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저   자
오미야 오사무 (지은이), 김정환 (옮긴이)
출판사
사람과나무사이
출판일
2022년 12월
서   재







  • 화학 지식이 없었다면? 인류사는 현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입니다. 빅뱅을 통한 우주 탄생과 지구의 탄생과 진화, 현대에 이르는 모든 것들은 화학을 그 원동력으로 했습니다. 인류사와 세계사, 한발 더 나아가 지구사와 우주사를 화학으로 설명합니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이야기


    HISTORY OF CHEMISTRY 선사시대

    140만 년 전 무렵 불 이용 - 가열조리가 인류를 인류답게 만들었다

    인간은 어떻게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했을까? 이 놀라운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두 가지, ‘도구’와 ‘불’의 사용이다. 그 중에서도 ‘불’의 역할은 매우 컸다. 우선,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는 추운 지역에서도 생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나운 포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가열조리’야말로 인류가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불에 구운 매머드 고기부터 ‘미슐랭 별 셋’ 최고급 레스토랑의 육류 요리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인류답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가열한 요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열조리’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가열 조리를 함으로써 인류는 식중독 등의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져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기나 감자, 지방이 많은 식재료를 가열하면 칼로리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기를 구워서 먹으면 영양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는데 풍부한 영양을 바탕으로 뇌의 진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선조가 맨 처음 불을 발견했을 때 위험하게만 여겨 바로 꺼버린 후 불을 다시 피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여전히 원숭이인 채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만 년 전 무렵 점토 이용 - 문명 태동과 발전의 가장 중요한 재료, 흙

    ‘선사 시대를 대표하는 물건은?’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에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아마도 흙을 빚어 만든 그릇, 즉 ‘토기’가 아닐까. 토기를 좀 더 학문적으로 정의하자면, ‘자연에서 나오는 점토 광물(규소와 산소가 결합한 화합물. 알루미늄 이온 등을 포함한다)로 모양을 만든 다음 저온 상태에서 오랫동안 구운 것’을 말한다. 이처럼 흙을 열처리해서 만든 것을 통틀어 ‘세라믹(ceramic)’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점토를 구워서 굳힌 것’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케라모스(keramos)’다.


    지금까지 발굴된 토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중국 장시성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2만여 년 전 (빙하기)의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토기와 함께 숯과 재, 동물 뼈가 출토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구석기 시대에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매머드를 사냥한 뒤 함께 고기 요리를 해 먹은 흔적이 아닐까 추정한다. 마침내 인류는 점토를 사용해 혁신적인 기술을 탄생시켰다. 바로 ‘벽돌’이다. 점토를 굽거나 햇볕에 말려서 벽돌이라는 건축 소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의 수메르인은 벽돌을 쌓아서 거대한 신전 ‘지구라트(Ziggurat, 아카드어로 ’높이 세운 건물‘이라는 뜻)’을 만들었다.



    HISTORY OF CHEMISTRY 고대문명

    기원전 4000년 무렵 빵의 탄생 - ‘효모를 이용한 발효 빵’으로 수준 높은 음식문화를 누린 고대 이집트인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신석기 시대에 본격적인 농경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부터 자연 속 밀과 보리 등을 가루로 만들어 빵을 구워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밀, 보리, 대맥, 호밀 등의 열매를 맷돌에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물을 붓고 반족해서 구워 빵을 만들었다. 이후 고대 이집트인은 천연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반죽으로 빵을 만들었다.


    밀가루에는‘글루텐(gluten)’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들어있다. 글루텐은 두 종류의 단백질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물을 머금어 서로 얽히면 끈적끈적해지는 성질, 즉 점성이 생긴다. 이는 전기 코드들이 서로 뒤죽박죽 얽혀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다. 글루텐은 우동이나 파스타의 쫄깃한 성질, 빵의 푹신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단백질 비율이 높은 밀가루는 피자나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강력분이다. 반대로 단백질 비율이 낮은 밀가루는 케이크나 쿠키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박력분이다. 단백질은 알파-아미노산이라는 분자가 각각 특정한 배열로 수백 수천 개 연결되어 있는 분자다. 알파-아미노산 분자는 20종류에 이른다. 한편,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을 분해한 물질에서 발견된 아미노산이 글루탐산(glutamic acid)이다. 글루탐산은 감칠맛(umami) 성분으로, 인간 혀에는 네 가지 기본 맛, 즉 단맛, 쓴맛, 짠맛, 신맛에 더해 감칠맛을 느끼는 글루탐산 수용체가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빵의 좋은 향기의 숨은 비결, 마이야르 반응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고 효모(단세포인 미생물)를 첨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내 발효가 일어나 알코올(에탄올)과 이산화탄소가 생겨난다. 이는 맥주를 만들 때와 같은 발효 과정이다. 그러므로 맥주는 ‘액체가 된 빵’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빵의 경우, 발효 과정에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글루텐으로 인해 생긴 끈기 있는 반죽 속에 기포 형태로 갇히게 된다. 그 결과 푹신푹신한 반죽이 만들어진다.


