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국내도서 요약 

지루하면 죽는다

저   자
조나 레러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출판사
윌북
출판일
2023년 12월







  • ‘도둑맞은 집중력’의 작가 요한 하리가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뇌과학, 인지심리학으로 밝히는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법칙을 소개합니다. 탁월한 콘텐츠 설계에 필요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드립니다.



    지루하면 죽는다


    프롤로그

    굴뚝의 시체

    때는 1841년 봄. 당시 서른두 살이던 에드거 앨런 포는 새로운 유형의 단편소설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포는 어느 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독자들이 보내온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는 코너였다. 전국 각지에서 그에게 100개에 육박하는 비밀 메시지를 보내왔다. 포는 하나만 빼고 모두 풀었다.


    풀지 못한 메시지는 '야바위', 그러니까 '아무 맥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기호를 갖다 붙인' 뒤죽박죽 암호였다. 그렇지만 그 코너는 고료가 한 페이지 당 몇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담당 편집자의 말처럼 “포와 같은 수준의 지적 능력은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는 경제적으로 절박했고 방값과 술값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소설을 써야했다. 그는 첫 작품에 『모르그가의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고 C.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흥미로운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뒤팽은 파리에 사는 젊은 독신남이었고 역시 아주 난해한 암호를 풀 줄 알았다.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석간신문에 실린 기이한 이중 살인 사건 기사로 시작된다. 정원에서 '목이 완전히 절단돼 시신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머리가 떨어져 저만큼 굴러가는' 한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됐고, 딸은 처참하게 살해당해 굴뚝에 쑤셔 넣어져 있었다. 처음에 경찰은 강도의 소행으로 추정하지만 사라진 귀중품이 없었다. 그들은 길고 소득 없는 수사를 벌인 끝에 '모든 면에서 너무나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파리에서 지금까지 자행된 바 없는 살인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뒤팽은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소설의 화자인 '나'에게 범죄 현장을 찾아가 보자고 제안한다. 남들은 못 보고 지나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고, 설령 그러지 못하더라도 "수사 자체만으로" 재미있을 거라면서.


    피투성이 아파트를 한참 동안 살피고 동네 주민들과 면담을 하고 나자 ‘나’는 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뒤팽은 탄식을 터뜨리며 이 특이한 사건의 해답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뒤팽은 먼저 사건의 가장 당혹스러운 측면을 요약한다. 불필요하게 피해자의 목을 벤 것, 딸을 굴뚝에 쑤셔 넣은 것, 뚜렷한 동기가 없는 것이 그것이다. 경찰에서는 미친 사람의 소행으로 간주하지만, 뒤팽은 범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가 지목한 것은 오랑우탄이었다. 이미 뒤팽은 도망친 유인원을 보호하고 있다는 광고를 신문에 실어놓은 뒤였다. 몇 페이지를 더 넘기면, 한 선원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찾기 위해 나타난다.


    포의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섬뜩한 범죄와 걸출한 탐정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로써 포는 돈도 벌 수 있었다. 잡지사에서 고료로 56달러를 보내줬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성과를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탐정소설이 실제보다 더 기발하다고 생각해. (중략) 예를 들어 『모르그가의 살인』만 해도 그래. 실타래를 풀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일이 뭐가 그리 기발하단 말인가? 그는 만약 자신이 이 대중소설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드디어 '새로운 스타일의 무언가'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렇다. 포는 탐정소설을 창조했다. 포의 공식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난감한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우왕좌왕한다. 사건은 해결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때 우리의 걸출한 탐정이 등장한다. 그는 등한시됐던 몇 가지 단서를 심사숙고하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점들을 연결해 놀라운 해답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처벌을 받으면서 도덕적 질서가 회복된다. 이후 이 공식은 현대 문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장르로 이어졌다.


    애거사 크리스티부터 레이먼드 챈들러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시조로 꼽히는 미국의 작가옮긴이)까지, 마이클 코넬리(스릴러 소설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로 유명하다―옮긴이)부터 <로 앤 오더>(미국 NBC에서 20년 동안 방영된 범죄 수사 드라마-옮긴이)에 이르기까지, 요즘도 이 장르는 에드거 앨런 포가 젊은 시절에 창안한 수사와 전통을 따르고 있다. 아서 코넌 도일은 뒤팽이 셜록의 원조라고 인정했다. 포는 '후대의 범죄·추리 소설가를 무수히 양산한 공로자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었다.


