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서 요약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저   자
이나다 도요시
출판사
현대지성
출판일
2022년 11월
서   재







  • 요즘 세대의 ‘빨리 감기’로 대표되는 ‘콘텐츠 소비 문화’. 앞으로 사회와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과 우리 사회의 전반적 트렌드를 통찰합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감상에서 소비로

    처음과 끝만 알면 된다?

    유튜버 동영상과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 A씨(여성, 대학교 4학년)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영화를 자주 본다. 최근에 본 것은 히라노 쇼와 하시모토 칸나 주연의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2019)이다. “처음부터 계속 빨리 감기로 보다가 뭔가 상황이 바뀔 것 같은 장면은 보통 속도로 봐요. 처음과 끝만 알면 되니까요.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영화를 충분히 즐겼냐고 묻자 그녀는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빨리 감기로 본 것이 아깝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전혀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1시간도 안 걸렸어요. 만약 2시간 가까이 걸렸으면 재미보다도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더 컸을 것 같아요.”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아예 보지 않는 선택지는 없을까?” “없어요. 살짝 시간 내서 봐두면 누군가가 이야기했을 때 나도 봤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A씨는 유튜브도 ‘효율적’으로 본다. 댓글 창에 몇 분 몇 초 장면이 좋았다고 적혀 있으면 그전까지는 빨리 감기로 보다가 해당 장면만 보통 속도로 본다.


    “이시하라 사토미가 예뻐서 본 것뿐이거든요.” 이처럼 좋아하는 배우를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그녀)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건너뛴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여대생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볼 때는 미리 리뷰를 읽고 평가가 좋은 장면이나 두근거리는 장면(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면, 러브신)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했다.


    흥미롭게도 평소 그녀의 취미는 ‘연극 관람’이었다. 분명 다른 이들보다 연기 구성과 대사 타이밍에 민감할 텐데도 빨리 감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연기 구성이나 대사 타이밍은 무대를 보면서 즐기기 때문에 영상에서까지 그걸 추구하지는 않아요. 영상을 볼 땐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재미나 ‘편안함’을 추구해요.”


    ‘스포’당하고 싶어

    ‘결말을 빨리 알고 싶은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소하려면 결말까지 적힌 스포일러 사이트나 리뷰 사이트를 읽으면 된다. 보통은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중간까지 보다가 질리면 이런 사이트를 찾는다. 줄거리만 알면 되니 나머지는 빨리 감기로 보든, 건너뛰든, 한 회를 통째로 건너뛰든 신경 쓰지 않는다. 중간을 전부 건너뛰고 마지막 회만 봐도 작품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기 있는 작품이라면 아는 체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유메메 씨는 드라마 <당신 차례입니다>(2019)도 그렇게 보았다.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각 에피소드의 줄거리가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내용까지 담고 있어서 그것을 읽고 결말까지 안 채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또 그녀는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의 1회를 본 후, 뒷이야기는 만화로 읽기도 한다. 사실 드라마와 원작 만화는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드라마는 각색한 부분이 많고, 구성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원작 에피소드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1회를 보고 재미있어서 알아 보니 원작 만화가 완결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만화 스포일러 사이트에서 단번에 다 읽어 버렸어요.”


    드라마의 뒤편은 원작으로도 읽지 않고, 줄거리를 해설해주는 사이트만 본 것이다. 유메메씨 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에 스포일러 사이트나 리뷰 사이트를 먼저 읽어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G씨는 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를 예로 들었다. “먼저 보고 온 친구가 마지막에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 상세한 부분까지 알려줬고, 그 후에 영화를 보았어요. 그래서 ‘스다 군이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겠군’이라는 식으로 예측하면서 봤기 때문에 두 배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G씨의 입장은 이러하다. 예비 지식 없이 봤다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디테일한 연출을 놓치는 경우 괜스레 애매한 느낌이 남는단다. 그럴 바에야 오히려 처음부터 알고 보는 편이 낫다고 한다. “예고편을 보면 두 사람이 헤어진다는 것쯤은 알 수 있잖아요. 결말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연애 영화는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이들은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장면은 건너뛰면서 보지만 마음에 드는 장면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빨리 감기와 건너 뛰기를 애용하는 G씨도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여러 번 시청한다. ‘좋아하는 작품을 반복해서 보는 것’은 세대를 불문하고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본다“라는 취지로 빨리 감기, 건너뛰기를 애용하는 것과 같은 작품을 반복 시청하는 행위는 모순되지 않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순되지 않는다. “새로운 걸 보는 데는 체력이 필요해요. 처음 접한 작품을 빨리 감기로 본 탓에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게 귀찮고 피곤해요. 그럴 바에야 잘 알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보는 편이 더 기분 좋죠.” 그럼에도 처음부터 보통 속도로 집중해서 보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 역시 “시간 가성비가 좋고 빨리 결말을 알고 싶어서”라는 대답으로 수렴되리라.



