 바라보는 것만큼 살펴봐야 해요. 그런데 시민들은 잘 안 보려 해요. 민주주의라는 게 손품, 눈품, 발품, 이 삼품을 잘 팔아야 해요. 근데 다들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삼품을 잘 안 팔아요. 이미 다 공개되어 있는 건데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놀라곤 하죠.


    하승우: 선생님 같은 전문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재정공시나 예산서 보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 있죠.


    이상석: 아니, 왜 부담스럽냐고요. 찾아봤냐고요. 알려고 노력해 봤냐고요. 그러고 난 뒤에 불평을 해야죠. 지방정부 문제점을 누가 알려주나요? 자기가 자기 권리를 찾아야죠. 가만히 있지 말고 일단 부딪쳐야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아요.



    지역운동은 내 편 네 편보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이상석은 2013년 광주전남의 국ㆍ공립 초등학교의 학습 준비물 지원계획, 집행내역, 지출결의서, 품의서, 집행증빙영수증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광주지역의 경우 일선 교육지청의 예산집행 현황과 실제 학교의 지출결의서 집행금액이 약 670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그리고 전라남도의 경우는 지원액과 실제 집행금액이 약 7억 8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이상석은 이에 관한 실태를 발표하고 2014년 국회 토론회를 통해 정산절차 규정을 신설하는 등 제도를 바로잡았다.


    말을 타고 가다가도 한 번씩 돌아봐야 한다

    이상석: 우리 힘으로 우리에게 맞게 사회를 바꾸는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사람이 바뀌고 권력이 바뀌어야 하는데, 다들 권력만 바뀌면 저절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줄 알아요. 앞에서 시민단체 얘기도 하셨는데, 인디언 말 중에 그런 게 있잖아요. 말을 타고 가다가도 영혼이 따라오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고.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돌아봐야죠. 우리가 그걸 안 해요. 반성하지 않는 사람, 반성하지 않는 단체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슬펐던 일은 참 많았어요. 초반에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옆의 시민들이 동의해 주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을까 의아했죠.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한 마디 하면 확 몰려가서 동조하면서 정작 우리 생활의 문제에 대해서는 힘없는 사람이 얘기했다고 따라주지도 않고 관심도 주지 않는 것에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하승우: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해결책을 찾기보다 개인적인 해결책을 편하게 생각하지요. 그런데 주민들이 뭐라고 해도 관청에서는 보통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점점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돼요. 해도 별로 바뀌는 게 없으니까요.


    이상석: 전국 어느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봐도 돈은 항상 남아요. 자치구는 보통 7퍼센트 정도 남기고, 기초자치단체는 10퍼센트까지 남겨요. 남긴 돈이 이월되고 그 돈이 다음 해 단체장의 공약사업을 하는데 쓰입니다.


    하승우: 돈이 없다는 얘기는 다 거짓이고 실제로는 단체장들의 공약사업을 위해 돈을 비축해 놓는다는 말씀이네요. 심지어 그러 일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고요.


    이상석: 제가 가장 비판하는 것 중 하나가 무임승차예요. 나는 하고 싶지 않으니 누가 대신 좀 해주면 좋겠거든요. 그 대상이 시민단체인거예요.


    하승우: 여전히 한국의 시민들은 누군가가 나와서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절차와 민주주의를 얘기하다가도 어느 순간 리더십과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상석: 그건 아마도 중앙집권형 국가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가 한국 내전의 영향 같아요. 그동안 한쪽 편을 들거나 정보에 대항하면 어떤 식의 앙갚음을 당하는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봤어요. 이제 누군가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식의 무임승차 의식은 깨야 해요. 내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런데 동네를 바꾸는 게 참 어려운 겁니다. 여기서는 익명이 안 되니까요. 내가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어땠는지, 아버지 어머니는 뭐하시는지, 이런 걸 다 알아요. 그래서 지역운동은 내 편, 네 편을 가를 문제가 아니에요. 옳으냐, 그르냐만 따져야죠.



    시민운동은 지역운동에서부터

    이상석은 2008년 전라남도 교육감과 광주시 교육감을 상대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추진 현황 및 협약 내용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거부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교육청이 협약서상의 비밀유지조항과 제3자 비공개 이유를 근거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은 실시협약서 내용을 모두 공개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전국 최초로 내려진 이 판결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민간의 감시와 확인이 가능해졌다.