    포는 사람들이 살인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범행은 사건을 유발하는 장치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미스터리였다.


    미스터리라는 지루함의 해독제

    에드거 앨런 포는 탐정소설을 발명하며 인간의 마음을 낚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포의 공식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이 공식을 좋아할까? 우리가 실종된 작가와 해결할 수 없는 범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미스터리는 왜 심리적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걸까?


    동물의 뇌 연구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파민의 특징부터 살펴보자.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우리의 관심을 관장하는 것이다. 요컨대 도파민은 우리가 세상을 살피고 가장 재밌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때 통용되는 신경 물질이다. 즐겁다는 느낌은 뇌가 우리에게 저길 보라고, 이걸 눈에 담으라고, 저기에 집중하라고 지시를 전달하는 도구다.


    그렇다면 도파민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상이 가능한 뻔한 정보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재미, 혹은 신경과학자들이 '예측 오류'라고 이름 붙인 재미다.


    도파민계에는 묘한 특징이 있다. 인간의 뇌는 항상 문제 해결과 향후 예측을 시도하며 패턴을 만드는 기계지만,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예측 오류, 즉 예상하지 못했던 보상과 뜻밖의 사실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전제를 설정한 뒤 미묘하게 우리의 기대를 깨뜨린다. 해답 공개를 최대한 늦추며 몰입하게 한다. 우리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는 것, 그것은 바로 궁금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객의 눈을 붙드는 예측 오류는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신경 작용의 일부일 뿐이다. 이야기가 잘 전달된다면, 미스터리는 관객에게 놀라움보다 더 거대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경이로움, 경외감, 경탄, 무엇이라 불러도 좋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관객은 답을 찾는 걸 멈추고, 결코 이해하지 못할 무언가에 몰입하며 미스터리의 파도를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수수께끼를 향한 즐거움이 있다. 거의 모든 동물은 어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가장 위대한 의미를 찾아낸다. 시대와 취향을 초월해 사랑받는 작품에는 가장 매혹적인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



    미스터리 전략 - 예측 오류의 짜릿함 선사하기

    어디든 통하는 미스터리 박스

    라이언은 세 살 때부터 장난감을 소개하는 유튜버였다. 영상은 예상의 범주를 조금도 비껴가지 않는다. 장난감 가게에 간 라이언은 레고 듀플로 기차를 고른다. 상자를 열고 플라스틱 블록을 맞춘다. 기차를 카펫 위에 놓고 앞뒤로 움직인다. 그러다 쓰러뜨린다. 4분 정도 뒤 라이언이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영상은 끝이 난다. <라이언 토이스리뷰(Ryan ToysReview)>의 초창기 영상은 어린아이들의 변덕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다. 토마스 기관차가 등장하기도 하고, 라이언이 플레이도우를 가지고 지저분하게 놀기도 하고, 픽사의 여러 캐릭터가 욕조에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화면은 흔들리고, 편집도 거의 없고, 라이언이 열어보기 직전까지 무척 열광했던 새로운 장난감의 비극적인 몰락 말고는 아무런 서사도 없다. 여기서 멈추었다면 라이언은 모르는 사람들 옆에서 장인감을 개봉하는 또 한 명의 어린이가 됐을 것이다(유튜브에는 수많은 '장난감 리뷰' 채널이 있다).


    하지만 라이언의 부모님이 아이의 노는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무렵 탄생한 32번째 영상에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영상에서 라이언의 어머니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감행했다. 영상은 침대에서 자는 라이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라이언을 깨워 디즈니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인 거대한 종이 반죽 달걀을 보여준다. 라이언은 달걀 포장을 뜯고 그 안에 든 이런저런 장난감을 닥치는 대로 끄집어낸다. 피셔 프라이스 주차장도 나오고, 조그만 자동차는 수십 개나 나온다. 큼지막한 노란색 덤프트럭도 한 대 있다. 라이언은 거의 7분에 걸쳐 달걀 안에 든 장난감을 모두 꺼내 공개하고 방바닥에서 자동차를 잠깐 가지고 논다. 가히 과소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짧은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15년 7월 1일에 올라온 이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10억이 넘는다. 아직 어린 우리 아들도 어찌나 마르고 닳도록 보는지 달걀에서 꺼낸 장난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외울 지경에 이르렀다(다음은 맥퀸 트럭이야). 라이언의 부모님은 그들의 채널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게 바로 이 영상이었다고 했다.


