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국내도서 요약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

저   자
정태일 (지은이)
출판사
천그루숲
출판일
2024년 04월







  • 직장에서 선택받고 통과되는 모든 글들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직장인이 글을 잘 쓰면 이메일이 간결해지고, 보고서에 힘이 붙고, 건배사가 흥겨워집니다!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


    글쓰기가 두렵다는 당신에게

    같지만 좀 다른 글쓰기 - 글은 상품(商品)이다

    ‘스피치라이터’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연설문 작가’입니다. 낯선 이 직업을 이해하려면 스피치라이터가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와 일본 드라마 오늘은 일진도 좋고(本日は、お日柄もよく)를 보시면 조금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대선 후보와 선거캠프 연설문 작가의 로맨스를 다룬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롱샷(Long Shot)이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 속 모습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스피치라이터인 저는 회사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글을 씁니다. 보고서와 이메일은 기본이고, 취임사, 신년사, 기념사, 환영사, 경영 서신, 축사, 추도사, 건배사, 사과문, 보도자료, 칼럼 등을 씁니다. 또 운 좋게도 제 이름을 걸고 몇 권의 책을 냈는데, 그 덕분에 회사에서 ‘글깨나 쓰는 사람’으로 약간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에서 매일 글을 쓰고 책을 냈지만, 문학적 글쓰기는 아직 잘 모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같은 건 시도조차 안 해봤습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나 피천득의 수필 《인연》, 정지용의 서정시 《향수》를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눈이 부시게 미스터선샤인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드라마 대본이나 인터스텔라와 포레스트 검프 같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직장인의 글쓰기라면 조금 자신 있습니다. 꼭 들어갈 내용이 뭐고 들어가거나 빠지면 좋은 게 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점을 더 살리고, 무엇을 얼마나 고쳐야 하는지, 어느 부서에서 무슨 자료를 어떻게 더 구해 와야 할지, 개떡 같은 소리를 어떻게 찰떡같이 바꿀지 등을 직업적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방법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해 드릴 생각입니다.



    글쓰기의 격을 높이는 기술

    틀리고도 큰소리치는 사람들 - 맞춤법은 필수, 비문은 최악

    “너무 예민한 거 아냐?” “맞춤법 성애자야?” “알아들었으면 됐지, 까칠하게 왜 그래?”


    틀리고도 큰소리치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변명인지 충고인지 모를 소리를 자꾸 합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그런 것쯤 다 알아서 고쳐준다며 ‘뜻만 통하면 그만’이라는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따지고 들자면 식당 메뉴판, 회사 브로슈어, 포스터, 화장실 명언, 현수막, 단톡방 대화, 심지어 신문기사에도 틀린 문장들이 넘쳐납니다. 아직 글이 서툴게 마련인 초등학생이 아니라, 불혹과 지천명을 넘긴 차장님과 부장님들이 이게 왜 틀렸는지도 모르는 것은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심지어 글 좀 쓴다 하는 분들이 문법과 맞춤법이 틀린 문장을 버젓이 내놓으면 평소 갖고 있던 존경심이 사라져 버립니다. 지금부터 작정하고 좀 복잡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최대한 짧고, 쉽고, 정확하게!


    안녕히 가십시요. / 또 들려주세요. / 하루 100그릇 팔아도 적자에요. / 좋아진다는 기대와 설레임 / 정답을 맞춰보세요. / 요즘 바빠서 몇일간 정신이 1도 없었어. / 윗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윗층으로 달려갔지 뭐야. / 그런던지 말던지. / 너 머리한데 어디야? / 왜 자꾸 지랄인 지 정말 모르겠어.


    ‘가십시오’는 ‘가다’라는 동사에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종결어미 ‘-십시오’가 결합된 말입니다. ‘-요’는 문장 끝에 붙어 ‘높임’의 뜻을 더하는 보조사입니다. ‘밥 먹어’ ‘잘 자’ ‘사랑해’라는 예사말을 ‘밥 먹어요’ ‘잘 자요’ ‘사랑해요’ 같은 높임말로 바꿔주는 것이죠. ‘가십시요’라고 쓰는 것은 ‘뭔가 더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억지로 만든 말입니다. “손님께서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것입니다. ‘가십시오’는 맞고 ‘가십시요’는 틀립니다.