    빵 반죽을 구우면 당류와 아미노산이 반응해 알데히드류라는 분자가 생겨나고 노릇노릇한 색깔을 띠면서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이를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하는데, 마이야르 반응은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학 반응이다. 빵에서 나는 좋은 향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이다.


    기원전 4000년 무렵 와인의 탄생 - 세계 음료사를 바꾼 또 하나의 위대한 알코올

    오늘날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나라에 전문 와인숍이 들어서고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찾은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에도 별도의 와인 매장이 설치되는 등 와인 인기는 대단하다. 그러나 마트 등에 진열돼 있는 대부분의 와인은 화학 공업적 기법으로 대량 생산된 것이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2대 와인 생산국이었다. 최근에는 미국,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새로운 ‘와인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류는 언제부터 포도 열매로 만든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까? 지금으로부터 1만 년쯤 전,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8000년 무렵이다. 그 주인공은 오늘날의 조지아(옛 그루지야)와 아르메니아, 이란 북부지역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와인을 생산하고 저장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도기가 발명된 것은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기원전 4000년 즈음의 일이다. 당대 사람들은 항아리 등의 도기를 사용해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집트인도 와인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이집트인에게 와인 제조법을 전수해준 이는 페니키아인이었다. 그들은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이집트에 대량의 와인과 함께 제조법을 전해주었다. 당시 이집트에서 와인은 왕과 신관을 위한 음료였는데, 일반인이 마시는 맥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와인은 포토를 으깨고 그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다. 그 과정에서 포도에 붙어 있던 천연 효모가 발효해 당분을 에탄올로 바꿔준다. 아마도 맨 처음 인류는 포도를 짜낸 뒤 그 과즙을 주스로 만들어 장기간 보관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러던 중 ‘우연히’ 발효하여 술이 된 액체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렇게 와인은 포도 과즙을 발효시키는 단순한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원료인 포도의 성질, 상태가 맛과 향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포도밭의 토양, 일조량, 강수량 등의 차이가 와인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밖에 와인에서는 ‘향기’도 중요한 요소다. 여러 가지 향기를 지닌 분자가 발효과정에 만들어져 와인의 풍미를 결정한다. 이때 발효한 과즙은 도기나 참나무로 만든 통에 담겨 숙성된다. 참고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도기 ‘암포라(amphora,’암포‘는 ’양쪽‘이라는 의미)’에 와인을 담아 숙성시켰다. 로마인은 나무통에 와인을 담아 숙성시키면 기막히게 좋은 맛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통에 넣고 숙성시키면 왜 와인 맛이 좋아질까? 통의 나무성분 분자가 와인에 녹아들어 함께 발효되면서 맛과 풍미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나무통에 담아 와인을 숙성시키는 방법’이 발명되었다.


    참나무통에서는 바닐라 향과 맛을 내는 성분을 지닌 분자 바닐린(vanillin)이 배어 나온다. 참나무통에 담아 숙성시킨 와인에서 바닐라 향이 나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숙성이 진행된 와인에서는 점성이 있는 글리세린(glycerin)이라는 성분이 생긴다. 와인이 담긴 잔을 기울이면 유리에 투명한 막 같은 것이 달라붙는 것은 글리세린 때문이다.



    HISTORY OF CHEMISTRY 로마제국 시대

    128년 시멘트 사용 - 로마는 ‘시멘트 제국’이었다?

    시멘트(cement)는 ‘쇄석’, ‘거친 작은 돌’을 의미하는 라틴어 카이멘툼(caementum)에서 유래했다.. 로마의 공용어인 라틴어에 이미 단어가 있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듯 이는 고대 로마에서 꽃피운 기술이다. 참고로, 시멘트 분말에 물이나 자갈을 넣고 굳힌 콘크리트(concrete)는 ‘농축되다’, ‘단단해지다’, ‘굳어지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콘크레투스(concretus)’에서 파생되었다.


    “베수비오산의 화산재에서 생긴 응회암(규소 산화물이나 알루미늄 산화물이 주체)에 소석회(수산화칼슘)를 섞으면 훌륭한 시멘트가 만들어진다.”


