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도서요약
   국내도서 요약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

저   자
서영수
출판사
에이지21
출판일
2021년 10월







  • 이 책은 〈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부채 구조조정에 필요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안을 내놓았다. 이번 기회마저 실패한다면 한국은 일본과 같은 부채 과다 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필자는 정책당국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현실의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산 관리에 힘쓸 것을 권고한다.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


    한국의 가계부채 정말 위험한가?

    우리에게 빚이란 무엇인가?

    빚, 즉 대출금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평생을 소비하는 집인데 수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직장인이 현금으로만 산다면 은퇴할 시점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직장에 들어간 지 5~10년 만에 내 집을 살 수 있다. 일자리를 잃으면 대출금으로 생활 자금을 충당할 수도 있고, 암에 걸려 수천만 원의 수술비가 없어 생명이 위태로울 때 대출금은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당장 현금이 없어도 원하는 물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도 있고, 심지어 수천만 원 하는 자동차도 약간의 현금만 있다면 빚을 이용해 쉽게 살 수 있다.


    빚은 기업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다. 대출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더라도 투자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천재지변, 경영 환경의 변화 등 경영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면 대다수 기업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파산에 처할 수도 있다. 대출이라는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쓰고 있는 각종 신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등은 꿈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빚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명수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번에는 좀 더 관점을 넓혀보자. 국가 경제 관점에서 부채를 보면 또 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대출이 있기에 기업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많은 고용을 창출할 것이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과 후진국 간 소비 수준의 차이를 소득 때문만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금융의 성숙도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중국, 베트남 등 많은 개도국이 가파른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금융의 성장, 즉 대출이 증가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빚이 정말 우리에게 언제나 좋기만 할까? 언젠가는 갚아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쓰다가 갚아야 할 시점에 갚지 못하며 엄한 대가가 따른다. 대출을 쓰다가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고금리의 연체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갚지 못하면 원금까지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 일정 기간까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살고 있는 집을 은행에 빼앗기기도 한다. 또한 신용 사회로 발전하면서 빚을 갚지 못해 생기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빚은 물과 같은 자유재가 아니라 필요하지만 남용하면 반드시 대가가 돌아오는 중독성 높은 ‘향정신성의약품’ 같은 존재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의 가계부채

    먼저 부채의 위험이란 채무자가 대출금을 못 갚을 가능성을 말한다. 즉 상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은 크게 채무자의 소득, 보유 자산 규모와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 전체 가계로 확대하면 가계가 갖고 있는 부채를 가계 소득과 금융 자산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전체 가계 평균 DSR이 70%라는 것은 평균 가계가 원금의 상당 부분을 상환하지 않거나 추가 대출을 일으켜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의 30%만 갖고 생활한다는 것은 아주 드문 사례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평균 가계는 금융회사가 원금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하거나 추가 대출을 중단하면 사실상 소비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빚을 갚을 수 없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절대 평가뿐만 아니라 상대 평가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미 위기를 경험한 여타 선진국과 비교 평가함으로써 위기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위기의 전염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BIS, OECD 등 국제기구는 비교의 편의성을 이유로 가처분소득 대신 GDP를 이용해 가계부채 위험을 산출한다. 최근 공개된 BIS 자료에 따르면, 세계 주요 선진국의 2020년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4.2%이다. 대다수 선진국은 BIS가 분석한 경제성장률과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정 가계부채 비율 8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BIS에 보고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개인금융부채 기준으로 103.8%, 임대보증채무를 포함한 실질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평균의 두 배인 162%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43.4%로 개인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3배를 넘는다. 이는 대출 잔액으로 볼 때 세계 주요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고, 5년간 GDP 대비 가계부채 ㅈ비율 순증 역시 29.5%p로 최고로 높다. 과거 위기를 경험한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도 한국의 증가율은 매우 높다. 



    코로나 이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부동산 문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늘 한국의 주택시장

    2016년 3월 말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은 부동산114 실거래가지수 기준으로 62%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개인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13%와 비교해도 4배 이상 높다. 더욱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상승률은 각각 100%, 75%로 더 높다.


    세계 주요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취한 결과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웨덴 등 많은 나라의 주택 가격이 올랐다. 그러지만 BIS에서 발표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주택 가격 상승률은 한국이 가장 높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개인에게 빚도 주택 구매력의 하나인데 좁은 땅 덩어리의 우리나라처럼 공급 물량 늘리기에 한계가 있는 나라에서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면, 주택 가격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2021년 3월까지 지난 5년간 개인 금융 부채는 47% 증가했고,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62%를 기록했다. 당연히 주택 가격 상승률이 낮은 미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같은 기간 한국의 1/4에 불과했다. 부채 증가율이 낮은 만큼 주택 가격 상승률이 낮은 것을 미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역대 정부는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분배할 수 있도록 경제 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데다 성장을 이뤄내도 일자리를 과거보다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를 부양하거나 재정 지출을 통해 미래 세대 몫을 끌어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정책 실패라기보다 민간 부채 중심의 경기부양 정책이 산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 정부는 늘어난 투기 수요를 막지 못했을까?

