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부산지하철 기관사 이도훈 작가의 에세이다.

그는 지하철 속에서 마주한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독자들은 지하철이라는 평범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느낄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이도훈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이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도시의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는 특별한 무대다.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지하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지하철은 단순히 사람들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그 안에서 수많은 감정과 사건이 교차하는 작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 2호선에서 근무하는 한 기관사는 이러한 지하철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며, 지하철이 어떻게 일상의 무대에서 비일상적인 드라마로 변모하는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교통수단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의 다채로움을 조명한다.

"급똥이 와도, 명절 연휴에도 우리는 달린다!"라는 표현은 지하철 기관사가 직면하는 긴장된 일상의 한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용하다는 지사제를 상비하고 기관사들끼리 일명 ‘똥대기’라 부르는 대기 기관사를 두기도 하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은 끝내 찾아온다. ‘급똥’을 맞은 기관사들은 과연 고독한 운전실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거대한 고통을 겪으며 바라보는 앞풍경에는 끊임없는 어두운 철길과 터널이 펼쳐진다. 이 지옥이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고, 내 삶에 잘못이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된다. 급똥과의 사투를 벌인 기관사에게는 이러한 이유로 분명 어떠한 내적 성숙이 일어난다.”

이렇듯 지하철을 운전하는 일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상황들,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매 순간 발생하며, 그 안에서 기관사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더군다나 지하철 운전실은 고립된 공간이다.

그 안에서 기관사는 혼자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수많은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

이 고독한 공간 안에서 기관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동시에 외부의 변수들과 맞서야 한다.

또한 기관사는 이 작은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목격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비 오는 날 승강장에서 닫혀가는 출입문에 우산을 꽂아 넣는 승객들과의 '펜싱 경기'는 지하철에서 자주 벌어지는 작은 전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관사는 승객과의 미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쟈철에페"라 표현하기도 한다.

즉, 펜싱 선수들이 닫혀가는 출입문에 우산을 꽂아넣기 시작하고, 기관사들은 펜싱 선수를 방어하고 정시 운행을 사수하기 위해 분투한다.

요절복통 지하세계의 주인공은 승객만이 아니다.

기관사를 포함해 역무원, 청소 여사님, 구내식당 영양사 등 지하세계의 노동자들이 바로 또 다른 주인공이다.

‘불금’ ‘불토’에는 지하철에서 ‘불꽃같이 구토’하는 취객들의 역습이 시작된다.

구토 민원이 들어오면 지하철 청소 여사님들은 열차가 역에 정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 거의 기적과도 같은 속도로 토사물을 치운다.

이렇듯 지하철 역사에는 어떻게든 지하철의 정시성과 공공성을 사수하려는 일상의 히어로들이 매일 긴밀하게 작전을 세우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승객들의 입장에서 지하철 기관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역에 도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고 칙칙한 쇳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 쇳덩어리를 ‘사람’들이 굴려가고 있다.

이도훈 기관사는 총 열다섯 번에 달하는 시험을 치르고 기관사가 되었다.

기관사 면허를 따기 위한 교육을 받는 데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며, 힘겹게 면허를 딴 뒤에도 모두가 기관사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 숱한 난관을 뚫고도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한다.

이렇게 힘겹게 기관사가 되었건만 오래된 열차를 몰다보면, 온갖 고장과 비상상황들이 기관사들을 압박하고, 그들은 어떻게든 ‘비상운전’으로 ‘고물 지하철’을 끌고 가곤 한다.

‘비상’상황을 승객들에게 결코 들키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기관사와 관제사들의 사투는 눈물겹다.

매일 3744번의 출입문을 여닫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도 얻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때로는 유쾌하지만 때로는 비극적이다.

특히, 사상사고와 같은 끔찍한 사건들은 기관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때로 기관사들은 그저 열심히 일하다가 사람을 죽이게 된다"는 표현은 그들이 직면하는 가장 끔찍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관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심리적 충격과 맞서야 한다.

동료들은 "사람을 친 기관사의 손을 소주로 씻어주고, 사발에 술을 가득 채워 사람을 아주 보내버린다"는 의식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내 열차로 인해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받다가, 다시 지하철에 뛰어드는 기관사도 있었다"는 말은, 그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깊이를 잘 설명한다.

“어떤 기관사는 사상사고를 겪은 후 힘들어하다, 9년 후 동료가 운전하는 열차에 투신해 삶을 마감했다. 이외에도 사상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의 자살 소식은 그리 드문 얘기가 아니다.”

“비상제동 시 일반열차의 제동거리는 100미터를 훌쩍 넘고, KTX 열차의 제동거리는 약 3.3킬로미터이며 멈추는 데 약 일 분 사십 초가 소요된다. 그 말은, 기관사는 사람이 앞에 있다는 걸 인지한 후 비상제동을 걸고 간절하게 기적을 울리면서도,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치고도 몇십 미터부터 몇 킬로미터까지, 몇 초에서 몇십 초 혹은 일 분 이상까지 끌고 가야 한다.”

“그들은 꼭 눈을 마주친다고 한다. 선배 기관사들이 말하길 열차에 뛰어드는 그들의 눈을 보면 꼭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원망이 아닌 후회가 느껴진다고. 그래서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에 기관사를 향한 그 눈빛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 눈길을 마주한 기관사의 삶은 그날부터 바뀐다. 그날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 눈길을 본 이후의삶, 자살한 사람의 죽음에 마치 본인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삶, 혹은 본인이 죽였다고 느껴지는 삶. 결코 그렇지 않음에도.”

지하철은 결국 인간 드라마의 무대다.

이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때로는 교차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기관사는 이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지하철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무대임을 보여준다.

배트맨과 자신을 비교하며, "배트맨은 어둠 속에서 활동하며 고담시티의 빛을 지켜낸다. 마찬가지로 기관사인 나 역시 어둠 속을 달리며 승객들에게 빛으로 표상되는 밝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표현을 통해, 기관사의 역할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 싸움은 단순히 잡상인이나 취객과의 충돌을 넘어서, 시스템의 안전과 승객의 삶을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기관사들은 최첨단 장비나 엄청난 재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작동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먹게 하는 고물 똥통 무전기와 냄새나는 마이크"로 싸워야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기관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놓치기 쉬운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지하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무대임이 분명하다.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우리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그 속에서 발견한 감동과 교훈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 핵심 메시지

지하철이라는 평범한 공간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력이 녹아든다면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지하철은 그저 이동 수단이 아닌,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엮이는 무대다.

* 추천

일상 속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 그리고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익숙한 공간이 어떻게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탐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