    ‘들려주세요’는 ‘이야기를 들려주다(tell a story)’라는 뜻입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방문해 달라’는 뜻은 ‘들러주세요(stop by)’가 맞습니다. ‘적자에요’의 ‘-에요’는 ‘-예요’로 써야 합니다. ‘-에요’는 방향이나 장소를 가리키는 조사 ‘-에(For, toward)’와 높임의 뜻을 가진 ‘-요’가 결합한 말입니다. ‘-예요’는 ‘-이에요’를 줄인 말입니다. “너 어디가?”라는 질문에 “학교에+요”라고 대답하고, “너 지금 어디야?”라고 물으면 “학교+예요”라고 말합니다.


    ‘맞추다’와 ‘맞히다’는 입버릇처럼 틀립니다. ‘맞추다(adjust)’는 ‘서로 떨어진 부분을 제자리에 붙이거나 어긋나지 않게 한다’는 뜻이고, ‘맞히다’는 ‘정답을 내다(guess right)’ 또는 ‘쏘거나 던져 명중시킨다(shoot)’는 뜻입니다. 주파수는 맞추고 문제는 맞히는 것입니다. 영어로 보면 의미 차이가 분명합니다. 발음은 비슷한데 뜻이 전혀 다른 단어는 그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붙이다/부치다’ ‘들어내다/드러내다’ ‘지양하다/지향하다’ ‘가르치다/가리키다’ 같은 것들입니다.


    ‘몇일’은 이 세상에 없는 단어니까 ‘며칠’로 쓰면 됩니다. ‘1(일)도 없다’는 ‘하나도 없다’를 재미삼아 부르다가 요즘에 굳어진 이상한 말입니다. 캐나다에서 자란 외국인 가수 헨리가 “뭐라고 했는지 1도 모르겠습니다”고 답한 데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젊은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쓰셔도 되지만 틀렸다는 것은 알고 계세요.


    ‘윗집’은 되지만 ‘윗층’은 안 됩니다. 뒷말이 된소리나 거센소리, 즉 ‘ㅍ, ㅌ, ㅊ, ㅋ, ㄲ, ㄸ, ㅉ, ㅃ’일 때는 사이시옷을 안 씁니다. ‘갯펄’이 아니라 ‘개펄’이고 ‘나룻터’가 아니라 ‘나루터’입니다. ‘뒷풀이’는 없고 ‘뒤풀이’는 있습니다. 사이시옷은 앞뒤 두 단어를 이어주는데, 한자와 한자의 결합에는 붙이지 않습니다.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만 예외이니 여섯 개만 외우면 됩니다.


    ‘-던’과 ‘-든’은 기자들도 가끔 틀립니다. 심지어는 J일보와 C일보 그리고 H신문에서도 종종 눈에 띕니다. ‘-던’은 과거의 어떤 행위를 말하고, ‘-든’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밥을 먹었던 곳’은 맞지만 ‘밥을 먹었든 곳’은 틀립니다. ‘그러던지 말던지’는 틀리고 ‘그러든지 말든지’는 맞습니다.


    ‘-데’는 의미로 구분됩니다. ‘밥 먹는 데’와 ‘밥 먹는데’는 그 자체로는 둘 다 맞습니다. ‘-데’가 ‘장소’의 뜻을 가진 의존명사로 쓰이면 띄어 써야 하고, ‘그런데’의 줄임말이면 붙여 씁니다. ‘너 밥 먹는 데 어디야?(Where do you eat?)’라고 쓰고, ‘너 밥 먹는데, 전화해서 미안해(I’m sorry to call you when you’re eating)’라고 씁니다.


    ‘-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만난지’와 ‘우리가 만난 지’는 둘 다 맞는데, 의미로 구분됩니다. ‘-지’가 ‘기간’을 뜻하면 띄어 쓰고 연결어미로 쓰이면 붙여 씁니다. ‘우리가 만난지 모르는 것 같아(I don’t think he knows we’ve met)’라고 쓰고,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년째야(It’s been a year since we met)’라고 씁니다.