    실제 주택 수급을 어느 정도 설명하는 전세 수급 지표 중 하나인 국민은행의 전세 수급 지수는 수도권 기준으로 2021년 6월 말 170.7을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부족 및 과잉 여부를 결정하는데 170.7이라면 공급 부족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분명히 많은 주택 공급이 이루어졌는데 왜 부족하다는 것일까?


    공급이 부족한 원인은 공급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투기 수요가 늘어나면 바로 집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급 문제는 과잉 유동성을 줄여 투기 수요 증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투자자와 실수요자를 구분해 투자 수요를 규제하고, 투자 수익을 실현했을 때 상당 부분 회수해 기대이익을 낮추면 된다. 풍선의 바람을 빼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핀셋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 인하, 금융 혁신 등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을 취했다. 거시적으로는 주택시장 부양책을 펼친 것이다. 대신에 투자 수요자와 실수요자를 구분해 투기 수요자를 선별 규제하는 방식, 즉 핀셋 정책을 썼다. 실제로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자로 정의하고 주택수에 맞춰 규제의 정도를 차등화했다.


    주택담보대출 LTV와 DTI를 40~70%에서 40%로 낮추고 투기 지역은 주택담보대출을 1건으로 제한했다. 실수요자만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도록 하고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수에 맞춰 양도소득세를 차등화함으로써 투기로 얻은 수익률을 낮추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게 다주택자를 향한 규제였다. 그런데 다주택자만을 투기 수요자로 정의하자 각종 편법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후 추가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주택자의 편법적 주택 매수를 차단하는 데 있었다.


    드디어 2020년 하반기부터는 정부의 강도 높은 정책으로 투기 수요자를 제대로 규제할 수 있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강도 높은 정책이 완성되는 시점인 2020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정의한 투기 수요자의 주택 매수가 어려워지고, 양도세와 보유세 인상으로 매물도 늘어날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정부뿐 아니라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2020년 하반기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역대 최고의 과열 상황이 되었다. 사실상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그 원인을 통계청의 자료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다주택자의 연령별, 가구 구성원별 데이터를 보면 투자자의 상당수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위한 주택 투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 소유 연령 추이를 분석해보면 60대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 주택의 대부분을 매수한 반면 30대와 40대는 오히려 주택 보유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가구주의 아파트 보유 비율은 각각 43.9% 46.4%로 2015년 대비 2.2%p, 2.9%p 상승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그들은 주택 투자를 줄인 게 아니라 다른 편법을 이용했던 것이다. 합법적으로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등록함과 동시에 자녀 명의 등으로 가구를 쪼개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와 같은 주택의 편법 투자는 1인 가구의 주택 매수 비중 증가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에서 늘어난 아파트에서 1인 가구의 순매수 비중은 28.4%로 잔액 비중 11.9%의 두 배를 넘는다. 투기 수요가 더 많은 서울 아파트의 경우 1인 가구의 순매수 비중은 67.6%에 달한다. 한국 경제를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노후 비용으로 아파트에 투자해왔음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2인 가구 이상의 주택보급률 기준으로 주택은 남아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주택 매수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주택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투기 수요는 주택수 중심의 규제로 억제할 수 없다. 이를 충족하려면 더 많은 집의 공급이 필요하다.



    턱밑까지 차오른 부채 위기

    미국은 언제 돈을 회수하려들까?

    개인이 빚을 남용할 경우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듯이 정부에게 빚은 남용해서는 안 될 중독성 약물과 같은 존재다. 정부가 과도하게 돈을 푸는 방식으로만 경기를 부양하면 결국 늘어난 민간 부채는 정부 부채로 바뀌고, 결국 서구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를 말한다) 국가와 같이 파산 사태에 직면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미국은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푼 나라다. 한국이 은행을 통해 가계 중심으로 돈을 풀었다면 미국은 정부 재정을 이용해 돈을 풀었다는 차이가 있다. 기축통화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물가 상승에도 순서가 있다. 화폐를 대체해 가치를 저장하는 재화인 주식, 상품 선물, 비트코인, 주택 등이 먼저 오르고 이와 연관된 재화인 에너지, 숙박비 등이 따라서 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돈을 많이 푼 효과는 가장 먼저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다.


    2021년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3%, 목표 물가인 2%를 크게 상회했다. 이번 물가 상승은 과거와 달리 돈을 푼 데 따른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 특이하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도시 봉쇄 등으로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되고, 수요 증가 대비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정부가 돈을 풀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당연한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막대한 돈을 푼 데 따른 역대 최고의 인플레이션은 예상된 결과로, 이에 대비한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 정부가 지출한 막대한 재정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았고, 전례 없는 실업급여 지급은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고용 회복을 지연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 더욱이 피해가 적었던 직장인과 코로나 영향을 덜 받은 상공인은 정부 지원을 적게 받은 반면 물가 상승의 피해만 고스란히 떠안았다.


