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국내도서 요약 

사피엔스의 뇌

저   자
아나이스 루
출판사
윌북
출판일
2024년 03월







  • 왜 집중력은 10초 만에 만에 깨지고 마는 걸까요? 왜 힘들게 헤어지고도 다시 상처받을 관계를 시작할까요? 왜 미리 하지 않고 끝까지 미루는 걸까요?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1.4킬로그램의 뇌가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 연구자가 ‘더 좋은 삶’을 위한 뇌 사용법을 전해드립니다.



    사피엔스의 뇌


    우리 뇌의 초능력

    공감은 고도의 지능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공감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크게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정서적 공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감에 해당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혼동하지 않는 능력이지요. 공감할 때 타인의 감정에 침범당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정서적 감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심리 상태, 감정,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정서적 공감이 ‘느낌’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이해’라는 인지 과정이죠. 정서와 인지라는 공감의 두 차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정서적 공감은 이른바 ‘상향처리(bottom-up)’ 방식으로, 가슴에서부터 머리로 작용합니다. 느낌에서 출발해 분석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인지적 공감은 ‘하향처리(top-down)’ 방식으로, 머리에서부터 가슴으로 작용합니다. 인지, 성찰, 뇌 기능에서 출발해 신체의 감정을 깨우고 의식에 이르게 하지요. 이 두 차원은 상호보완적이지만, 반드시 두 차원이 다 갖춰져야만 공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2009년 신경생리학자 니콜라스 댄지거는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들조차도 타인의 표정을 보고 고통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습니다. 그 피험자들은 하향처리 방식, 다시 말해 인지적 공감 과정을 활용했습니다. 타인의 얼굴을 관찰하고 인지적으로 분석해서 타인의 고통을 상상한 것이었어요.


    어떤 경우든 공감은 오직 감정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타인의 주관적 경험에 대한 이해를 동반할 때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공감은 고도의 인지적 능력이기도 한 것이죠.


    공감은 지능이다

    공감은 원래 우리 몸의 고통을 알려주는 뇌의 회로들에서 출발해 점점 발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뇌 영상 촬영을 동원한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고 감정을 이입할 때 내가 고통을 받을 때와 똑같은 뇌 구조가 활성화됩니다.


    - 정서적 공감

    뇌 영상 촬영을 이용한 여러 연구 덕분에 우리는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 네트워크가 타인의 고통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죠. 하지만 경우에 따라 활성화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고통의 감각에 관여하는 뇌섬엽과 전대상피질은 자신이 고통을 느낄 때나 타인의 고통을 볼 때 똑같이 활성화됩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의 고통을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영역인 체성 감각 영역은 타인의 고통을 보기만 할 때는 활성화 되지 않아요. 이 영역은 몸 표면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고통을 느끼는 방식과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절망을 자신의 절망과 혼동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인지적 공감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일은 이마 바로 뒤 중앙배부 전전두피질의 소관입니다. 이 영역은 고도로 복잡한 인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럴 만도 하죠? 게다가 타인의 고통을 정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장면을 볼 때면 이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즉 정서적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추론을 바탕으로 타인이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지적 공감에 중요한 또 다른 영역은 측두-두정 연접부입니 다. 귀 뒤의 측두피질과 머리 위 두정피질에 걸쳐져 있는 이 부분은 나와 타인의 구분에 관여합니다. 측두-두정 연접부는 내 관점에서 감정이나 고통을 가늠할 때보다 타인의 관점에서 가늠할 때 더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 공감의 핵심

    편도체는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이라는 두 회로의 기반 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영역입니다. 편도체는 뇌 중심부에 박혀 있어요. 편도체는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을 알아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지타운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애비게일 마시는 무서워하거나 불안해하는 표정을 잘 알아차리는 사람일수록 곤경에 처한 타인을 위해 자기 시간과 돈을 더 잘 내어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없다면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고 그가 슬퍼하거나 두려워하는 이유도 짐작할 수 없으므로 이타적인 행동이 나올 수 없겠죠.


    이러한 뇌의 역학은 공감이 정서적 과정인 동시에 인지적 과정임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뇌가 함정에 빠지는 순간

    스트레스가 나를 파괴하지 못하게 하는 법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스트레스는 신체가 실제 혹은 잠재적 위험을 대할 때 일어나는 생리학적 반응입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었을 때, 연인과 헤어졌을 때, 귀에 거슬리는 반복적인 소리를 들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불안과 혼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불안은 장차 일어날 위험을 끊임없이 예측하는 상태입니다. 불안은 걱정과 두려움, 근긴장과 경계 상태를 동반합니다.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으로,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많은 경우 불안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오고, 언제 갔는지 모르게 사라지죠. 그러나 불안이 지나치면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기력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불안장애 혹은 범불안장애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와 불안을 혼동한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신건강 전문가와 함께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둘의 차이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은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죠.