    더 심각한 것은 교묘하게 틀린 ‘비문(非文)’입니다. ‘몽땅연필’ ‘떡뽀끼’ ‘아기되지’라고 쓴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죠. 비문은 주로 문장이 길어지면서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아서 생깁니다. ‘비전 달성을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전 직원이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라고 쓰는 건 주술 호응이 틀린 문장입니다. ‘이 식당을 맛있다고 생각한다’는 서술어와 목적어가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목적어를 겹쳐 쓰면서, 목적어와 서술어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신발과 옷을 입다’라거나 ‘부정부패 및 소통 강화’라고 쓰는 경우입니다. 신발은 신고 옷은 입습니다. ‘강화하다’의 목적어가 소통은 맞지만 부정부패는 아닐 겁니다. 결국 좋은 글은 문장 성분이 잘 어울리고 각자 제 위치에 있을 때 자기 역할을 합니다.


    길을 걷다가, 대화를 나누다가, 심지어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다가도 틀린 맞춤법과 비문을 종종 발견합니다. 내로라하는 S사와 L사, P사 기업 홈페이지의 ‘CEO Message’에서 비문을 본 적도 많습니다. 명성이 아깝습니다.


    자격도 없는 제가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하다가 괜히 ‘골이따분’(고리타분)하다는 소리를 듣긴 싫지만 그걸 ‘구지’(굳이) 캡처해서 회사 대표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이런 문장이 자꾸 보이면 ‘실례도’(신뢰도)가 확 떨어집니다.


    맞춤법과 주술 호응은 지키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은 게 아닙니다. 형식이 수준 이하면 내용까지 의심받기 마련입니다. 문장이 엉망인데,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훌륭했던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비문은 피해야 하고, 맞춤법은 지켜야 합니다.



    같지만 그때그때 다른 글

    보고서와 이메일 - 직장인의 얼굴과 표정

    직장인은 보고서(Report)로 말하고 보고서로 일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 지시사항의 이행과 결과를 알릴 때, 의미 있는 자료나 정보를 공유할 때, 새로운 생각을 전달하고 추진할 때, 심지어는 생수통을 주문하거나 복사용지를 구입할 때도 직장인은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아무리 현장에서 열심히 해도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존재감이 흐릿해집니다. 잘 보이지 않으니 승진도 어렵습니다.


    보고서는 생각을 정리하는 ‘기획’, 그것을 글과 도표와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성’, 내용을 검토하고 다듬는 ‘편집’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이후 결정된 사안을 실행하고 평가하는 사후 검증단계를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직장인들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조직의 실수나 잘못을 줄이고, 위기를 피하고, 더 나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온전히 아래에서 만들어진 생각을 위로 전하는 획기적인 경우도 가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보고서는 위에서 하거나 할 만한 생각을 아래에서 열심히 파악해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는 처음부터 답이 거의 정해진 글쓰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생각과 일상을 쓰는 블로그나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보고서는 결재권자의 생각이 무엇인지에 따라 글의 톤앤매너(tone & manner)와 내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명확합니다. 그러니 작성자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자 중심으로 써야 합니다. 한마디로 보고서는 이미 나온 결론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철저한 을(乙)의 글쓰기’입니다.


    힘들게 쓴 보고서가 설득력을 충분히 가지려면 무엇보다 그 ‘형식’이 중요합니다. 가끔 보면 ‘내용이 중요하지 뭐’라며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계신데, 보고서는 형식이 곧 전략이고, 내용보다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보고서는 상황이나 목적별로 사실과 근거를 제시하는 구조와 순서가 패턴화되어 있어서, 이것만 잘 익혀도 상사의 결재 속도가 몇 배는 더 빨라집니다.


    보고서의 핵심 구성요소는 제목, 개요, 추진배경, 실행목적, 현황, 문제점과 원인, 유사사례 분석, 해결방법, 진행계획, 기대효과, 협조사항, 최종 결심사항 등입니다.