    <라이언 토이스리뷰>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는 거의 3550만 명에 달하고 조회 수는 550억 뷰가 넘는다. 2017년에 이 채널이 거둔 수익은 26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이 들은 나아가 '라이언스 월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서프라이스 에그 장난감을 기획했고,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타깃에서 판매 중이다.


    성공은 모방을 낳는다. 장난감이 든 서프라이즈 에그는 유튜브 키즈계의 선도적인 카테고리가 되었다. 이제는 <디즈니 토이스리뷰>의 '초대형 프린세스 서프라이즈 에그'도 있고(2억 9700만 뷰), <토이푸딩 ToyPudding> 채널의 '트럭 장난감 자동차 서프라이즈 에그'(9900만 뷰)와 '초대형 마이 리틀 포니 서프라이즈 에그 컴필레이션 플레이 도우'도 있다(1억 2100만 뷰). 각 영상에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장난감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도, 허술한 장치를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물이 달걀 안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 어떤 장난감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이 영상들이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역시 미스터리의 매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 에그는 예측 오류를 유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라이언이 다음에는 라이트닝 맥퀸을 꺼낼까? 왜 자동차 장난감 핫휠 사이에 비행기가 끼어있지?


    할리우드에서는 이걸 '미스터리 박스' 기법이라고 부른다. TV 시리즈 <로스트>를 제작하고 <스타트렉>과 <스타워즈>의 후속편을 만든 작가 겸 감독 J.J. 에이브럼스의 정의에 따르면, 미스터리 박스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 속 비밀을 말한다. 영화 <시민 케인>에서 는 로즈버드의 의미이고, 영화 <행오버>에서는 신랑의 행방이다.


    에이브럼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타넨스 마법미스터리 박스를 통해 미스터리의 힘을 처음 깨달았다. 마법 미스터리 박스의 기본 전제는 이거였어요. 15달러를 내면 50달러어치의 마법을 살 수 있다. 에이브럼스는 테드 강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니까 남는 장사죠. 하지만 에이브럼스는 미스터리 박스를 개봉하지 않았다. 원래 포장된 그대로 자신의 산타모니카 사무실 책꽂이에 모셔두었다.


    왜 열어 보지 않았을까? 그가 미스터리 박스의 매력을 알았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는 이렇게 말했다. 열지 않은 상자는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죠. 희망과 잠재력을 뜻하기도 하고요. 미스터리 박스를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일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내가 무한한 가능성에 끌린다는 거예요.



    미스터리 전략 - 규칙 깨부수기

    바흐의 음악이 전율을 선사하는 이유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늘 음악의 미스터리에 매료되었다. 음악과 같은 추상적인 예술이 어떻게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걸까? 1950년대 후반 레너드 마이어라는 음악학자는 태곳적부터 이어진 음악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마이어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제14번 op. 131부터 델타 블루스(미국 남부에서 처음 시작된 기타와 하모니카가 주로 쓰인 초창기 블루스-옮긴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와 교향곡을 분석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동아프리카 민속 음악의 리듬, 비파의 멜로디와 이탈리아 아리아도 들여다보았다. 마이어에 따르면 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었다. 멜로디는 다를지 몰라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다.


    마이어는 1959년 「음악의 가치와 위대함에 대한 소견」이라는 겸손한 제목의 논문에 자신이 수집한 증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그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푸가와 18세기의 무명 작곡가 프란체스코 제미니아니의 푸가를 비교했다. 양쪽의 기본적인 멜로디 구조는 같았다. G음으로 시작해 으뜸음으로 넘어갔다가 한 옥타브 점프한다. 마이어에 따르면 이 같은 점프는 구조상의 구멍, 미완성의 느낌을 창출한다. 이런 식으로 윤곽을 드러내 빈 공간이 채워질 거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그 빈 공간을 어떻게 채우는가다. 마이어도 지적했다시피 제미니아니는 가장 개연성 있게 들리는 음(B 다음은 E)을 써서 아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구조상의 구멍을 채운다. 지체도 없고 우회도 없이 이렇게 빤한 후반부가 시작되면 노골적으로 진부해지고 상투적인 음악이 된다. 마이어는 이렇게 썼다. 제미니아니는 수수께끼를 만들었지만, 답이 다소 빤했다. 구멍이 열리자마자 어떤 식으로 닫힐지 예측이 되는 것이다.