    몸집만 불리는 공룡이 사라져야

    이상석: 지방정부 부패의 사륜이 있어요. 부패의 네 바퀴. 인사, 건설, 체육회와 예총 같은 직능 단체, 그리고 마지막은 지방정부의 용역이에요.


    하승우: 보통 용역사업은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 진행되죠. 그래서 공사할 때 보면 공사비가 계속 올라가요. 처음에는 타당성을 확보하고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공사비를 낮춰놨다가 실제 공사가 들어가면 계속 올리는 거죠.


    이상석: 도로, 지하철, 모두 그래요. 처음에 사업을 통과시키기 위해 금액을 적게 했다가 갈수록 늘리는 거죠.

     

    하승우: 작년에 스페인에 갔을 때 보니, 그곳 단체는 공가도 없고 대표도 없고 상근자도 없더군요. 그런데도 유지가 되냐, 어떻게 단체를 운영하냐 물었더니, 매월 총회를 하고, 총회 때 6개월 정도 역할을 맡을 사람을 선출해 그 사람이 활동한대요. 스페인이라고 태초부터 달랐을 건 아닐 테고, 거기도 기존 단체에 대한 문제의식과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해요. 좀 부러웠죠. 몇 년 뒤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실제로 잘 버티고 있는지, 다른 고민은 안 생겼는지.


    하승우: 원래는 시민운동이 분화되면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영역으로 스며들어야 했는데, 한국은 규모 있는 단체를 만들어 전문가 집단과 함께 마치 중정당처럼 활동했잖아요. 시민이 직접 나서도록 돕는 것보다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흘러왔죠.


    이상석: 생각해 보면 정치가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가 그대로 내려온 거예요. 아무런 이해와 요구가 없는데 정치가 바뀌지는 않죠. 그런데 이걸 운동권은 가능하다고 봐요. 과학자와 운동권, 깡패들만 그런 게 가능하다고 봐요. 이 사람들이 꼭 집단으로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이들은 정보공개청구 이런 건 안 해요. 자기가 아는 시의원이나 국회의원을 통하면 더 편리하고 훨씬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죠. 궁금해 하는 시민들 누구나 확인할 수 있어야 하니 공식 제도를 통해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필요한 서류 바로 받아 봐요. 몇몇 사람들만 하는 걸 민주주의라고 봐야 할까요?


    하승우: 그렇죠.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만들고 넓혀야 하는데, 지금은 시민운동 진영에서도 선을 대서 일을 해결하려 들어요. 예전에는 사소한 자료라도 그걸 얻기 위해 매번 피켓 들고 나가 싸웠는데, 이제는 시청에 전화 한 통 넣으면 해결된다는 거죠.


    손품과 눈품을 팔아야 지역이 바뀐다

    하승우: 자치가 되려면 그렇게 스스로 움직이고 품을 팔아야 하죠. 우리나라에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수동적이고 자신을 수혜자의 위치에 놓고 싶어 해요.


    이상석: 공무원들에게 도통 물어보질 않아요. 다만 공무원은 묻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답을 하니 법을 찾아보고 판례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그러고 나서 갑갑한 걸 물어봐야 공무원이 답을 잘 해줘요.


    하승우: 한국의 학교에서는 자기 권리가 뭔지, 절대로 그런 걸 안 가르치잖아요.


    이상석: 고등학교 때 노동법과 인권에 대해 가르쳐야 해요. 성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성추행, 성폭행에 관한 것도 미리 가르쳐야 해요. 안 그러니까 사회가 이 모양이죠.


    하승우: 시민사회가 성장해야 정부나 권력이 축소되기도 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진짜 협치가 되잖아요. 지금 문재인 정부의 분권 로드맵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떼서 광역 자치단체에 뿌려주겠다는 건데, 그게 문제예요.


    하승우: 말씀하신 대로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으니 일단은 어디에서 물이 새는지부터 점검해야겠네요. 그리고 물이 새게 된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 책임을 묻고 고장 난 부분을 고쳐 관리를 잘할 사람들 그 위치에 세워야겠고요. 이렇게 해야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더 공정하고 공평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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