    이는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건축가 비트루비우스 폴리오(Vitruvius Pollio ?~?)의 10권에 달하는 기록 ‘건축에 대하여 (Dearchitectura)’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마인은 뛰어난 토목 기술을 바탕으로 자연에서 얻은 천연시멘트를 사용해 도로, 수도교, 항구 등의 호안시설, 즉 강이나 바다기슭, 둑 따위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시설과 제방, 카라칼라 대중욕탕, 판테온 신전 등을 지었다. 로마의 많은 건축물은 돌덩이나 경석, 벽돌 부스러기 등을 천연 시멘트로 굳힌 콘크리트 건축물로, 표면을 돌이나 벽돌로 마감했다. 이렇듯 로마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건설된 제국이었다.


    고대 로마는 압도적인 토목 기술을 자랑했다. 이는 콘크리트 건축 기술뿐 아니라 로마 영토 전역에 깔린, 전체 길이 8만 5,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주요 간선도로만 봐도 알 수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공병대를 우대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전선에서 공병대가 단 며칠 만에 엄청난 규모의 다리를 건설하는 등 크게 활약했다. 특히 갈리아의 알레시아 공방전 당시 공병대는 엄청난 양의 흙을 파내고 해자와 함정을 설치해 로마군에 눈부신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로마인은 콘크리트 건축 기술로 높은 문명 수준을 증명해냈다. 여기에 더해 그들은 납 수도관으로 상수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세식 화장실까지 완비했다. 이런 최첨단 문명을 뒷받침한 것은 바로 로마인이 지혜롭게 활용했던 다양한 소재다.


    로마인이 사용한 소재에는 오늘날 환경오염 문제로 종종 도마 위에 오르는 ‘석면’도 있었다. 석면은 규소와 산소가 주체인 화합물이다. 이는 현미경으로 보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밖에 안 되는, 바늘 끝 같은 가는 섬유로 구성된 광물이다. 석면을 의미하는 단어 ‘아스베스토스(asbestos)’는 그리스어에서 ‘~ 하지 않다’라는 의미의 ‘스베스토스(sbestos)’가 합쳐진 단어로, ‘불멸’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석면은 불꽃 속에서도 타지 않기 때문이다.


    석면 광석에서 섬유를 추출한 다음 이것을 짜면 천처럼 만들 수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 석면은 램프의 심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화장할 때 시신을 감싸서 장작의 재와 시신의 재가 섞이지 않게 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HISTORY OF CHEMISTRY 몽골제국과 이슬람제국 시대

    1300년 무렵 증류주 출현 - 활력을 되찾아주는 기적의 약으로 여겨진 새로운 알코올

    아르노 드 빌뇌브(Arnaud de Villeneuve, c.1240~c.1311)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 초반에 활약한 의사이자 약제사였다. 그는 연금술사이며 몽펠리에 의학교 교수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미 여러 곳곳에서 시도되던, 와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증류하는 방법으로 알코올 농도를 높이고 여기에 약초를 녹여 술을 만들었다.


    1300년 무렵에는 와인 증류 매뉴얼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증류시켜 만든 술을 ‘활력을 가져다주는 음료수’라며 절찬했다. 농축한 술 증류주는 라틴어로 ‘아쿠아비타에(aquavitae)’, 즉 생명의 물‘로 불렸다. 이 술이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이 술을 살아갈 힘과 활력을 되찾아주는 기적의 약으로 여겼다. 그들은 이 약을 마시는 용도와 바르는 용도로 모두 사용했다.


    자연 알코올 발효의 경우, 에탄올 농도가 15퍼센트 이상이 되면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에탄올에 죽고 만다. 그러므로 에탄올 농도를 진하게 만들려면 인위적으로 증류하는 수밖에 없다. 와인을 구하기 힘들었던 북유럽,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에도 마침내 증류주가 퍼져 나갔다. 이는 이 지역에 일찍이 맥주가 보급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맥주를 증류해 증류주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쿠아비타에’는 게일어(아일랜드와 스코트랜드의 언어)로 ‘위스케바허(uisge beatha)’로 번역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usquebae로 변형되어 ‘위스키(whisky)’의 어원이 되었다. 증류주는 와인이나 맥주보다 한참 늦게 보급되었다. 와인을 증류한 것이 브랜디이고 맥주를 증류한 것이 위스키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증류주인 럼주가 등장한다. 이들 증류주는 세계사를 바꿔 나갔다.