    보고서는 뭘 말하려는지를 분명하게 써야 합니다. 모호하고 장황한 보고서를 끈기 있게 읽어줄 만큼 상사들은 한가하거나 착하지 않습니다. 주제를 빙빙 돌리거나 숨겨놓는 문학적 글쓰기와는 대칭점에 서 있습니다. 항상 바쁘다고 하시는 분들이니 보고서는 짧을수록 좋고 선명해야 좋습니다. 만약 너무 예민하고 복잡한 사안이라 의사결정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이 더 있다고 생각되면 본문에 남기지 말고 몽땅 따로 빼면 됩니다. 그래야 보고서가 짧고 선명해집니다.


    이메일(e-mail)은 회사에서 가장 흔하게 주고받는 글이고, 가장 자주 쓰는 글입니다. 이메일을 잘 쓰면 회사생활이 부드러워집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직장인들은 이메일 하나만으로 서로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써야 합니다.


    첫째로, 잘 쓴 이메일은 짧고 간결합니다. 서로서로 바쁘니 군더더기를 빼야 합니다. 그렇다고 ‘3시 회의(냉무)’ 이런 식으로 뜬금없는 제목을 달면 안 됩니다. 제목 앞에 [회의] [보고] [공유] [공지] [답신] [필독]이라는 식으로 메모를 적어주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원칙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지키지 않으면 하루에도 수백 통씩 오는 다른 이메일에 며칠째 묻혀 버립니다. ‘[요청] 15시 마케팅 전략회의, 20층 회의실’이라고 조금만 고쳐 쓰면 상대방이 제 시간에 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둘째로, 이메일은 명확해야 합니다. 한 번이면 될 걸 여러 번 묻게 만드는 이메일을 받으면 짜증이 납니다. ‘육하원칙’에 맞춰 적으면 내용파악이 쉬워집니다. 이때 문장으로 길게 쓰는 것보다 접속사나 조사를 삭제하고 1, 2, 3처럼 숫자를 달아 내용, 대상, 시간, 장소, 목적, 준비사항 등을 구분해 주면 더 좋습니다.


    셋째로, 이메일은 친근해야 합니다. 얼굴을 마주하는 건 아니지만, 이메일은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엄연히 존재하는 대화의 한 종류입니다. 이때 개인적인 친분을 적당히 표시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신자가 한 명이 아니거나 참조와 숨은참조가 여럿인 공식적인 이메일은 최소한의 격식을 차리는 게 좋습니다.


    형식적으로 살펴볼 때 이메일은 수신(TO), 참조(CC), 숨은참조(BCC)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수신은 이메일의 직접대상자이니 차상위 상급자인 상무님들께 보내는 건 적합하지 않습니다. 참조는 이메일에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발송합니다. 숨은참조는 이메일 내용은 공유하되, 수신 여부는 다른 사람들이 확인할 수 없도록 감추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조직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이메일 수신자와 참조자를 적을 때도 직급과 서열 순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뭐 그런 것까지 따지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편지는 받는 순서가 곧 의전이고 예절입니다. 이메일도 편지의 일종입니다.


    사소하지만 이메일에 첨부하는 파일 이름도 살펴봐야 합니다. ‘최종최종’ ‘진짜진짜’라는 식의 파일명은 현장감을 살릴 수 있어 좋겠지만, 부서의 민낯을 보여주려는 전략적인 의도가 아니라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보고서(Repor)t가 직장인의 얼굴이라면 ‘이메일(e-mail)’은 직장인의 표정입니다. 얼굴이 꼭 미남 미녀일 필요는 없지만, 나이를 먹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직장인으로 어느 정도 지내게 되면 자기 보고서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표정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표정이 좋으면 얼굴이 더 예뻐 보이고 몇 배는 더 멋져 보이고 소통이 원활해집니다. 우리의 얼굴과 표정은 어떠한지 거울에 가끔씩 비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빈말이 있어 오늘도 출근한다 - 고맙다, 축하한다, 미안하다