    반면 바흐는 훨씬 어려운 멜로디를 제시한다. 제미니아니가 얼른 구멍을 메우러 나선다면 바흐는 비슷한 화성으로 우회해가며 천천히 움직인다. 이런저런 해결책을 집적거리다 뒤로 물러난다. 지금쯤 으뜸음이 나오려나 싶지만 계속 감질만 낸다. 바흐는 리듬마저 바꿔가며 새로운 박자를 선보인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던 결말을 선물한다. 바흐의 곡은 훨씬 복잡한 동시에 훨씬 감동적이다.


    하나의 음 다음에는 수많은 음이 올 수 있다. 멜로디의 세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음이 계속 추가되고 음계와 테마가 틀을 갖춰나갈수록 선택지는 점점 줄어든다. 과거의 패턴으로 전개를 예측할 수 있으니 다음에 어떤 음이 올지 예측 가능성이 커진다. 정보 이론에 따르면, 제미니아니의 푸가나 이글스의 팝송처럼 곡이 어떻게 펼쳐질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음악은 전달하는 정보가 매우 적다. 향방을 미리 알 수 있으므로 메시지는 대개 의미를 잃는다.


    음악적 미스터리(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것)야말로 예술에서 가장 주요한 정보의 원천이다. 뜻밖의 음은 정답에 대한 예측을 무너뜨리고, 다른 방식으로 구멍을 메우며 메시지 안에 담긴 온갖 미묘한 부분들을 주목하게 한다. 그렇게 더해진 추가적인 정보는 작품을 파악하는 걸 더 어렵게 만든다. 그 예술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다. 우리는 바흐의 음악을 듣지만, 모든 부분을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적어도 제미니아니의 음악을 들을 때보다는 그럴 것이다. 카니예는 해석이 안 되는 힙합을 만든다. 그러한 미스터리가 이들의 작품에 주의를 쏟게 만든다.


    맥길대학교 연구진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소개된 논문에서 음악을 들을 때 소름 또는 전율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피험자들에게 좋아하는 노래의 목록을 건네받아(테크노부터 탱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장르를 망라했다) 틀어준 뒤 fMRI와 PET 스캔으로 그들의 뇌 움직임을 관찰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음악이 들리자 피험자들의 대뇌피질에 불이 들어왔고 많은 영역에서 도파민의 활발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피험자들이 소름이 돋거나 전율을 느끼기 직전의 현상이었다. 피험자들은 전율을 경험하기에 앞서 미상핵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의 법칙에 어긋나는 마술 트릭을 접했을 때 반응하는 곳도 바로 이 미상핵이다.


    그렇다면 어떤 악절이 미상핵을 자극했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작곡가가 예상을 깨거나 (예를 들면 뜻밖의 음을 끼워 넣거나 템포를 늦추는 식으로) 예측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뜸을 들이는 구간을 맞 닥뜨릴 때 예민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예상과 달리 소름을 유도하는 구간은 화음이 잘 맞는 코러스나 절정을 향해 점점 고조되는 부분이 아니라 그 이전의 난해한 부분이었다.


    이것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의 역설이다. 그들은 이해하기 쉽거나 매끄럽지 않다. 우리를 깊이 건드리는 것은 쉬운 콘텐츠가 아니다. 구두점이 없는 시, 전례가 없는 음악, 원칙을 깨는 동화, 기존의 장 르적 클리셰를 거부하거나, 영리하게 비꼬아 활용하는 영화에 주목한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다. 카니예는 자기가 만든 부조화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다. 바흐의 장엄한 음악을 누군가는 그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형태의 매끄럽지 않음과 부조화에 반응한다. 하지만 취향은 수없이 다양할 수 있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아름다움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름다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몰입해야 하고, 이해를 허락하지 않는 대상과 씨름해야 한다. 존 키츠는 말했다. 아름다움이 진실이며, 진실이 아름다움이라고. 그러나 키츠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진실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모호한 진실로 잊을 수 없는 질문을 남기는 대상과 마주할 때 얻을 수 있는 위로다.


    친숙함에 안주하면 편하다. 인간의 뇌는 태생적으로 게으르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예술은 묘하고 불안한 느낌을 전달하며 좀 더 수수께끼 같은 길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몸부림이다. 향유하려는 몸부림, 설명하려는 몸부림이다. 덕분에 예술은 계속된다.