    우리는 힘듦을 표현하는 타인에게 호감을 느낀다?

    스트레스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어떤 쓸모가 있을까요? 놀랍게도 아주 구체적인 쓸모가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목적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신체를 경계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에너지를 적절한 방식으로 끌어모아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현대인에게 전해진 뇌의 특징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 세 가지 이유 중 하나 이상을 충족했다는 것이죠.


    1. 후손 생산의 목적에 부합한다.

    2. 쾌락을 준다.

    3. 생존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세 번째 기준에 완전히 들어맞습니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제이미 화이트하우스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게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 게 공감과 친절을 얻는 데 유리하다고 합니다. 화이트하우스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평가자가 되어 사람들이 아무 준비 없이 즉석에서 면접을 치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때 피험자들은 곤혹스러워하며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심정을 태도나 자세,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3부에서 소개할 ‘실연’에 대한 연구와도 연결성이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별을 겪은 후에 우울감 혹은 우울증을 겪을 수 있는데요.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우울증은 나름의 효용을 지닌다고 합니다.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라는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말이죠. 우울한 사람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자신의 상태로 타인에게 스트레스 상황을 전달하고, 도움을 받게 됨으로써 조금 더 쉽게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건강하게 살아남아 후손을 볼 확률을 높일 수 있겠죠.


    만성 스트레스는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스트레스 상황이 아닐 때 뇌는 혈액뇌장벽의 보호를 받습니다.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을 둘러싼 이 막은 혈액으로 인한 감염을 막아주지요. 그런데 2016년 카롤린 메나르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은 이 장벽이 손상되어 염증이 뇌에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영역인 해마가 특히 이 염증에 취약하지요. 이 때문에 만성 스트레스 환자는 기억장애, 학습장애, 주의력장애에 빠지기 쉽고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새롭거나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상황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적응시키는 능력이 쇠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겁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그렇습니다, 이거야말로 재앙의 시나리오 같지요!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이 무시무시한 연쇄반응을 늦출 수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교감신경계와 상호보완 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계입니다.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심장 박동과 호흡은 느려지고, 혈관은 확장되며, 소화 기능이 활발해지고, 근육은 이완됩니다. 문제도, 해답도 우리 몸에 있는 것이죠. 따라서 두 자율신경계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 등이 두 자율신경계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기본적인 도움이 됩니다.


    뇌가 매혹되는 순간

    낭만적 사랑의 실패와 우울

    사랑은 강렬한 감정입니다.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에는 그 충격으로 심각한 우울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세상이 끝났다고 느껴지고, 밥맛이 없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믿게 됩니다. 마음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육체가 시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죠.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은 이 터무니없고 압도적인 감정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단 한 사람이 없을 뿐인데 모든 것이 텅 비어버렸네.”


    인간이 진화해온 수백만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이가 이 같은 시련을 마주했을까요? 실연한 후에는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컴컴한 방에 틀어박혀 울고만 싶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주위 사람들은 위로를 한답시고 이렇게 말하곤 하죠. “힘내, 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랑 나가자. 기운 내서 다른 일로 넘어갈 때야.”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던가요? 실연 후의 행동이나 마음은 내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태연하게 지나갈 수가 없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뇌의 신경 배선’과 ‘진화’에 있습니다. 깨달음을 선사한 다윈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뇌 신경 배선의 결함

    실연 후에 우리가 비참한 상태를 겪는 이유는 뇌 활동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 소개하는 실험의 대부분은 세계적인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연구입니다. 평생 사랑과 성의 문제를 다룬 그는 ‘사랑의 석학’으로 불립니다. 피셔는 ‘썩 유쾌하지 않은’ 실험들로도 유명한 학자인데요.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예컨대 피셔는 이별을 경험한 피험자들을 MRI 촬영 기계와 연결한 뒤 헤어진 전 애인의 사진을 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 이별 후에도 사랑의 열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헤어진 후에도 사랑의 열정과 결부된 뇌 영역은 여전히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별하긴 했으나 그 사람을 잊지는 못한 것이죠. 아니, 그 사람을 더욱더 원하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이별 직후의 일반적인 ‘좌절-끌림’ 단계입니다. 나를 떠난 그 사람을 원망하는 동시에 여전히 온 마음과 뇌를 다해 사랑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죠.


    - 뇌는 여전히 그 사람에게 중독되어 있다

    이별은 뇌의 보상 체계 또한 강하게 활성화합니다. 약물 중독과 결부된 바로 그 체계이지요. 이는 실연 후 우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보상 체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더 활발히 작동한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그리하여 우리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사람을 더욱 그리워하게 됩니다.


    - 실연과 우울증의 흐릿한 경계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슬픔과 우울의 단계가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이 단계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도 않을 수 있죠. ‘우울증’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지나칠까요?