    미국 정부의 역대 돈 풀기 정책은 경제를 코로나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했고,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고용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즉 이런 문제는 계층 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돈을 푼 대가를 다른 형태로 치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집값 하락을 감내할 수 있나?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신용팽창 가속화로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면 부동산 하락 과정에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한국 역시 1995년 기업 레드존에 진입하자 1997년 위기를 맞았고, 2007년도 마찬가지로 이후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겪었다. 역대 최고의 주택 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을 고려할 때 2021년 한국은 가계 레드존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은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뜻이다.


    1998년 역대 최악의 IMF 위기에도 국민은행 지수 기준 아파트 매매 가격은 고점 대비 15%, 서울 18% 하락했다. 당시 체감 하락률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한국 경제의 부동산과 빚의 의존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가정한 20% 하락이 단지 1%미만의 소비와 고용 감소에 그칠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한 적은 없지만 2008년, 2013년, 2019년 세 차례 하락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20% 하락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정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점은 MB정부 임기 첫해인 2008년 유동성 위기를 겪은 직후다. 주택 공급 물량이 급증했던 2009년 2월 전국과 수도권,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당시 고점이었던 2008년 6월 대비 6.5%, 6.9%, 7.4% 하락했다. 두 번째 시점은 MB정부 임기 말인 2013년 하반기다. 저축은행 부식화에 이은 가계부채 구조조정 영향으로 주택 가격은 고점 이후 2012년 12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5.6%, 8.4%, 9.0% 하락했다. 마지막 세 번째 시점은 현 정부가 9.1대책을 통해 자산과 부채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19년 상반기다. 전국과 수도권, 서울 아파트 가격은 9.13 대책 직후부터 2019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각각 1.9%, 2.0%, 2.2% 하락했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09년, 2012년, 2019년 고점 대비 각각 49.8%, 52.4%, 48.1%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10% 이내 하락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정도면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것이다.


    1인 가구를 포함한 2020년 추정 신기준 주택보급률은 울산과 광주가 각각 110.4%, 106.9%에 달하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 단위 자치단체가 110%를 상회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에서는 주택의 실수요자로 할 수 있는 40대 이하 가구주가 2019년까지 4년간 26만 3천 가구 감소했다.


    이처럼 실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2021년까지 5년간 전체의 51%인 97만 4천 호의 아파트를 지방에 새로 공급했다. 그 결과 심각한 공급 과잉 문제가 생겼다. 그럼에도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탓에 투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 등 전반적인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 과잉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부채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은 있는가?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과도한 신용팽창과 이에 따른 자산 버블은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계속 버블이 터질 때까지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미리 어느 정도 부채 구조조정을 할 것인가의 선택만 남는다. 앞서 보았듯이 많은 나라는 선제적 부채 구조조정에 실패해 금융위기를 겪었으며 부채 구조조정 비용 이상의 막대한 정부 지출이 필요했다.


    부채와 자산 구조조정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재정 지출 증가에 따른 정부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 일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으로 신용창출 기능은 크게 위축될 것이고, 많은 부동산 및 금융 관련 종사자의 실업으로 급격한 소비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비용을 감당 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과 비용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이다. 부채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는 정부부채를 이용해 구조조정 비용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부부채가 낮은 국가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을 통해 GDP의 160%대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100%대로 낮춘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한국의 정부부채 규모는 2020년 말 44.8%에서 104.8%가지 상승한다. 구조조정 이후 한국의 정부부채 규모는 분명히 경계할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주요 유럽국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작다. 더욱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으로 경상 흑자가 당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반복한 것처럼 당장의 성장률 제고를 위해 부채 구조조정을 미루고 부채 주도 성장 정책, 즉 버블을 버블로 막으면 2~3년 후 올지 모르는 부채 위기는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매년 10% 이상의 집값 상승으로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면 2023년 말 가계부채 규모는 GDP의 195%인 4,100조 원에 근접한다. 최근 3년간 늘어난 정부부채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2023년 GDP 대비 정부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은 248%까지 상승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된다.


    이처럼 정부부채가 늘어나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핵심적 역할을 할 정부 투자 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부 투자기관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신용 위험 평가 없이 과도하게 낮은 수수료로 보증하거나 대출에 나섰다가 집값 하락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전세시장의 역전세와 깡통전세 위험을 정부가 대신 떠안음으로써 금융위기 발생 위험을 낮춰왔다. 그러나 자본 확충, 보증 제한 강화, 보험료 정상화 없이 이대로 방치해둔 상태에서 전세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 임차인의 반환보증 신청은 급증할 것이다. 이후 정부 투자기관의 손실이 불어나 결국 정부부채 급증으로 연결되어 정부부채 신뢰의 이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포함해 금융 공기업 5사의 2020년 말 전체 대출 및 보증 잔액은 1,018조 원으로 GDP 대비 52%로 정부 채무를 상회한다. 이처럼 과도한 보증 대출 잔액에 비해 자본 규모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출자 기업은 일정 수준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위기 시에는 과도한 채무자의 모럴헤저드 발생으로 정부 부담을 늘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잘못 쓰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칼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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