    실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개성이라는 족쇄

    공감을 강요당하는 사회

    그들 내면에서 빨리 감기를 하게끔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수록 빨리 감기에 적극적인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바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따라가야 하니 빨리 감기로 본다”라는 의견이 10대~20대 사이에서 많이 들리기도 한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다. 왜 그렇게 하면서까지 이슈를 따라가려 하는 걸까? 대화에 끼는 것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중요해진 탓이다. 이를 초래한 것이 바로 SNS에 수시로 접속하는 습관이다.


    <2021년 모바일 동향 조사>에 의하면 10대의 94.6퍼센트, 20대의 92.9퍼센트가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로 라인(LINE, 일본에서 사용되는 메신저 어플-편집자)을 이용하고 있다. 같은 SNS인 트위터(10대의 80.1퍼센트, 20대의 75.4퍼센트가 이용)나 인스타그램(10대의 68.0퍼센트, 20대의 63.4퍼센트가 이용)에 비해 압도적인 이용률이다.


    라인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친구와 연결되어 있다. 말 그대로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언제든 연락할 수 있고, 늘 어떤 반응을 요구받는다. 그렇다고는 하나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손쉽게 분위기가 살아나는 데는 “그거 봤어?(혹은 그거 들었어?) 재미있더라. 꼭 봐!”가 유용하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혹은 음악 등의 콘텐츠를 화제로 삼는 것이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에게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명제다. 하쿠호도 DY미디어 파트너즈 환경연구소의 모리나가 씨는 이를 ‘공감 경쟁력’이라고 칭한다.


    빨리 감기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인기 있는 작품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보지 않으면 학교나 직장에서 이야기에 못 끼는’ 작품들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은 교실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메신저가 어디까지고 따라온다. 도망갈 곳 없이 항상 어떤 반응을 요구받는다.


    모리나가 씨에 따르면 예전과 지금은 빨리 감기의 성질이 다르다고 한다.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옛날 사람들이 빨리 감기를 한 건 자신을 위해서였죠. 콘텐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작품을 보고 만족하려고요. 그런데 요즘은 무리에 속해야 안심이 되니까 빨리 감기를 합니다. 생존 전략인 거죠.” (모리나가 씨)


    노래방에서 진심으로 부르고 싶은 곡이 아니라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인기곡을 선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들은 작품의 감상자가 아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술이 탁월한 소비자다.


    남들과 다르고 싶은 Z세대의 뿌리 깊은 욕구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Z세대’다. Z세대는 1960~1970년 출생한 X세대, 1980~1990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잇는 세대다. Y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즉 사회인이 되기 전부터 인터넷과 PC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인 데 반해 Z세대는 ‘소셜 네이티브’로 불린다.


    소셜이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말한다. 10대 초반부터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친숙한 세대다. 마케팅 애널리스트 하라다 요헤이 씨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차이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는 ‘SNS에서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동조압력’과 ‘방어의식’이 강했던 반면, Z세대는 주위로부터 나쁘게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SNS상에 자신을 어필하려는 ‘동조지향’과 ‘표현의식’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Z세대도 밀레니얼 세대와 마찬가지로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 표현 욕구가 더해진다. 그렇게 된 배경으로는 1994년생 인플루언서인 유코스의 발언을 참고할 만하다. “우리 세대가 사용하던 페이스북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미디어였어요. 하지만 사람들과 지나치게 연결되어 ‘SNS 피로’를 느끼는 사용자가 속출했지요. 그 반동으로 Z세대는 연결보다는 ‘표현’ 중심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많이 이용하게 된 거예요.”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그저 듣고만 있어서도 안 되고, 방관자로 일관해서도 안 된다. 메시지를 읽고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소위 ‘씹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센스 있는 한 마디로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한다. 지나치게 튀지는 않는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Z세대는 기댈 곳이 필요하다. 개성 있는 존재가 되려면 더 많은 작품을 봐야만 한다. 그들은 이 과정을 ‘가성비 좋게 해결’ 하길 원한다. 그래서 “봐야만 하는(읽어야 하는) 중요한 작품을 적어달라”고 한다.