    신경과학자들은 이별 후에 우울증과 비슷한 상태를 겪었다고 말한 사람들의 뇌 기능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뇌 기능이 실제 우울증에서 관찰되는 것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죠. 특히 뇌의 두 영역의 활동이 위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관자놀이 뒤에 있는 뇌섬엽

    - 두 반구 안쪽 면에 있는 대상피질


    이 두 영역이 특별한 이유는 VEN(폰 에코노모 뉴런)이라고 하는 특수한 유형의 뉴런이 여기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유인원도 VEN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은 특히 많습니다. VEN은 뇌의 다양한 부분들과 연결돼 있어요. 이 뉴런은 모든 외부 자극을 매우 빠르게 처리하여 우리가 감정적으로, 혹은 행동을 통해 신체적으로, 혹은 인지적으로 반응하게 합니다. 이별의 슬픔을 겪을 때 두 영역의 활동이 위축되면 긍정적인 일에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거나, 즉 쾌감이 결여되거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마치 마비된 것 같은 상태를 보이거나,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죠.


    다수의 뇌 영상 촬영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한 괴로움은 우울증과 비슷할 뿐 아니라 뇌 활동의 양상에서 신체적 고통과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두 경우에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많이 겹칩니다. 미시건대학교의 데이비드 수는 뇌가 ‘심리적’ 고통에 대처하기 위하여 천연 진통제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 천연 진통제의 성분은 신체적 고통이 있을 때 분비하는 성분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뇌는 실연의 아픔과 발목이 삐었을 때의 아픔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죠.



    우리 뇌의 신비로운 오류

    생각날 듯 말 듯한 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이유

    어떤 단어를 분명히 아는데, 금방 생각날 것 같은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좌절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왜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말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날까요? 단어가 문 바로 뒤에 있어서 손잡이만 돌리면 튀어나올 것 같은데, 손잡이를 잡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 현상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어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특히 65세 이상부터는 빈도가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이 현상은 나이가 들면서 감퇴하는 뇌 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몇 가지 힌트

    이 현상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있는 약간의 힌트를 드릴게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일수록, 오랫동안 써온 단어일수록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경우는 드물죠. 반면, 직장의 다른 팀 동료나 친척, 유명인의 이름 같은 고유명사는 이런 현상을 일으킬 확률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갈대와 같은 인간의 마음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단어들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정서 유발성이 높은 단어일수록 생각이 잘 안 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에요. 같은 고유명사라고 해도 별 느낌 없는 도시나 강의 이름보다는,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밴드 이름, 혹은 한때 좋아했던 영화 배우의 이름이 이러한 현상을 자주 일으키지요. 어때요? 이제 이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감이 잡히나요?


    ‘뇌 사전’의 놀라운 발견

    답은 우리가 기억한 단어들이 뇌에서 네트워크를 이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은 경이롭습니다.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얼마나 집중력을 기울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집중한다고 생각이 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단어의 기억에 관한 책이나 자료를 읽다 보면 ‘의미론적 기억’이라는 개념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의미론적 기억이란 단어, 개념, 세상 일반에 대한 기억으로, 오랫동안 귀 뒤에 있는 측두엽이 관여한다고 알려져왔죠. 하지만 이 주장은 옳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반드시 기억해두세요.


    사실 단어에 대한 기억에는 ‘뇌 전체’가 관여합니다. 대부분의 인지 능력은 뇌의 어느 한 영역만 작동해서 발휘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언어 구사의 중추가 측두엽에 있는 건 맞지만, 그 중추는 뇌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현상의 원인

    우리의 본론으로 돌아가볼까요. 어떤 단어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학계에서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론은 활성화 수준 이론과 폐색 이론입니다.


    - 활성화 수준 이론

    이 이론은 뇌에 기억된 단어마다 고유한 활성화 수준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활성화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는 거죠.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정보는 기억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한 단어의 활성화는 가까이 위치한 단어들로 전파되죠.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그 단어와 강하게 연결된 다른 단어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이 전파 효과에 의해 기억나지 않는 그 단어의 활성화 수준을 끌어올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힌트가 여러 개 주어졌는데도 단어를 끝내 떠올리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여러분은 그 단어에 대해서 충분한 연결을 만들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아마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닐 거예요. 그 단어는 다른 단어들 혹은 다른 범주들과 공고히 연결되지 못한 채 여러분의 뇌 속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힌트 단어를 떠올려도 그 주위의 어떤 것도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죠.


    - 폐색 이론

    두 번째로 소개할 폐색 이론에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폐색 이론은 기억의 활성화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던 앞의 이론과는 반대로, 오히려 문제의 그 단어와 연관된 다른 단어들이 너무 많이 활성화되면서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떠올리고자 하는 그 단어의 기억이 막혀버린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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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