    HISTORY OF CHEMISTRY 과학혁명 시대

    1661년 보일의 법칙 - 화학이 연금술과 결별하고 제대로 된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다

    알렉산드리아는 고대 그리스인이 건설한 이집트 도시다. 이곳에서 꽃을 피운 연금술은 이슬람 세계에 전래된 후 다시 이슬람 세계에서 유럽으로 계승되었다. 이슬람 세계에서 연금술은 오늘날의 화학에 가까운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유럽으로 건너간 이후 전통적인 종교관, 신비주의 등과 결합해 마술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연금술사를 자칭하며 금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수상쩍은 사람도 많았다. 생각해보면 21세기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도 효과가 의심스러운 건강수나 파워 스톤, 양자 파동 같은 것에 자주 현혹되곤 하지 않는가.


    아일랜드 과학자 로버트 보일은 신비주가 아닌 ‘실험’에 근간을 두는 과학을 활용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물질을 탐구해야 한다는 새롭고도 획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부유한 귀족이던 그는 자비를 들여 실험 기구를 만들고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그는 기체는 압축하면 부피에 반비례해 압력이 커진다는 법칙, 기체의 압력에 관한 유명한 법칙인 ‘보일의 법칙(Boyle’s law)을 발견했다. 또한 그는 그때까지 정설처럼 믿어져 온 원소설이 근거 없는 미신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냈다.


    보일은 초석을 변화시켜서 탄산칼륨을 만들고, 탄산칼륨에 질산을 첨가해 초석으로 되돌리는 실험을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물질의 상호 변환을 “입자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그는 화학 변화의 본질까지 꿰뚫고 있었다. 보일은 자신의 책 ’회의적인 화학자(The Sceptical Chymist)를 통해 물질의 본질은 입자의 운동이라고 주장하며 제대로 된 학문 분야인 화학이 신비주의에 가까운 연금술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발견해 ‘마이크로 세계’를 최초로 세상에 알린 과학자 로버트 훅은 보일의 제자다. 그는 재능이 특출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과학자였다. 훅은 고성능 펌프를 만들어 기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용수철처럼 탄성을 지닌 물체에 관한 법칙인 ‘훅의 법칙(Hooke’s law)’을 발견한 과학자이며 뉴턴의 라이벌로도 유명하다. 훅은 1590년 네덜란드에서 발명된 현미경을 사용해 코르크가 ‘작은 방’같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에 ‘셀(cell, 세포라는 의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참고로, ‘셀’은 수도사가 기거하는 작은 방을 의미하는 라틴어 ‘셀라(cella)’에서 유래했다. 또 훅은 크기가 아주 작은 벼룩 등을 자세히 관찰한 뒤 ‘마이크로그라피아’(1665)라는 책을 출간해 마이크로 세계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이렇듯 1590년에 발명된 현미경과 1608년에 발명된 망원경은 거대한 지적 전환을 이끌어 세계사를 바꿨다. 비록 둘 다 단순한 유리를 조합한 간단한 기계 장치이지만 말이다.



    HISTORY OF CHEMISTRY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시대

    1704년 감청색 발명 - 고흐와 호쿠사이를 매료시킨 프러시안 블루

    베를린에서 활동하던 염색업자 요한 야코프 디스바흐(Johann Jacob Diesbach, c.1670-1748)가 프러시안블루(Prussian blue, ‘프로이센 청색)의 영어식 표기이며 ’베를린블루‘라고도 불렀다)라는 감청 안료를 발명했다. 이 안료는 철 이온이 들어있는 결정으로, 1704년 무렵 처음 디스바흐가 이것을 만들었을 때는 동물 혈액 등을 원료로 사용했다. 사실 디스바흐는 화학적으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채 우연히 현재적 합성 안료를 최초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우타가와 시로시케 등 에도시대 우키요에 화가들이 프러시안 블루를 ’베를린 남색‘으로 부르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히로시게의 대표작 ’후가쿠 36경‘이나 ’도카이도 53경’도 이 안료를 써서 그려졌다. 또한 우키요에 화가들이 색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은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럽 인상주의 화가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1704년을 전후한 시기에는 음악에서도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 오늘날의 독일에 해당하는 신성로마제국에서 궁정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던 20세 청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작곡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고전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바흐의 작품을 최신 신시사이저로 연주한 것이라며 들려준다면 아마도 깜빡 속아 넘어가지 않을까. 그 정도로 파이프오르간의 울림이 참신하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장대한 흐름 속에서 온갖 상업주의 콘텐츠가 넘쳐난다. 한데 너무나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과연 어는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 때가 적지 않다. 진위를 가리는 데 필요한 기준을 꼽자면 한두 가지 아니겠으나 하나의 기준만은 분명하게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시간’을 견뎌낸 콘텐츠, ‘시간’을 견뎌낸 작품이다.


    쉽게 말해, 1,000년, 2,000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는 콘텐츠, 혹은 작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일의 진정한 평가자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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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