    그들은 재미없는 작품 때문에 시간 낭비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수많은 졸작을 거친 끝에 자신만의 걸작을 만나는 희열을 알지 못한다. 가급적 힘을 덜 들이고 돌아가는 길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빨리 감기로 영상을 시청하는 동기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맥락이다.


    빨리 감기의 가장 큰 효능을 효율이다. 2시간짜리 작품을 1시간 만에 볼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영화 리뷰 사이트에는 이런 코멘트도 있었다. “건너뛰면서 보면 평점이 더 올라갈 텐데.” 어차피 재미가 없다면 짧게 끝내는 것이 좋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모든 Z세대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멀리 돌아가는 길’이나 ‘나쁜 가성비’를 두려워하는 이가 많다. 업무에서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몰라도 취미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될 법한테 왜 그토록 두려움을 느낄까? 모니라가 씨는 예전보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친절해진 점을 지적했다.


    “어른이 아이들의 기분과 마음을 지나치게 살핍니다. 요즘 아이들은 소중하게 자라 아픔에 약해요. 실패하거나 혼나거나 창피를 당하는 일에 놀랄 만큼 내성이 약합니다.” Z세대 부모는 2022년 현재 40~50대가 많다. 이들의 육아 트렌드는 ‘엄격함’보다 ‘상냥함’이다. 자녀와 친구처럼 쇼핑을 가거나 연애 이야기를 나누고 트렌드를 공유하는 부모가 많다. 더불어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엄격하게 지도하지 않는다. 체벌은 차치하고 조금이라도 엄하게 말하면 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실패 자체에 큰 상처를 입는다. 단순히 실패가 주위에 알려져 창피를 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도 모를 법한 실수조차 싫어합니다. ‘시시한 작품을 골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거기에 포함돼요.” (모리나가 씨)


    이런 경향은 ‘멀리 돌아가는 길’이나 ‘나쁜 시간 가성비’를 두려워하는 그들의 기질과 직결되어 있다.



    무관심한 고객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리퀴드 소비’로 설명되는 빨리 감기

    2017년, 플로라 버디와 기아나 에커트라는 두 명의 영국 연구자들이 ‘리퀴드 소비’라는 현대적인 소비 개념을 제창했다. 이는 2000년에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발표한 「액체 현대」(필로소픽, 2022)를 기초로 한 것이다. 아야오마 가쿠인대학의 구보타 유키히코 교수(경영학부 마케팅학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우만은 사회 전체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시스템에 따라 형성된 고체(솔리드) 상태에서 특정한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모습을 바구는 액체(리퀴드) 상태로 변화해왔다고 지적했는데 버디와 애커트는 소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과거 주류였던 안정적인 소비를 ‘솔리드 소비(고체적 소비)’라고 한다면 오늘날 보이는 유동적인 소비를 ‘리퀴드 소비(액체 상태의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지금까지 이 책이 지적해온 빨리 감기, 건너뛰기, 스포일러가 습관화된 사람들을 리퀴드 소비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1. 콘텐츠의 ‘단명’으로 이어지는 소비자의 행동 - 타이밍이 맞아 화제가 된 콘텐츠를 그 타이밍에 시청하지 않으면 이야기에 끼기 힘들다. 그러니 서둘러 시청한다. 관심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므로 조금이라도 긴 장면은 빨리 감기, 건너뛰기를 한다. 노래도 시작 부분에 관심이 가지 않으면 후렴구까지 건너뛰거나 다음 곡으로 넘긴다. 다양한 콘텐츠가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소비된다.


    2. 콘텐츠 소유가 아닌 구독 - 영상 구독 서비스는 소유가 아닌 일정 기간 시청할 권리를 사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이 아니므로 ‘챙겨서 봐야 한다는’ 압박이나 의무감이 적다. 결과적으로 작품에 대한 애착이 점차 옅어지고 만든 이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진다.