    “난 빈말은 못해!” 이걸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걱정됩니다. 이런 사람은 마음에 안 들면 꼭 싫은 티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아무리 부장이 꼴 보기 싫어도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 고맙습니다”라고 한마디만 보태면 좋을 걸 “난 입에 발린 말은 안 해!”라며 분위기를 망칩니다. 스스로는 ‘난 솔직하니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건 눈치 없고 배려심이 부족한 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적당히 빈말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서 매일매일 힘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승진에서 밀렸을 때 “다음엔 잘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 위로를 받습니다. 혼자 야근할 때 부장이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라고 빈말이라도 꺼내면 인내심을 넘길 뻔한 짜증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수고해 줘서 너무 고마워!”라는 말을 들으면 “제가 할 일인데요, 뭘”이라며 대응하게 마련입니다.


    “수고는 개뿔, 내가 너한테 또 속을 줄 알고? 이 개××아!”라고 발끈한다면 사회적 지능이 많이 부족한 겁니다.


    스피치라이터는 이런 ‘빈말’을 어떻게 하면 매끄럽게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지난 한 해가 엉망이었어도 신년사에서는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줘서 고맙다”며 잘한 점을 먼저 칭찬합니다. 직원들이 미워도 “새해 기운을 받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해야 모두가 편안합니다. 노사 관계가 잡음을 내며 삐걱대도 “우리가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면 못할 게 없다”는 말을 해서 없던 희망을 쥐어짭니다.


    빈말을 매끄럽게 잘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를 관찰하고 그 입장을 깊이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뭘까?’ ‘어떤 말을 해주면 관계가 더 좋아질까?’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는 뭘까?’를 오랫동안 고민해야 합니다. 딱 맞는 빈말을 착 꺼내면 왠지 껄끄러운 이야기를 해도 말문이 열립니다. 입술에 매달린 두꺼운 얼음을 깨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업무협약(MOU)을 맺는 자리라면 ‘이번 협상 체결이 얼마나 기쁘고 우리에게 중요한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순직 사원을 추모하는 자리에서는 ‘회사가 얼마나 큰마음의 은혜를 입었고 그 고귀한 헌신을 평소에 고마워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전해야 합니다. 명예퇴직 직원을 떠나보낼 때는 ‘회사가 당신들을 무척 아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말로 그분들이 가려워하는 데를 긁어줘야 합니다.


    사건, 사고, 재해에 대한 사과문이나 입장문이라면 ‘피해자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하고 걱정하고 있는지’를 전략적으로 맨 앞에 배치해야 합니다. 환영사나 축사라면 ‘이 영광을 만들어 준 분들의 수고가 얼마나 컸는지’ 고마워하고 ‘뜻깊은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를 강조합니다. 꼭 필요한 자리에 이런 빈말이 없거나 부족하면 뭔가 서운하고 민망합니다.


    이렇게 ‘속이 꽉 찬 빈말’은 더 이상 빈말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속이 꽉 찼으니 ‘든말’입니다. 배려와 감사가 깃든 말이고, 사과의 말이며 축하하는 말입니다. 이런 든말을 편안하게 잘해 주면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사이가 좀 더 부드럽게 바뀝니다. 자칫 틀어지고 꽉 막혀버릴지 모를 고약한 관계에도 이런 든말들이 달려가 작은 숨구멍을 내줍니다.


    빈말은 실속 없는 허언(虛言)이나 현실성 없는 공언(空言)과는 많이 다릅니다. 악의9惡意)에 찬 거짓말도 아닙니다. 마음에 깊이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상대를 생각해서 굳이 말로 표현해준 고마운 말입니다. 아이들은 하지 못하는, 성숙한 어른들의 말이죠.


    번거롭고 수고스럽다고 이걸 몽땅 생략해 버리면 상대방을 대화의 자리에 앉힐 수 없습니다. 본론을 꺼낼 수 없으니 결론을 맺을 수도 없습니다. 빈말의 이런 쓸모를 알지 못하고서는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따뜻함과 지혜가 깃든 빈말이 많습니다. 그 덕분에 이 세상이 잘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고맙습니다, 축하합니다, 미안합니다” 이런 말 덕분에 우리는 그렇게 깨지고도 내일 또 출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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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