    미스터리 전략 - 마성의 캐릭터

    셰익스피어의 독특한 각색법

    1590년대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순회 극단은 치열한 매표 경쟁에 말려들었다. 새로운 극단이 템스강 건너편에 극장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 극단이 선보인 가벼운 희극은, 셰익스피어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한탄했다시피 대세가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분명 그의 극단이 조만간 문을 닫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해결책은 새로운 소재였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는 암레스라는 이름의 왕자가 등장하는 스칸디나비아의 오래된 전설을 각색하기로 했다. 언뜻 생각하기로 안전한 선택이었다. 이 이야기는 이미 몇 년 전에 공연돼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몇 년 전에 무대에 올랐던 이 공연을 거의 100퍼센트 보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배우로 출연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더러 있다.


    그 이야기는 왕이 권력에 굶주린 동생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왕의 아들은 복수를, 그것도 피의 복수를 원한다. 하지만 왕이 살해당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삼촌의 권력이 강력했으므로 암레스 왕자는 분노를 감춰야 했다. 그는 의심을 피하려 미치광이 행세를 한다. 삼촌이 그를 정신병자로 간주하고 방심하자 왕자는 왕궁에 불을 지르고 왕좌를 되찾는다. 복수심에 불타는 왕자 이야기는 수백 년 전부터 이런 식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각색을 하며 한 가지 결정적인 부분을 바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왕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비밀이다(다들 선왕이 뱀에 물려서 죽은 줄 안다). 연극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심지어 왕자조차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이런 각색은 일견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셰익스피어는 그 효과를 분명히 알았다. 이렇게 바꿈으로써 햄릿은 바라는 것이 복수뿐인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암살자에서 걸어 다니는 수수께끼로 변신한다. 살인자 삼촌의 응징을 두려워 할 필요도 없는데 미치광이 행세를 하는 이유가 뭘까? 길고 긴 독백으로 시간을 계속 끄는 이유는? 왜 그냥 왕을 죽여버리지 않는 걸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왕자의 진짜 속내가 궁금해진다. 그의 이성이 얼마나 마비된 것인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없어지는 것이다(햄릿 자신도 모르는 눈치다). 셰익스피어는 이렇듯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물로 변신시켰다.


    이런 식의 전개는, 특히 상업적인 성공에 연연하는 극작가에겐 특이한 접근 방식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이 각본을 할리우드 영화사에 들고 갔다면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너무 길고 복잡하다, 관객들이 스토리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자극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말을 듣지 않았을까?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등장인물을 만들 때 셰익스피어가 감행한 가장 위대한 혁신은 생략이었다. 이 위대한 극작가는 미스터리만 남을 때까지 정보를 제거했다. 문학평론가 스티븐 그린블랫은 이런 방식을 '전략적 불투명성'이라고 소개하며, 셰익스피어가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삭제하여 향후 펼쳐질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 동기, 도덕적인 원칙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이런 전략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고, 모든 해설을 차단하는 드라마를 창조했다.


    전략은 제대로 효과를 거뒀다. 「햄릿」은 런던의 글로브 극장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햄릿」을 기점으로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미스터리가 가장 큰 특징이 되었다. 이전 작품에도 항상 특이하게 행동하는 주인공이 등장했지만, 이 정신 나간 캐릭터들은 대부분 사랑에 빠져 그러는 것뿐이었다(로미오와 줄리엣은 욕망에 사로잡혔을 뿐, 복잡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햄릿」 이후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불투명해진다. 셰익스피어는 여러 작품을 각색해 걸작을 탄생시켰다.


    그린블랫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원작에서 소재를 취한 뒤 '완성도 높은' 작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 같은 부분까지 과감히 발라내 버렸다. 『오셀로』에서는 이아고의 동기를 제거해 특별한 이 유 없이 복수를 노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리어왕」 에서는 왕의 비합리적인 초반부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플롯의 중요 포인트를 삭제했다. 셰익스피어가 각색한 『리어왕』 에서는 늙은 왕이 딸들의 사랑을 시험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결과 캐릭터들은 '깊은 심리적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제멋대로에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셰익스피어는 불투명성의 매력을 발견한 후 관객의 심리에 관한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설명을 제거하고 보니 관객들은 빤한 인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수수께끼, 알 수 없는 존재의 출연에서 느껴지는 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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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