    3. 콘텐츠의 ‘탈물질적’ 측면 - 앞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영상 구독 서비스가 불러온 영상 콘텐츠의 비소유화를 말한다. 물리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소유를 피하는 경향이 가속화한다. Z세대의 특징인 소유욕이 낮다(물질적 소비보다 경험 소비)는 점과도 일치한다.


    구보타 씨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많은 소비자가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게 되었고 ‘순간을 즐기기 위한 소비’가 두드러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소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빨리 쉽게 손에 들어와야 한다. 최단 시간, 최소의 노력으로 콘텐츠를 얻고, 싫으면 금방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영상 구독 서비스와 디지털 기기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참고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의 릴스는 1분 내외의 짧은 세로 영상인데 마치 책장을 넘기듯 클릭 동작으로 손쉽게 다음 영상을 볼 수 있다. 살짝 보고 관심이 안 생기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간다. ‘최단 시간, 최소의 노력으로 손에 넣고, 싫어지면 바로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타깃이 바뀌어야 한다

    리퀴드 소비의 수요가 많아지고,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콘텐츠 제작자는 비즈니스에 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료 음반과 음원, 콘서트 티켓 판매, 굿즈 매출은 팬으로부터 얻는 수익이다. 이런 수익을 얻으려면 팬이 아닌 이들이 유튜브 등에서 무료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춰두고 그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이것이 2000년대 후반에 유행한 ‘프리미엄’의 내용이다.


    하지만 리퀴드 소비자가 증가할수록 핵심 팬에게 지지를 받던 시스템에 결함이 생긴다. 대신 한 명이라도 많은 ‘일반인’에게 돈을 내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즉, 앞으로 콘텐츠 제작자들은 ‘알아봐 주는 사람(코어 팬)에게만 전달되는 양질의 작품을 성실하게 만들기’ 어려워진다. 만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늘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즉 리퀴드 소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영화를 만들 수 없다.


    물론 다들 이런 현실을 반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퀴드 소비든 빨리 감기 시청이든 그것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습관이 되었다는 사실은 순순히 인정해야만 한다. 전기가 없었던 불편한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빨리 감기라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시청 스타일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리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1인 관람’이 빨리 감기를 부른다

    현재 영상 시청 환경은 PC와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의 진화와 다양화를 빼고는 논할 수 없다. 적어도 2000년대까지는 영화나 드라마를 TV 모니터로 보아야 했다. PC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한 서비스가 2000년대 후반에 정착되었지만 PC로 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자 시청 양상이 달라진다. PC화면이 커지고 화질도 좋아지자 드디어 TV 외의 기기로도 영상 작품을 보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스마트폰 화면이 해마다 커지고 날이 갈수록 진보하여 화질이 더욱 좋아지자 스마트폰으로도 편하게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환경이 갖춰지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앞다투어 시장에 입상하였다. 결과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 수가 늘어나고 요금은 낮아졌으며 여기에 무선 인터넷의 보급으로 회선 속도 문제도 순식간에 해소되었다. OTT 이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빨리 감기 시청이나 건너뛰기의 기술적 토양이 서서히 마련되었다.


    이제는 TV 없이 혼자 사는 대학생이 드물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 TV가 있어도 “정말 보고 싶은 건 내 방 PC나 스마트폰으로 본다”라는 젊은이가 늘어났다. 이렇게 생각하면 빨리 감기나 10초 건너뛰기라는 시청스타일은 TV보다는 개인 PC와 태블릿, 스마트폰이라는 단독 시청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에 적합하다. 어디서 빨리 감기 혹은 건너뛰기를 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 등의 기능은 TV보다도 디지털 기기에 훨씬 잘 되어 있다.


    실제로 영상 작품을 디지털 기기로 보는 습관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쿠호도 DY미디어 파트너즈 환경연구소가 2021년 7월에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도쿄 지역의 미디어 총 접속 시간은 2021년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개인 소유 디지털 기기의 점유율이 55.2퍼센트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TV, 라디오, 신문/잡지의 합계를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20대가 단연 두드러졌고 20대 남성의 PC, 태블릿, 휴대전화/스마트폰 접속 시간은 75.9퍼센트, 20대 여성은 71.1퍼센트의 점유율을 보였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